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만료 온라인상품권도 사용 콘택트렌즈도 온라인서 구매

정부 ‘민생규제 혁신방안’ 발표… 167건 규제 개선
# 이사 준비를 하던 A씨는 집에 남아 있는 쓰레기종량제봉투 10여 개를 발견했다. 더 이상 필요없게 돼 봉투를 마트에서 환불받으려 했으나 마트에서는 구매 영수증을 요구했다. 해당 봉투를 어느 판매점에서 구매했는지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 A씨는 쓰레기종량제봉투 환불을 포기했다.
# 회사원 B씨는 2년 전부터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매하고 있다. 국내 안경원을 통해 구매할 때보다 더 저렴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B씨는 해외 직접구매(직구)는 허용하면서 국내 인터넷 구매는 금지한 현행 규제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연예인 C씨는 유튜브 방송 촬영을 위해 지방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려 했으나 여권 만료기간이 6개월 이내일 경우 출국할 수 없다는 것을 출국심사 과정에서 알게 돼 출국하지 못하고 촬영이 무산됐다.
이처럼 불합리한 규제로 인한 국민 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불필요한 쓰레기종량제봉투는 구매 영수증 없이도 가까운 판매점에서 환불하거나 신규 전입지역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안경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시행 중인 긴급여권 발급이 내년 하반기부터 김해공항에서도 가능해진다. 유효기간이 지난 온누리상품권도 쓸 수 있게 된다. 온누리상품권은 5년 유효기간이 지나면 사용이 불가능해 소비자와 상인 간의 마찰이 빈번했다. 해외여행 시 향수의 면세 용량도 60㎖에서 100㎖로 상향된다.

167건 민생규제 혁신방안 발표
정부는 11월 2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31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167건의 ‘민생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작지만 국민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민생규제를 발굴하기 위해 각 부처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확인했고 규제신문고와 중소기업옴부즈만 등을 통해 제안된 민생규제 과제 중 수용되지 않은 과제도 전수 검토했다”며 “국민의 불편·부담 규제와 중소·소상공인 규제 애로사항 등 총 167건을 발굴해 민생규제 해소방안을 신속히 마련했다”고 밝혔다.
규제 개선 과제 167건 중 50건은 국민이 일상적으로 겪는 불편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과제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실증특례 허용, 해외여행자의 향수 면세한도 상향, 쓰레기종량제봉투 환불 완화 및 전입지역 활용 허용, 외식업계 비전문 취업비자(E-9) 외국인력 고용 허용, 19세 이상 중증장애 손자녀의 노인복지주택 동반 입소 허용 등이다.
우선 콘택트렌즈 온라인판매 실증특례를 허용해 소비자의 구매 편리성을 제고한다. 과거 온라인으로도 거래됐던 콘택트렌즈는 2011년부터 국민 눈 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온라인 판매가 금지됐지만 해외 직구를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매하는 것은 허용되고 있다. 정부는 위험성이 낮은 일회용 콘택트렌즈부터 실증특례를 통해 온라인 구매 안전성을 검증하고 단계적으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구매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쓰레기종량제봉투는 이사를 앞두고 마트 등에서 환불을 받으려면 구매 영수증을 제출해야 했고 전입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행정센터에서 발급받은 스티커를 붙여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정부는 쓰레기종량제봉투를 영수증 없이도 가까운 매장에서 환불할 수 있게 하고 이사를 간 지역에서도 바로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1979년부터 60㎖로 제한돼온 해외여행자 향수 면세 한도를 100㎖로 상향하고 60세 이상이 입소할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에 중증장애가 있는 19세 이상의 손자녀 동반 입주도 허용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117건 개선
이번 민생규제 혁신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규제로 인해 겪는 애로사항 117건도 개선됐다. 양봉업 규제개선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산림의 훼손이 없는 범위에서 벌통 적치가 가능하도록 보전국유림 사용허가 범위가 확대된다. 보전국유림에서도 양봉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간지 등 보전이 필요한 국유림은 꿀벌 사육에 적합해 양봉업자들이 사용허가를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특히 양봉은 기존 국유림 지역에서 가능한 버섯류·산나물류 재배와 비교해도 산림 훼손 가능성이 낮아 규제개선의 부작용도 적다. 꿀벌의 활동에 따라 산림 식물 번식에도 도움이 된다.
숙박업주의 숙원 규제도 고쳤다. 현행법에 따르면 남녀 청소년은 숙박업소 혼숙이 금지돼 있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변조하거나 도용해 혼숙할 경우 숙박업자는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때문에 신분증 위·변조 등으로 인한 업주의 피해 사례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를 개선해 숙박업자가 주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지만 청소년이 숙박업자를 속이고 혼숙한 것이 인정될 경우 청소년 보호의무 위반 과징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개선사항들을 적용하기 위해 법령 개정 등 제도개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한 규제심판, 규제신문고, 중소기업옴부즈만 등 규제혁신체계를 총동원해 추가 민생규제 개선과제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해소해나갈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각 부처와 관련 단체는 개선된 정책이나 제도를 국민이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리고 불합리한 규제 등 민생 현장의 애로를 상시적으로 발굴해 신속히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업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민생규제 혁신 사례 베스트 5



