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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미세 플라스틱 킬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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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플라스틱 폐기물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매일 배출되는 막대한 양은 환경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눈에 보이는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회수해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바닷물에 이미 녹아든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은 수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물속의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는 음파 이용 기술 및 친환경 필터 개발 등의 희소식이 전해졌다. 과연 이들 기술은 지구촌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국내 연구팀, 마찰대전 발전소자 이용한 제거 기술 최초 개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롤런드 가이어 교수팀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의 총량은 89억 톤이다. 이 가운데 2015년 기준으로 63억 톤의 플라스틱이 폐기물이 됐다. 이 중 6억 톤은 재활용되고 8억 톤은 소각됐다. 나머지 49억 톤은 매립되거나 버려졌다. 이는 폐기된 63억 톤 중 77%에 해당하는 양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바다에 버리기도 하고 강 또는 배수구 등을 타고 흘러간 것도 있다. 폭우·태풍 등에 의해 휩쓸려가기도 한다. 이렇게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15~31%가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주로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이 햇빛과 파도를 만나 자연적으로 풍화되며 생성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지름이 5㎜보다 작은 플라스틱이다.
바다 한가운데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60리터짜리 플라스틱 부표(물 위에 띄워 표적으로 삼는 것)가 분해되면 미세 플라스틱 약 400만 개가 만들어진다. 또 스크럽 화장품이나 치약·보디워시 등에 첨가하기 위해 처음부터 플라스틱을 미세한 알갱이로 만들기도 한다. 피부나 치아를 문지를 때 때가 잘 제거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물로 헹궈낼 때 이런 미세 플라스틱도 같이 하수구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닷물 1㎥당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0.001~1개 있다고 추정한다. 예를 들어 북태평양 해류에는 1㎥당 0.1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 이 미세 플라스틱 1개를 검출하려면 최소 1만리터의 물을 떠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해양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며 “과감한 조치가 없으면 2050년쯤엔 플라스틱이 모든 바다의 물고기를 짓누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해왔다.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s)이라는 소재를 개발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보급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미생물이나 곤충을 이용해 생분해시키는 연구들도 이뤄지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런 가운데 2022년 7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조한철 박사팀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주혁 교수팀이 물속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만 걸러내 제거할 수 있는 친환경 필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환경오염 없이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크기는 물론 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까지 제거할 수 있는 필터다.
연구팀의 필터는 전기의 성질을 이용했다. 상당수의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아주 미세한 음극(-)을 띠고 있다. 그래서 연구팀은 물속에 발전기를 넣고 전류를 흘리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물속에 전류가 흐르면 전기적 성질이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면서 흩어져 있던 미세 플라스틱이 필터의 양극(+) 쪽 기판에 달라붙는다. 이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만 걸러내는 것이다.
발전기에서 나오는 전류는 발전기 내부 소자의 마찰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외부 전원이 필요 없다. 이른바 ‘마찰대전(摩擦帶電) 발전소자’다. 마찰대전으로 만들어지는 전류는 물속 생물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낮은 전류라 해양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에너지’에 실렸다.

음파 조절해 초미세 플라스틱까지 분리·포집
최근 미국 뉴멕시코광업기술대 연구팀도 음파를 이용해 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과는 물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필터를 쓰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해 관리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연구팀은 혈액에서 생물학적 입자를 분리할 때 음파를 쓴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음파로 분리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 실제로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물을 강철 튜브에 흘려보내면서 음파를 조절해 분리·포집한 결과 1단계에서 180㎛ 미만의 초미세 플라스틱을, 2단계에서는 그보다 큰 미세 플라스틱을 포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음파 기술과 한국 연구진의 친환경 필터가 실용화되면 미세 입자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 등 해양 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도 흡수된다. 플라스틱의 진짜 문제는 독성이다. 플라스틱 자체에 ‘비스페놀’, ‘프탈레이트’ 등 내분비계(신체 호르몬을 생산하는 조직들) 교란 물질인 환경호르몬이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19년 사람 한 명이 미세 플라스틱을 매주 ‘5g(약 2000개 조각)’ 정도 먹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신용카드 한 장 분량과 맞먹는 양이다. 섭취 경로는 물·갑각류·소금 순이다. 다행히 대부분 배출되지만 일부가 장기 등에 남아 생식 기능을 떨어뜨린다.
세계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제거 방법을 찾기 위해 지금도 연구에 몰입 중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법은 무엇보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필수다. 그러려면 개인, 지역사회, 정부, 국제사회 등의 집단적 행동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소비 감소, 폐기물 관리 인프라 개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정책 등 국제사회의 협력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더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미래를 향한 길을 열 수 있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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