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100만 시대 혹시 우리 부모님도? “전화로 1분 만에 고위험군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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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헬스케어 전문기업 세븐포인트원 이현준 대표
행정안전부는 2024년 12월 24일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 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 1286명)의 20%를 차지했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환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월 12일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치매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치매 환자 수는 97만 명, 2026년에는 100만 명, 2044년에는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치매 위험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025년 298만 명, 2033년엔 4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치매는 환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2023년 기준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639만 원이다.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에 소요되는 국가 치매관리비용은 22조 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를 차지한다. 2070년에는 약 215조 2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예방과 조기 진단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헬스케어 전문기업 세븐포인트원 이현준(41) 대표는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치매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솔루션인 ‘알츠윈(Alzwin)’을 개발했다. 치매에 걸리면 초기 증상으로 언어 유창성과 의미 기억력이 저하된다. 알츠윈은 전화로 1분간 AI와 대화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언어 유창성과 의미 기억력을 분석, 뇌 활성화 상태를 파악해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에 판별한다. 세븐포인트원은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알츠윈으로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알츠윈은 2023년 경기도 광역치매안심센터의 공식 스마트 인지 검사 시스템으로 선정된 후 2024년에는 경기 전역으로 사업이 확장됐고 약 8000명의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치매안심센터로 연계했다. 전북 전주시와 협력 사업에서는 약 800명의 치매 고위험군을 추가로 선별했다. 이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기존의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할 뿐만 아니라 인력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한 그는 2011년 글로벌 금융회사인 메릴린치에 들어가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투자은행 업무를 담당했다. 2015년에는 국내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재무 부사장을 지냈고 2017년 세븐포인트원을 창업해 가상현실(VR)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치매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 2018년 치매 분야로 방향키를 튼 뒤 AI와 VR을 활용한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치매 분야로 눈을 돌린 계기가 궁금하다.
회사를 설립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서울 종로구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고향 얘기를 자주 하곤 했다. VR로 사업을 하던 때라 어르신들의 고향 풍경을 VR 콘텐츠로 만들어 보여드렸는데 너무나 좋아했다. 약간의 치매 증상을 가진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VR 체험을 하며 젊은 시절을 선명히 기억해내고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 VR로 추억을 환기시키는 게 치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가까운 가족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매라는 병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치매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기 위한 기술에 집중했다.
치매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빨리 발견해 약물을 투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가족 중 한 분이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치매를 의심한 건 2012년부터였다.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걸 느끼면서도 정확하게 어떤 걸 치매 증상이라고 봐야 하는지 확실히 몰랐고 현실을 외면하기도 했던 것 같다. 빠르게 대처했다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도 있었을 텐데 6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게 너무 안타까웠다. 치매는 환자 본인도, 돌보는 가족도 힘든 질병이다.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 치매를 조기에 찾아내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AI를 활용해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해내는 ‘알츠윈’을 개발했다.
알츠윈은 어떻게 치매 고위험군을 찾아내나?
피검사자에게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이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어를 계속 말하게 한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을 모두 얘기하시오”, “지금 떠오르는 과일 이름을 모두 얘기하시오”, “지금 떠오르는 동물 이름을 모두 얘기하시오” 하는 식이다. 테스트는 약 1분간 진행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개발에 참여한 이 방법은 치매 초기에 쉽게 저하되는 언어유창성 및 의미기억력을 분석한다. AI가 20가지 알고리즘으로 피검사자의 답변을 분석해 뇌의 활성화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쉽고 간단하게 뇌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치매 선별검사는 치매안심센터나 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지 않나?
고령층에게 치매는 암보다 무서운 병이다. ‘내가 진짜 치매 진단을 받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크다 보니 치매안심센터나 병원 방문을 꺼린다. 15~40분 정도 걸리는 치매 선별검사(CIST·MMSE)도 번거롭게 여긴다. 이 때문에 치매 증상을 자각하고 병원에 방문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치매 진단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을 위해 다른 방식의 진단법이 필요했다. 알츠윈은 전화를 이용해 1분 만에 빠르고 간단하게 테스트를 마친다. 분석 과정엔 AI를 적극 활용한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치매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 고령층의 거부감이 적다. AI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검사보다 더 정확하고 인력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AI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확보가 중요할 텐데.
좋은 요리를 하려면 신선한 재료가 필요하듯 모델 고도화를 위해선 다양한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야 한다. 의사나 연구자 출신이 아니라 사업 초기에는 데이터 확보에 애를 먹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바우처지원사업에 참여하고 병원이나 보험사, 제약사,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하면서 유효데이터를 확보해 AI 기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곳에서 알츠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알츠윈의 효과도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12월 알츠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츠하이머형 치매 선별을 위한 언어유창성평가(CVFT) 기반 소프트웨어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은 새로운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인체에 적용하기 전에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 또는 연구를 진행해도 좋다는 공식적인 허가 절차를 말한다. 이 임상시험을 통해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게 된다. 알츠윈이 의료기기로서 새롭게 도약할 기회기도 하다.
‘기억회상요법’을 적용한 VR 서비스 ‘센텐츠(SENTENS)’도 개발했다.
고령일수록 단기기억력이 약해지는 대신 장기기억력은 강해지는데 이때 장기기억을 자극해 인지건강을 높이는 것이 기억회상요법이다. 센텐츠는 VR을 활용해 그와 같은 자극을 다양하게 줄 수 있다. 77개 VR 콘텐츠로 인생의 가장 빛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고 연계된 인지심화 학습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킨다. 우울감도 완화시킨다. 알츠윈이 치매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진단에 초점을 맞췄다면 센텐츠는 진단 이후 관리 및 개선에 집중하는 셈이다.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와 이로 인한 치매 환자 증가는 주요 선진국과 개도국에서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치매 조기 진단과 예방에 알츠윈을 활용하려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대형 헬스케어 그룹과 연간 25억 원 규모의 계약의향서(LOI)를 체결했고 일본 지방정부 및 여러 병원, 연구기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인 미국에서도 알츠윈은 인정받고 있다. 2024년 10월 알츠윈은 AI 기반 2등급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을 마쳤다.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인 미국에서 신뢰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더 나아가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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