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뮷즈 사려고 한국 찾아요” 박물관이 K-컬처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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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니시모토 아오이 씨의 가방에는 한국 여행에서 모은 키링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10여 차례 방한 동안 하나씩 사 모은 것들이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 콘서트장에서 구입한 응원봉 모양 키링, 멤버들을 상징하는 다양한 인형 키링,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산 고려청자 모양 키링까지 있었다. 니시모토 씨는 “1년에 한 번은 한국에 오는데 한국에서 ‘박물관 굿즈’가 인기라는 얘기를 듣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굿즈를 구입했다”며 “방방곡곡 한국을 다녀본 지금은 콘서트 굿즈를 구입하려고 일부러 한국에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어 ‘goods’에서 유래한 ‘굿즈’는 한국에서 한층 넓은 의미로 쓰인다. 처음에는 K-팝 등 대중문화 분야에 한정해 캐릭터 상품이나 아이돌 그룹 관련 상품을 가리켰지만 최근에는 전시·박물관 등에서 판매되는 고유한 기념품까지 포괄하는 말로 확장됐다. 세계 어디에서나 굿즈를 파는 관광지·명소는 흔하지만 굿즈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K-굿즈’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사실 K-팝 팬덤은 굿즈를 통해 결속력을 다져왔다. 응원봉·머플러처럼 팬들을 하나로 묶는 굿즈는 필수 소장품이다.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팬들이야말로 K-팝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도 먼저 찾는 ‘뮷즈’
K-팝 팬덤과 굿즈의 끈끈한 결속력은 K-컬처와 K-굿즈의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 K-컬처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K-굿즈를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K-굿즈 자체를 관광이나 방문의 목적으로 삼는 경우도 늘고 있다. K-굿즈가 K-컬처와 K-관광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뮷즈’다. 뮷즈는 ‘뮤지엄(museum)’과 ‘굿즈(goods)’가 결합된 신조어로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자체 제작 상품을 일컫는다. 순식간에 품절된 ‘곤룡포 비치타월’, 한 달에 4만 개 가까이 팔린 ‘까치 호랑이 배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품 기획을 총괄하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김미경 상품사업본부장은 2024년 8월 ‘K-공감’과의 인터뷰에서 “박물관에 오지 않는 사람도 사고 싶게끔 상품 개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점을 찾는 외국인 중에는 처음부터 뮷즈 구입을 목표로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온 제이든 윌킨슨 씨는 “한국에 오기 전 레딧(미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꼭 사야 할 것들’을 물어봤는데 여러 사람이 박물관 기념품을 추천했다”며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고를 수가 없을 정도”라고 웃었다. 그는 “처음엔 기념품점에만 들를 계획이었지만 전시도 보고 싶어 계획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하루 종일 박물관에 머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2024년 뮷즈 매출액은 212억 8400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149억 7600만 원)보다 42%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구매 비중도 2020년 5.9%에서 2024년 16.8%로 상승했다. 특히 20~30대의 구매가 과반을 넘었다.
K-굿즈의 흥행은 한국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K-굿즈의 매력을 느끼려면 한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급부상한 ‘갓’은 단순히 한복에 곁들이는 모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틱톡에는 갓을 직접 만들어보는 외국인들이 등장하고 전통 방식으로 갓을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에는 “문화와 전통, 그리고 영혼에 푹 빠져보는 경험”, “한국 문화권이 아닌 사람들도 이 영상을 보게 돼 다행”이라는 댓글이 이어진다. 액세서리가 아닌 수공예품·문화유산으로서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뮷즈에서 판매되는 갓 모양 키링도 품절 상태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기념품점에는 갓이 전면에 걸리고 한복 대여점에서도 갓을 착용해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K-굿즈와 관광산업, 문화콘텐츠 산업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일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해외 전용 온라인 뮤지엄숍(www.muds.kr)을, 국가유산진흥원은 해외 전용 K-heritage 쇼핑몰(en.khstore.or.kr)을 열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K-굿즈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효정 기자
2025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수상작
역대 최고 경쟁률
와인마개·누룽지 스낵 등 25점 발표
한국관광공사는 8월 27일 ‘2025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기념품 부문 최종 수상작 25점을 발표했다. 역대 최고인 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번 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K-굿즈는 ‘조선왕실 와인마개’였다. 경복궁 근정전 어좌 위에 왕이 앉은 모습을 형상화한 제품으로 외국인 심사단의 호평을 받아 신설된 ‘글로벌 인기상’도 함께 수상했다.
혁신상을 수상한 K-굿즈들도 눈에 띄었다. 해물파전과 김치전의 바삭한 식감을 표현한 누룽지 스낵 ‘전바삭해요’나 전통 한지를 여러 겹 덧붙인 ‘낭도 한지가죽 카드지갑’ 등 네 개 제품이 혁신상을 받았다. 수상작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갓을 모티브로 한 ‘이리오너라 갓 풍경’, ‘조선의 멋, 갓잔’ 등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공모전에서는 3만 원 이하 합리적 가격의 제품이 다수 선정돼 소비자의 구매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한국관광공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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