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지키고 환경도 지키고 러너들 몰리는 ‘붕어빵런’ 코스에 특별한 바닥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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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붕어빵 런’.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산책로와 축구장을 둘러싼 트랙을 한 바퀴 돌면 그 궤적이 마치 붕어빵 같아 이름 붙은 러닝 코스다.
러닝의 재미를 더하고 싶은 러너들이 북적이는 이 길에는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일부 구간이 친환경 소재인 코르크로 깔렸다는 점이다. 와인병의 마개로 많이 쓰이는 코르크는 코르크나무 껍질에서 얻는 천연 소재다. 껍질만 가지고 가공하므로 나무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재미와 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을 10월 12일 방문했다. 추석 연휴 내내 비가 오다 모처럼 갠 날씨에 공원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러닝을 하거나 산책 나온 이들이 많았다. 코르크가 깔린 산책로는 정문으로 입장하면 만날 수 있는 열린 무대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동물원, 놀이동산, 숲길을 지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2㎞ 구간에 3600㎡ 규모로 조성됐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내내 울창한 숲이 이어졌다. 1973년 개장해 50년 이상 가꿔온 공원이니만큼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키 큰 나무가 많았다. 번잡한 도로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도 공기가 달랐다. 더군다나 코르크 길 덕분에 자연 속으로 마치 공간 이동을 한 것 같았다. 나무와 비슷한 밝은 갈색의 코르크 바닥재가 한쪽 면을 따라 이어졌다.
울창한 숲속 코르크 길 따라 달려요
전날까지 내린 비로 바닥이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부스러진 코르크 마개를 만질 때 느낄 수 있는 오돌토돌한 질감이 발을 잡아주었다. 유아차도 부드럽게 잘 밀리고 휠체어 이동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적당한 탄성을 갖춰 오래 걸어도 발목이나 관절의 부담을 덜어준다. 평소 러닝이 취미인 30대 남성도 “물이 고이거나 파인 곳도 없고 적당히 단단해 달리기에 좋다”며 “환경까지 생각한 길이라고 하니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을 관리·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은 2024년 코르크 바닥재를 시범 설치했다. 이전에 설치한 고무칩 바닥 포장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갈라지는 등 이용자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교체할 재료를 찾다가 바닥재로서의 기능을 충족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코르크를 선택했다. 공원의 자연친화적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점도 판단에 한몫했다. 시범 설치 결과 만족도가 높아 올 5월 차량 이동이 많은 곳과 광장 등을 제외한 전 구간에 코르크 바닥재를 확대설치했다.
정문에서 동물원으로 향하는 산책로 왼편으로 꿈틀꿈틀정원놀이터가 보였다. 놀이동산, 동물원과 함께 이 공원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천연 목재를 활용한 놀이기구와 벤치 등 친환경 콘셉트로 조성한 이 놀이터의 바닥 역시 코르크 소재다. 우레탄, 고무칩 등을 바닥재로 쓴 놀이터들과는 달리 인공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놀이터 이곳저곳을 누볐다. 뛰다가 넘어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금세 손을 털고 일어났다. 네 살 아이와 함께 왔다는 한 주민은 “천연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더 안심”이라며 “바닥도 푹신해서 아이들이 넘어져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놀이터 한쪽에선 무릎에 보호패드를 하고 아장아장 걸음마 연습을 하는 아기도 보였다.
산책로를 걷다 만난 건강마당 두 곳에도 코르크 바닥재가 깔려 있었다. 건강마당은 인근 주민이나 방문객이 가벼운 운동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고무칩·우레탄보다 친환경적
서울어린이대공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코르크 바닥재는 바닥재로 많이 쓰이는 고무칩이나 우레탄과 비교해 친환경적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물질별 ‘탄소발자국(원자재 채취부터 생산·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무와 우레탄은 1㎏당 각각 4.5㎏, 2.4㎏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코르크와 비슷하게 나무에서 얻는 소재인 천연고무는 1㎏당 1.81㎏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고무에 비하면 절반 이상, 우레탄과 비교하면 25% 가까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이다.
고무나무 수액으로 만드는 천연고무는 나무로 만든다는 점에선 코르크와 같지만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나무를 잘라야 한다. 코르크는 별도의 탄소발자국 기준이 없어 비슷한 천연고무와 비교했지만 실제 환경적 측면에서의 효과는 더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코르크는 천연 소재로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버릴 때도 가연성 폐기물이 아니라 매립·소각이 되지 않아 환경 부담이 적다. 친환경 바닥재로 알려지면서 코르크 산책로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수원월드컵경기장 중앙광장에 호텔에서 버려지는 와인용 코르크 마개 등을 수집해 길이 320m, 폭 2m의 원형 산책 코스를 꾸몄다. 이듬해에는 주경기장 외부 트랙으로까지 코르크 바닥의 범위를 확대했다. 서울 성동구는 구청사 인근 노인 쉼터 바닥에 분쇄한 코르크를 깔았다. 서울시설공단도 축구장 트랙이나 다른 건강마당에도 코르크 바닥재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고유선 기자
*코르크
코르크는 나무의 외피와 내피 사이의 두꺼운 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대개 코르크나무의 껍질을 뜻한다. 코르크나무는 지중해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참나뭇과의 상록수다. 두꺼운 나무껍질이 특징이다. 나무를 베지 않고 껍질만 9~10년 간격으로 벗겨내는 방식으로 채취해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코르크는 벌집 구조로 가볍고 탄성이 뛰어나며 방수·단열에 우수해 각종 마개와 바닥재, 단열재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코르크나무는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껍질을 벗기면 더 많은 가스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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