해양생태계를 지켜라! 버려지는 잠수복에 새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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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2월 8일 2026년까지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 쓰레기를 체계적으로 차단·수거하는 관리체계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또 2027년까지 하천 쓰레기의 해양 유입량을 2023년 대비 3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태풍, 집중호우 등으로 하천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가 증가함에 따라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놓은 ‘하천 쓰레기 해양 유입 저감 대책’이다. 우선 하천 쓰레기의 해양 유입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댐, 하굿둑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시범적으로 추진 중인 차단시설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규모 재난 쓰레기가 발생하면 부유물·해안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수거할 수 있도록 ‘재해 쓰레기 대응 표준매뉴얼(가칭)’도 마련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국내 해양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약 14만 5000톤에 달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생활 쓰레기를 비롯해 양식장, 선박 등에서 발생한 어업 쓰레기 등은 바다 위를 떠다니거나 가라앉아 해양생태계를 훼손시킨다. 쉽게 썩지 않는 재질인 탓에 해양 생물들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2023년 1월 미국 카우아이섬에서 사체로 발견된 향유고래의 뱃속에서 150㎏에 달하는 쓰레기가 쏟아져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2023년 3월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에서 발견된 보리고래의 뱃속에선 플라스틱 컵 뚜껑이 나오기도 했다.
해양 쓰레기의 재탄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환경단체들이 대응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해양 쓰레기 발생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폐잠수복을 소재로 한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기업 케어바웃의 도전은 의미가 있다. 케어바웃은 11월 3일 러시아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베스트 어워드(BEST AWARD)에서 베스트 바이오 서큘러 그린상(Best Bio circular Green)을 수상했다. 케어바웃의 이가영 대표를 만나 해양 쓰레기의 재탄생 과정을 들여다봤다.
케어바웃은 폐잠수복으로 가방, 키링, 카라비너(아웃도어용 연결고리) 등을 제작하고 있다. 케어(Care)와 어바웃(about)을 결합해 ‘나의 건강을 케어한다’는 취지로 2020년 7월 출발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었던 당시, 이 대표는 ‘마스크 살균기’를 아이템으로 케어바웃을 창업했다. 마스크 형태를 변형시키지 않는 선에서 열을 가해 살균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면서 새롭게 모색한 아이템이 ‘폐잠수복’이다.
‘APEC 베스트 어워드’는 APEC 국가 중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여성 혁신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대회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케어바웃 등 두 팀이 대표로 참가했다. APEC 베스트 어워드의 가장 큰 혜택은 수상자 간의 교류와 네트워크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탓에 직접 교류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 대표는 수상을 계기로 케어바웃의 활동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선순환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해양생태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환경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수상소감을 전했다고 말했다.
케어바웃은 앞서 4월 열린 2023 부산국제보트쇼에서도 ‘올해의 혁신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2023 부산국제보트쇼에는 총 107개 레저장비 제조업체가 참가해 친환경 요트·보트, 전기추진기 등을 선보였다. 국내기술로 개발된 압축천연가스(CNG)·액화석유가스(LPG) 추진기, 알루미늄으로 만든 세일링 요트, 탄소복합소재로 만든 전기추진 보트 등 친환경 제품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케어바웃은 폐잠수복 업사이클링(새활용)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몇 년 전만 해도 업사이클링은 생소했지만 현재는 어망, 페트병, 폐방화복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폐잠수복을 업사이클링하는 국내 기업은 드물다”는 것이 이 대표의 말이다. 잠수복과 해녀복의 차이점을 명확히 아는 사람들이 드문 점 또한 그가 폐잠수복 업사이클링을 선택한 이유다.
해녀복과 잠수복의 차이는?
해녀복은 물이 옷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게 생고무로 만들어진 반면 잠수복은 합성고무의 일종인 네오프렌 소재다. 때문에 잠수복은 물을 머금어 체온을 유지시키고 해초나 해파리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대신 재활용이 까다롭고 열을 가하면 염화수소가스가 발생해 냄새가 지독하다. 땅에 묻으면 완전히 썩는 데까지 약 300년이 걸린다고 알려졌다.
