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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가족 수와 상관없어요” 홀로 육아 덕에 프로 살림러 아들이 최고의 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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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대디 육아서 ‘아빠가 엄마야’ 저자 이상혁 씨
“주말엔 시형이 스케줄부터 확인해야 겨우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아이 사춘기 오기 전에 빚을 내서라도 많이 놀러다니란 주변 사람들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니까요. 하하.”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 시형이를 곁에 두고 아빠 이상혁 씨는 이같이 말했다. 스물여덟,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찾아온 아이는 어느새 키도 덩치도 쑥쑥 자라 함께 다닐 때면 “형제 아니냐”는 소리까지 듣는다. 하지만 직장 회식자리에 따라갈 만큼 ‘껌딱지’였던 시형이가 가족보다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면서 한참을 졸라야 겨우 주말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이 씨는 “늘 언제 오냐며 떼쓰던 아이가 며칠 전 해외출장에서 돌아왔을 땐 ‘아빠 안 피곤해? 한식은 안 먹고 싶어?’ 라고 말하는 걸 보며 정말 많이 컸구나 느꼈다”며 웃었다.



“싱글대디는 소수 중에서도 소수”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시곗바늘은 유독 바삐 흘러간다지만 그가 아들의 성장을 남달리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씨는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든 싱글대디. 갑자기 주어진 여유 시간이 낯선 까닭은 ‘2인 1조’가 기본인 ‘육아 전쟁’에서 살아남으려 긴 터널을 홀로 지나온 탓이다. 그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11명이 뛰는 축구경기에서 선수 하나가 영원히 퇴장당한 팀에 속한 것과 같았다”면서도 “힘겹게 육아와 살림을 해내야 했던 시간은 돌아보니 나를 살리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싱글대디의 육아분투기는 그의 저서 ‘아빠가 엄마야(2022)’에 고스란히 담겼다. 책을 쓴 것은 아이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빠와 단둘이 살게 된 것을 원망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았을 때 이 책을 꺼내보며 ‘아빠가 나에게 최선을 다해줬구나’ 하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싱글대디와 개구쟁이 아들의 좌충우돌 동반성장기’라는 부제를 단 책 속엔 시형이가 46개월이 되던 해 아내와 이혼한 뒤 그가 홀로 아이를 키워온 지난 8년간의 시간이 빼곡하다.
육아는 생의 가장 힘든 과업 중 하나지만 그 주체가 엄마가 아닌 아빠라는 사실만으로도 책 속의 문장은 새롭게 읽힌다. 책은 출간 이후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추천도서로 선정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꼽은 세종도서 목록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씨는 “한부모가정 중에서도 소수에 속하는 싱글대디로서 아빠면서 동시에 엄마이기도 한 나만이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2기 고용노동부 워킹맘&대디 현장 멘토단으로 활동하며 일하는 엄마, 아빠를 위한 정책 제안에 힘쓰는가 하면 시형이와 함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싱글대디와 아들의 일상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가족의 행복은 구성원의 숫자에 달린 것이 아니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매일 SNS에 ‘등교룩’ 올린 이유
물론 ‘홀로육아’가 처음부터 수월했을 리 없다. 그도 아내와 함께 살던 시절엔 육아와 집안일은 여자가 하고 남자는 밖에서 돈 벌어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럼에도 혼자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만했다. 그러나 내 마음만 편했을 뿐 주변 사람들 모두 편치 못했다. 아빠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대한 선입견은 의(衣)와 식(食)에 집중됐고 싱글대디임을 고백하면 여지없이 이 같은 말이 돌아왔다. “그럼 살림은 누가 해?”
육아는 여자가 더 잘할 것이란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엄마 없는 아이라 그렇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살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과 아이의 등하원 시간이 맞물려 늘 시간에 쫓기면서도 집안 정리에 열을 올렸다. 시형이가 먹을 음식은 무조건 직접 요리하고 옷도 신경썼다. 특히 예쁜 그릇에 플레이팅한 식단, 색조합까지 공부하며 입힌 아이의 ‘등교룩’은 매일 누리소통망(SNS)에 올렸다. 어느 순간 주변의 우려는 “요리는 어디서 배웠냐”, “옷은 어디서 사 입히는지 알려달라”는 관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SNS를 시작한 건 스스로의 약속 같은 거였어요. 아무리 피곤해도 식사는 직접 해먹고 옷도 대충 입히지 않겠단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요. 사실 아이가 옷이 구겨진 채로 다니기라도 하면 엄마가 챙겨주지 못해 그런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진 않을까 걱정이 컸거든요. 남들에게 잘 살고 있다 보여주려 강박적으로 열심히 했던 살림도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재미가 붙었어요. 다른 애들은 아침에 머리에 까치집 얹고 오는데 시형이는 늘 단정한 차림이란 얘기를 들을 때면 더 열정적으로 육아에 매달렸죠. 칭찬은 육아도 즐기게 해주더군요(웃음).”
한부모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체력저하는 ‘살림을 운동처럼 하기’로 극복해냈다. 늘 2인분 이상의 몫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우울증까지 찾아오자 그가 찾아낸 극단의 처방이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운동이라 생각해 시형이를 안은 채 스쿼트를 하고 청소할 땐 일부러 동선을 불편하게 짜 몸을 많이 움직이도록 했다. 아무나 따라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집콕육아’를 하며 다운된 기분을 떨쳐내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는 것이 ‘긍정육아맨’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좀체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내가 과연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에 관한 의문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시형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땐 일부러 엄하게 대하면서도 맞는 훈육법인지 혼란스러웠고 아이가 피곤해하는 날엔 하루쯤 목욕은 건너뛰어도 좋을지, 규칙은 어떤 상황에서든 지키도록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는 미로 같던 육아에 방향키가 돼줬다. ‘아빠, 나 오늘은 체육활동 많이 해서 목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목욕하고 자자!’
“아내 없이 아이를 키우다보니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점검해야 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시형이의 한마디는 육아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란 걸, 육아의 팀워크는 부부 간의 호흡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란 걸 가르쳐줬어요. 육아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는 사실 나와 역할을 나누고 더 좋은 아빠가 되도록 교정해줄 가장 중요한 팀원이었던 거죠.”



