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주유소 로봇 활보하는 첨단 물류센터로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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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배송! 서울 내곡동 스마트물류센터에 가다
네모반듯한 레일이 바둑판 모양으로 놓여 있다. 그 사이를 로봇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인다. 로봇은 필요한 물건을 찾고 출고 빈도가 높은 상품은 위 칸으로 옮겨놓는다. 6대의 로봇은 하루 최대 3600개의 물품을 자동 처리한다. 센터에 상주하는 직원은 단 2명, 1층의 컴퓨터로 입고와 출고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는 로봇이 알아서 척척 해낸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주유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머지않아 주유소 옥상에 있는 드론 스테이션에선 드론 배달부가, 지상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배달부가 물건을 싣고 배송한다.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이곳은 최첨단 자동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 MFC(Micro Fulfillment Center)’다. 사람과 지게차 이동을 위해 통로 간 공간 확보가 필수였던 기존 물류시설과 달리 로봇과 수직적재를 활용해 고밀도 보관이 가능하다. 일반창고 대비 공간 효율성이 4배가량 높다.
어떻게 도심 한복판 주유소에 로봇이 배달하는 첨단 물류센터가 들어섰을까? 2022년 4월 국토교통부는 ‘디지털 물류서비스 실증 지원사업’을 추진, 서울시와 공개모집 과정을 거쳐 2022년 9월 GS칼텍스 내곡주유소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두 달 후인 11월부터 내곡주유소 부지에 스마트 MFC 건설을 시작했고 2023년 11월 23일 완공했다.
현재 서울시 내 물류단지 및 물류창고는 경기도의 6% 수준이다.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서울지역 택배가 타 지역을 경유해 먼 길을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일반 택배운송의 경우 화물을 집하하고 지역별 분류를 위해 허브 터미널로 이동한 후 배달 지역의 서브 터미널에서 고객에게 최종 배송된다. 스마트 MFC 시설을 이용하면 판매자는 상품을 도심 외곽의 허브 터미널과 서브 터미널로 보내는 집화·분류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당일배송이 가능해진다. 도심 내 물류센터가 필요했던 이유다.
더구나 주유소는 거주민이 많은 동네 인근이나 차량 이동이 많은 교통 요지에 세워진다. 최근 내연기관 차량의 친환경 전환 추세에 따라 기존 주유소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주유소를 ‘미래형 첨단 물류 거점’으로 전환해 주유와 세차를 담당하던 주유소를 서울 시내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주유소가 가진 교통 접근성, 주차공간 등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유소에 택배 픽업공간이나 물류창고를 결합한 사례는 있었지만 스마트 물류시설, 로봇, 드론 배송 등 미래 기술을 집약한 공간으로 만든 건 내곡주유소 ‘스마트 MFC’가 전국 최초다.
12월 1일부터 내곡주유소의 이름은 ‘에너지플러스 허브 내곡’으로 바뀌었다. GS칼텍스는 생활물류 산업 발전을 위해 스마트 MFC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서울시에 환원할 예정이다. GS칼텍스의 김민성 책임은 “운영 초기에는 빠른 배송의 요구가 많은 화장품, 액세서리, 의류 등 소형 상품을 위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추후 대형 화주사를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FC 협력업체인 물류배송기업 PLZ의 박순호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배송에도 양극화가 생겼다. 전국 어디서든 공평하고 안전한 배송을 하기 위해 스마트 MFC가 그 거점이 될 수 있다. 도로가 먼저 뚫려야 차가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물류의 거점이 많아져야 배송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2명이 60분 걸리던 일을 1명이 30분에 해결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국에 배달된 택배 수는 무려 36억 2000만 개다. 택배비는 9조 5800억 원, 국민 한 사람당 연 70.3회 택배를 이용하는 셈이다. 당일 주문하면 당일 배송되는 하루배송과 그보다 더 빨리 배송되는 새벽배송 시스템 등이 택배의 절대량을 늘렸다. 이에 따라 물류 종사자들의 부담은 줄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면서 늘어나는 택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4차 산업과 맞물려 로봇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첨단기술이 도입된 것이다. 상품 주문이 들어와 주문서에 적힌 제품을 바구니, 사각대차, 롤테이너 등에 담는 일을 ‘피킹’이라 부른다. 피킹 작업은 주문에서 출고까지 걸리는 전체 시간의 70%를 차지한다. 스마트 로봇을 활용해 피킹 시간을 대폭 줄이면 배송의 속도는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회사 아마존의 물류혁신도 주황색 로봇 ‘키바’에서 시작됐다. ‘키바’의 임무는 주문에 따라 제품이 적재된 선반을 작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키바’는 축구장 14개 크기와 맞먹는 물류센터에서 최대 400㎏까지 물건을 실은 채 4.8㎞를 운행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작업자들은 과도한 육체노동과 포장, 피킹 같은 업무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중국의 알리바바도 자율주행로봇 ‘샤오만뤼’를 도입한 후 배송 근무자의 업무 피로도와 안전 문제가 대폭 개선됐다. 작업자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옮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류 시스템에 ‘위드 로봇 시대’가 열렸다. 국토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2020년부터 ‘우수 물류신기술등 지정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기술인증센터 관계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물류량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한 물류 기술을 국내에 널리 보급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생활의 확대로 택배물동량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신기술을 현장에 계속 도입할 계획이다. 상하차 작업, 일명 ‘까대기’라고 불리는 택배 분류작업 등으로 인한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안전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물류신기술은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물류시스템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또 물류산업 전반의 인력부족 문제에도 바로 대응 가능하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로봇이 대신하고 인간은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더 생산적인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11톤 트럭 기준 1500상자를 하역하는 데 2명의 작업자가 60분 걸리던 일이 하역로봇을 활용하면 1명의 작업자가 30분이면 가능하다. 기존 인력 대비 4배 이상의 효율을 얻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유소 내 스마트 MFC가 생활물류 급증으로 인한 도심 내 물류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슬기 기자
박스기사1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제도
물류산업 혁신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물류산업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제도는 첨단·자동화된 시설 및 장비,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갖춘 물류센터를 스마트물류센터로 인증하고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2021년 도입 이후 총 40곳을 인증했다. 인증을 받은 스마트물류센터는 건축 또는 첨단·자동화 장비 구입에 필요한 비용의 대출이자를 최대 2%p 낮게 지원받을 수 있다. 1개 기업당 최대 지원 대출한도는 시설자금 1500억 원, 운영자금 100억 원이다.