국민이 뽑은 최고의 민생규제 혁신은?
‘공공 심야약국 확대’
‘공공 심야약국 확대’가 국민이 뽑은 최고의 민생규제 혁신 사례로 선정됐다. 국무조정실은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민생규제 혁신 대표 사례 20개에 대해 대국민 투표를 진행한 결과 ‘공공 심야약국 확대’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11월 20일 밝혔다. 10월 24일부터 11월 7일까지 2주간 진행된 투표에는 총 7209명이 참여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를 통해 ‘민생규제 혁신 사례 베스트5’를 선정해 발표했다.
1위로 꼽힌 공공 심야약국 확대는 심야시간대나 공휴일에 약국이 없어 참거나 응급실에 가야했던 국민의 어려움을 반영, 심야약국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공공 심야약국은 기존에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운영됐으나 법에 따른 근거가 없어서 국비지원 등이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약사법을 개정해 공공 심야약국의 법적 근거를 신설해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개정된 약사법은 2024년 4월부터 시행되지만 지원 근거가 마련되면서 이미 국비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무조정실은 “공공 심야약국 설치 확대로 심야 시간대 및 공휴일에 약품 구매가 어려웠던 국민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위는 미혼부의 출생신고제도 개선 및 자녀 관련 혜택 선제 제공이다. 기존 복잡했던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 과정을 개선했다. 그동안 국가 의료 및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유령아동’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관련 지침이 개정되면서 출생신고제도 자체의 개선은 물론 출생신고 전이라도 건강보험, 아동수당을 비롯한 각종 의료·복지혜택을 제공해 미혼부의 자녀 양육환경을 개선했다.
3위는 신규계좌 이용자의 금융거래 한도 제한을 합리화한 사례다. 금융거래 한도가 1일 30만 원에 불과한 신규계좌를 상향했다. 또한 신규계좌 개설을 위한 증빙서류가 창구마다 달라 특별한 수입이 없는 청년과 전업주부, 신설법인 등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과도하게 제약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또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용자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했다.
4위는 입국 시 세관신고 물품이 없을 경우 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사례가 선정됐다. 인터넷 포털의 잦은 비밀번호 변경 규정을 완화한 사례가 5위였다.
베스트5 사례 외에도 ▲휴대폰으로 관세를 납부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는 ‘모바일 관세납부서비스 및 환급서비스’ 구축 ▲재난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량이 주유소에 들르지 않고 구조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이동주유’ 허용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유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임대형기숙사’ 용도 신설 ▲섬 지역 에어컨·냉장고 설치·수리를 위한 ‘냉매·용접용 가스 여객선 운송’ 허용 등의 민생규제 혁신 사례도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무조정실은 “앞으로도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국민의 행복한 일상을 위해 작은 불편까지 걷어내는 민생규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