“호기심은 잠시뿐 배려와 응원이 훨씬 커”
혼외출산, 이혼 등의 사유로 갈수록 한부모가정은 늘고 있지만 스스로 싱글대디 혹은 싱글맘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세상의 편견으로 아이가 입을 상처를 걱정해서다. 하지만 이 씨는 외려 상처를 안 받기 위해서라도 한부모가정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야만 ‘엄마는 어디에 있냐’, ‘왜 늘 아빠하고만 다니냐’는 등 주위에서 무심코 던진 말에 아이가 당황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혼 직후부터 직장 동료와 아이 친구 부모들에게 싱글대디임을 밝혔다. 직장에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휴직 제도 등을 사용해야 했고 이웃에겐 혹시 닥칠지 모르는 위급상황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덕분에 분에 넘치는 배려와 응원을 받았다.
“싱글대디로 사는 건 늘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일이에요. ‘왜 아빠가 애를 키우지? 엄마가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하죠. 잠깐은 불편할 수 있지만 저는 먼저 사정을 설명하고 친해지려 노력했어요. 시형이 친구 엄마들에게 ‘오늘 시형이 한 시간만 봐줄 수 있냐’고 물으면 다들 ‘아이들은 같이 보는 게 더 편하다’며 선뜻 도와주죠. 시형이 친구들은 제가 등하교 해주는 게 힘들까봐 자기들끼리 가겠다며 등교모임까지 만들었어요. 홀로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싱글맘·싱글대디라면 주변에 먼저 마음을 열어보세요. 호기심은 잠시뿐 관심과 도움의 온정이 훨씬 깊고 진합니다.”
이 씨는 최근 ‘웃픈’ 악몽을 꿨다. 코밑에 거뭇거뭇하게 수염이 나고 변성기로 목소리가 굵어진 소년이 등장해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부모의 이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아이는 한 번도 불만을 가진 적 없지만 사춘기를 앞둔 시형이를 무의식 중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어려움과 마주한다 해도 그것을 넘어설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팀워크로 똘똘 뭉쳐 지나온 시간들이 디딤돌이 돼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처음엔 홀로 하는 육아가 막막해 2년간 청소년정신건강전문의 상담을 받았어요. 그때 들은 얘기가 사춘기 자녀가 부모의 이혼을 탓하더라도 화내거나 혼내지 말고 아이가 어떤 이유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에 집중해 대화를 나누라는 거였어요. 시형이는 커가면서 생각도 달라지고 애정표현을 어색해할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제가 더 많이 사랑해주면 되죠. 우리는 한 팀이니 잘할 수 있다고, 지금까지도 잘 커줘서 고맙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이 씨는 책 ‘아빠가 엄마야’에 이렇게 썼다. 아이는 살다보면 으레 멍이 들기도 하는데 그때 멍이 생긴 이유를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대신 아이와 부모가 서로에게 상처를 없애는 특효약이 돼주자고. 행복한 가정은 구성원의 숫자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서로를 향한 애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조윤 기자

*워킹맘&대디 육아 현장 멘토단
고용노동부가 일·육아를 병행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육아지원 제도의 실제 사용 경험을 듣고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운영.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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