국토교통부는 우수한 스마트물류 기술을 갖춘 기업을 찾아 10월에 3곳, 11월에 2곳을 추가로 스마트물류센터로 인증했다. ‘CJ 이천2 풀필먼트센터’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로봇 분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입고에서 출고까지 논스톱으로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풀무원 음성물류센터’는 전자석을 이용한 자동분류기를 활용해 연간 72만 톤의 탄소를 감축하는 한편,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갠트리로봇(Gantry Robot)을 도입해 신선식품을 판매매장 단위로 분배할 수 있다. 갠트리로봇은 천장에 매달아 가로, 세로, 높이의 축에 따라 움직이는 제품 및 장치의 조립 과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이다. ‘LX 판토스 남청라물류센터’는 스마트셔틀 및 자율이동로봇(Autonomous Mobile Robots)을 활용한 첨단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곳은 K-팝 앨범 및 굿즈 상품의 글로벌 풀필먼트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 해외 특송과 국내 배송을 연계한 물동량의 핵심 거점이 됐다. ‘엘에스티 풍암물류센터’는 자동차부품 물류센터로 실시간으로 재고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광주권역 자동차 공장에 첨단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 최대 의약품 물류센터인 ‘지오영 수도권 허브센터’는 오토스토어, 미니로드, 피킹로봇 등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최적의 물류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국토부 관계자는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제도는 민간이 물류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물류기업을 지원하는 핵심 사업으로 업계 호응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물류산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스기사2
‘우수 물류신기술등 지정제도’
화물 입출고 자동, 로봇 하역작업 등 물류 신기술 활성화
‘우수 물류신기술 지정제도’는 국내 기업, 연구기관 및 대학 등에서 개발한 우수 물류신기술 등을 조기에 발굴해 기업의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우수 물류신기술등 지정제도 첫 시행 후 2023년부터는 물류신기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하반기 연 2회 접수 방식에서 수시접수 방식으로 변경했다. 물류신기술로 지정될 경우 최대 10년 동안 기술개발자금 등을 우선 지원받고 공공기관 우선 적용 및 구매 권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달청 입찰 시 가산점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우수 물류신기술로 지정된 기술들이다.
제1호. ‘경유 택배 트럭의 하이브리드 개조 기술’
디젤 소형화물트럭의 구동계에 전기모터를 삽입해 엔진과 전기모터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개조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1톤 택배 트럭의 경우 연비는 약 45% 향상되고 연 5.2톤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와 연 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제2호. ‘실시간 물류정보 모니터링 시스템’
화물차량에 설치한 스마트중량센서와 카메라, 위치확인장치(GPS), 물류창고 진출입로의 무인무정차 축중기를 통해 차량의 중량 및 위치를 기록한다. 이 기술로 과적 또는 폐기물 무단투기를 방지하고 모든 입출고 차량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제3호. ‘화물의 입출고를 자동으로 진행하는 레고형 셔틀 시스템’
물류센터 내에 설치한 레일과 리프트 등을 이용해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최대 50㎏ 미만의 상품 박스를 보관·이동·피킹할 수 있다. 공중 레일에서 화물을 공급하고 회수할 수 있는 승·하강 기능도 갖췄다. 기존 물류 시스템보다 유지보수 대응 시간이 단축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제4호. ‘스마트 물류센터 시설관리 시스템’
물류센터의 준공도면을 디지털화한 뒤 시설관리 단위별로 공간을 분할해 건축물, 건축설비, 대지, 구조물을 관리한다. 세밀한 부분까지 디지털로 관리하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만 생겨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화재나 안전사고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제5호. ‘택배화물 하역작업을 수행하는 하역로봇
강도 높은 업무인 택배화물 하역작업을 로봇이 대신한다. 하역로봇은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영상인식 알고리즘을 통해서 하역하고자 하는 화물의 적재상태를 인식한다. 박스 형태의 화물뿐 아니라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비닐 포장, 생수 등 이형화물까지 자동으로 하역할 수 있다.
제6호. 4분의 1 크기로 접히는 접이식 컨테이너
컨테이너의 모서리 기둥, 즉 도어 프레임을 접지 않고 반자동 접이장비를 이용해 컨테이너를 접고 펼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공 컨테이너를 접어 공간을 절약하고 컨테이너를 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물류 운송의 효율을 높였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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