케어바웃은 잠수복 판매 업체, 서핑 아카데미숍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그곳에서 버려지는 폐잠수복을 수거하고 있다. 봉제가 잘못됐거나 샘플용으로 제작돼 판매할 수 없는 제품, 서핑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더 이상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잠수복들이다. 부피가 큰 잠수복을 버리는 것도 힘든 일이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도 수거는 반가운 소식이다. 게다가 수거업체에 잠수복 한 벌당 케어바웃 제품을 두 개씩 제공해 저소득층 봉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폐잠수복 배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버리기도 쉽지 않은 잠수복에 새로운 쓰임의 가치를 부여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폐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매립되는 양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거된 잠수복은 가방, 키링, 카라비너, 컵홀더 등으로 변신한다. 특히 네오프렌 소재의 폐잠수복 컵홀더는 컵 표면에 맺히는 물방울을 잘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
사실 공정과정을 보면 쉽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제품들이 아니다. 폐잠수복 업사이클링을 위해 가장 먼저 잠수복에 박힌 엄청난 양의 모래를 제거해야 한다. 모래사장에서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착용한 잠수복은 아무리 세탁을 해도 모래가 잘 빠지지 않는다. 이 대표는 세척용 기계를 따로 제작해 손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모래까지 세척한다. 그렇게 1차 세탁이 끝나면 쓸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분류해 2차 세척을 한다. 세척 이후에는 자체 디자인한 격자무늬를 덧입힌다.
“폐잠수복은 신축성이 너무 좋아서 다루기 어렵다. 고무 파쇄기에 넣으면 자국만 찍힐 뿐 분쇄되지 않는다. 그래서 합성고무 재질에 맞는 특수 재봉틀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바닷물, 해초류 등 특유의 냄새도 난다. 대부분 잠수복을 물에만 헹궈 햇볕에 말리기 때문에 금방 삭고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입고 벗는 게 힘들다보니 잠수복을 입은 채로 바다에서 용변을 보기도 한다. 케어바웃은 냄새 제거와 세탁을 위해 전용 세정기술 특허를 냈다.
성공보다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이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업사이클 제품이라는 점을 먼저 내세우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브랜드 로고가 찍힌 안감이나 잠수복 티가 나는 제품을 선호하지만 ‘버려진 잠수복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업사이클을 이유로 가치소비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소비자가 제품을 봤을 때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환경 지키기는 기업 활동도 일상도 다르지 않다. 손님을 접대할 때도 음료를 다회용기에 담고 일회용 비닐장갑 사용은 피하며 분리수거는 철저하게 한다. 때문에 이 대표는 주변에서 “유난스럽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이 대표는 “제품을 포장할 때 비닐과 스티커를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포장하기 위해 또 다른 쓰레기가 쌓이면 안 된다. 현재는 완충제를 넣지 않아도 되게끔 제품 크기에 꼭 맞는 박스에 넣어 배송하고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어바웃은 폐잠수복 외에도 텐트 제작 업체에서 버려지는 소재, 유행이 지나 버려진 의류들을 업사이클링에 활용할 계획이다. 케어바웃의 목표는 ‘재밌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수익성이 높지 않아도,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수익 면에서 보면 케어바웃의 성적표는 썩 좋지 않다. 그럼에도 케어바웃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해양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도전들이 이어져야 의미 있는 결과도 만들어진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재 제품을 일부러 찾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어떤 것이 진정한 가치 소비인지, 이유만 좋은 가치 소비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근하 기자
박스기사
‘쓰레기 영향 제로(Zero)화 바다’ 만들기
2024년은 해양 쓰레기 네거티브의 해
유입량보다 수거량이 많게
정부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해양 쓰레기 저감 혁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해양 쓰레기 수거를 넘어, 쓰레기 영향 제로(Zero)화 바다’라는 비전 아래 2024년부터 연간 해양 쓰레기 유입량보다 수거량이 많아지는 ‘해양 쓰레기 네거티브’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공간별로 해양 쓰레기 상시 수거체계를 강화했다. 수시로 발생하는 해안가 쓰레기는 전담인력인 바다환경지킴이를 활용해 수거하고 해수욕장 평가에 해양 쓰레기 관련 항목 비중을 높인다. 해양 쓰레기가 밀려오는 여름철 집중호우 기간에는 항만 청소선과 해경 방제정을 투입한다.
또 해양 쓰레기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보전 가치가 있으면서 오염이 심각한 섬 지역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삼아 일제 수거를 실시한다. 맞춤형 도서 정화운반선 건조를 지원하고 친환경 해양 폐기물 에너지 자원화 시스템을 조성한다.
전국 주요 어항 안에 해양 쓰레기 현장 집하장을 확충하고 권역별로 해양 폐기물 재활용 원료 공급의 거점이 될 중간 집하장도 설치하기로 했다. 현장 분리배출 체계를 확산하고 해양 폐기물 재활용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밖에도 정부는 해양 쓰레기 정책이 유기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를 활성화하고 범부처 협력을 강화해 해양 쓰레기에 대한 전주기적 관리를 약속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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