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마법약, 투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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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행을 하다보면 보라색 투구를 쓴 병정들이 길 양쪽에 서서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투구꽃이 지천으로 핀 것이다. 투구꽃은 꽃 모양이 정말 특이하다. 꽃 한 송이의 길이는 3㎝ 정도로 꽃을 보면 왜 투구꽃이라고 하는지 금방 짐작할 수 있다. 위쪽 화피가 투구 또는 고깔처럼 전체를 덮고 있다. 한 꽃대에 10여 송이까지 달려 있는 모습이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보초를 서고 있는 것 같다.
투구꽃은 제주를 제외한 전국 산에서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해발 400m 이상 계곡과 능선에서 산다고 하니 웬만한 등산로에선 볼 수 있겠다. 8월 말 피기 시작해 9~10월 절정을 이루기 때문에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다. 꽃 색깔도 높은 가을 산에 많은 보라색이다.
투구꽃은 얘깃거리도 많은 꽃이다. 먼저 ‘식물은 움직이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식물이다. 투구꽃에는 큼직한 덩이뿌리가 달리는데 이게 해마다 썩고 이듬해에는 옆으로 뻗은 뿌리에서 새싹이 나와 조금씩 이동한다. 뿌리가 같은 장소에만 있으면 필요한 양분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자리를 옮기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투구꽃은 맹독성 식물로 유명하다. 덩이뿌리 독성이 식물계 최강으로 알려져 있는데 옛날 사약의 재료로도 쓰였다. 독성은 뿌리가 가장 강하지만 꽃잎이나 잎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투구꽃이 늑대인간을 위한 마법의 약 주원료로 나온다.
사람들에게 투구꽃은 10여 년 전 나온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익숙할 것이다. 각시투구꽃은 1m까지 자라는 투구꽃에 비해 크기가 20㎝ 정도로 작다고 해서 ‘각시’라는 접두사가 붙었다. 이 꽃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고 북한이나 중국 쪽 백두산에 가야 볼 수 있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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