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열어 쇼핑하고 예약하고 ‘슈퍼앱’으로 변신하는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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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챗GPT가 컴퓨팅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꾸고 있다. 이제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찾거나 설치할 필요가 없다. 챗GPT가 알아서 필요한 앱을 불러오고 대화창 안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대화가 곧 인터페이스가 되고 챗GPT는 그 중심에서 새로운 ‘인공지능 운영체제(AI OS)’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데브데이(DevDay)’에서 챗GPT를 위한 ‘앱 SDK(Apps SDK)’를 공개했다. 이름은 다소 기술적으로 들리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챗GPT 안에서 앱을 바로 실행할 수 있게 하는 도구다. 스마트폰의 앱스토어가 ‘설치’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었다면 챗GPT는 ‘대화’로 앱을 발견하고 실행하는 플랫폼으로 전환 중이다.
이날 시연은 미래의 컴퓨팅을 압축해 보여줬다. 사용자가 “코세라, 머신러닝을 가르쳐줘”라고 말하자 챗GPT는 자동으로 세계 최대 온라인 강의 플랫폼 코세라 앱을 불러와 강의를 재생했다. 영상이 대화창 상단에 고정되고 사용자가 “지금 강사가 하는 말을 더 자세히 설명해줘”라고 말하자 챗GPT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해 해설을 덧붙였다.
이어 디자인 툴 ‘캔바(Canva)’와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가 연결됐다. 사용자가 “강아지 산책 스타트업을 만들 거야. 슬라이드를 만들어줘”라고 입력하자 캔바가 작동하며 슬라이드 시안을 자동으로 생성했다. “사업이 잘돼서 확장하려고 해. 어디가 좋을까?”라는 질문에는 AI가 맥락을 이해하고 피츠버그를 추천했다. “그럼 집을 알아봐야겠네”라는 말에 챗GPT는 즉시 ‘질로우’를 불러와 매물 지도를 띄웠다.
모든 과정은 하나의 화면, 하나의 대화창 안에서 완결됐다. 앱 SDK는 현재 프리뷰 버전으로 공개됐으며 무료·플러스·프로 사용자에게 순차적으로 적용 중이다. 오픈AI는 향후 기업·교육용 버전에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앱 설치 대신 명령 한 줄만 입력
이번 시연은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컴퓨팅의 작동 원리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사용자는 여러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하며 창을 전환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화 한 줄이면 충분하다. 오픈AI는 교통, 쇼핑, 예약 등 일상 서비스와의 연결도 확대하고 있다. 우버와의 협력처럼 “나 명동에 가야 하는데 몇 시에 출발하면 될까?”라고 묻는 순간 챗GPT가 스케줄을 계산하고 “우버로 바로 연결해드릴까요?”라고 제안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사용자는 더 이상 스마트폰의 홈 화면을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 디자인, 금융, 부동산, 교통 등 다양한 업무가 하나의 대화창에서 동시에 처리된다. 결국 오픈AI가 제시한 방향은 ‘앱 중심’에서 ‘대화 중심’으로, ‘기기 중심’에서 ‘지능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오픈AI가 챗GPT를 AI 시대의 새로운 ‘윈도’ 혹은 ‘iOS’로 키우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의 목표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혁신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오픈AI는 아이폰을 디자인한 전설적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손잡고 ‘AI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행사에 등장한 아이브는 “이 기기가 단순히 똑똑하거나 효율적인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더 행복하고 연결된 존재로 만드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스마트폰은 AI를 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이브는 이미 10여 개 이상의 디자인 콘셉트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형태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그의 발언대로라면 디스플레이가 없고 AI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형태의 기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외신들은 이 기기가 “화면이 아닌 대화로 작동하는 최초의 개인형 AI 장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두 사람의 협업은 단순한 하드웨어 개발을 넘어 ‘스마트폰 이후의 컴퓨팅’을 예고한다.
스마트폰이 ‘손안의 인터넷’을 구현했다면 오픈AI와 아이브가 구상하는 AI 단말기는 ‘주변의 지능(Intelligence in the environment)’을 구현하려는 시도다.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AI가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를 예측해 먼저 행동하는 방식이다. 이는 인간이 화면과 키보드, 앱에 의존하던 시대를 넘어 AI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새로운 경험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결국 오픈AI가 향하는 곳은 명확하다. 대화로 모든 것을 연결하고 AI가 인간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세상이다. 기기를 손에 쥐던 시대가 저물고 AI가 주변에 머무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오픈AI는 그 문 앞에서 챗GPT를 ‘슈퍼앱’이자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원호섭
과학이 좋아 마블 영화를 챙겨보는 공대 졸업한 기자.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10대가 알아야 할 미래기술10’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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