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을 다회용기에! 플라스틱 폐기물 연 114톤 줄였다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2024년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36조 9891억 원에 달한다.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2017년 2조 7326억 원에서 2018년 5조 2628억 원, 2019년 9조 7354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에는 17조 3371억 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28조 6605억 원, 2022년 31조 6369억 원으로 30조 원을 넘어섰다. 2023년에는 32조 3722억 원을 기록했다.
그래프의 가파른 상승과 함께 급증한 건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이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3곳에서 배달 음식 10종을 주문해 조사한 결과 보통 한 번에 배달되는 한 끼(2인분) 식사에 평균 18개, 중량 기준으로는 147.7g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한 사람이 일주일에 평균 2.8회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는 조사를 토대로 계산할 때 1인당 연간 평균 1341개, 10.8㎏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1인이 연간 사용하는 총 플라스틱 양의 12%에 달하는 규모다.
‘재활용만 잘하면 괜찮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플라스틱 용기의 재활용률은 턱없이 낮다. 한국소비자원은 가정에서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모두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하더라도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4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PP, PE, PET)이 아니거나 비닐이 남아 있는 실링용기,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 또 반찬·소스 용기처럼 크기가 작으면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소각되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을 이용하면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잇그린 김선 대표는 ‘다회용기’에서 그 답을 찾았다. 김 대표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여러 번 사용 가능한 스테인리스 용기로 배달 음식을 제공하면 편리함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잇그린은 2020년 설립 후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달 앱을 통해 다회용기 서비스 ‘리턴잇’을 운영하며 다회용기 제작부터 공급·회수·세척까지 지속가능한 다회용기 순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회용품 사용이 빈번한 야구장과 테마파크, 축제 현장에서도 다회용기를 제공해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에 나서고 있다.
다회용기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코로나19 때 배달 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달 용기 증가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예전에는 중국음식점에 짜장면을 주문하면 그릇에 담겨오지 않았나. 그 그릇을 수거해서 다시 쓰는 게 당연했고. 플라스틱 용기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배달하고 수거해서 다시 쓰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구상뿐이던 아이디어에 일부 배달 앱이 공감해주면서 사업이 본격화됐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환경 문제에 원래 관심이 많았나?
창업 전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 중에 가장 쉬운 게 매립과 소각이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한계에 이른 상태다. 이제는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폐기물을 감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분리배출해도 재활용보다 매립·소각되는 게 많은 게 사실이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기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달 앱을 통해 다회용기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
다회용기를 쓰는 게 일회용기를 쓰는 것보다 불편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도 앱을 만들지 않고 점유율이 높은 배달 앱과 제휴하는 방법을 찾았다. 배달 앱에서도 다회용기 제휴 식당 모아보기를 통해 다회용기로 주문이 가능한 식당을 한눈에 보고 주문 시 다회용기 배달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이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다회용기 서비스는 어떤 프로세스로 이뤄지나?
배달 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땡겨요·배달특급)에서 ‘다회용기’라고 검색하면 다회용기 주문이 가능한 가게가 목록에 뜬다. 소비자가 주문할 음식을 고른 뒤 요청사항에서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를 체크하면 음식점 사장님은 일회용기 보내듯이 다회용기에 포장해서 손님에게 음식을 보낸다.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배달받은 소비자는 음식을 다 먹은 뒤 배달 가방에 그릇을 담아 가방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반납 요청을 하고 문 앞에 놓아두면 된다. 이후 우리와 협약을 맺은 롯데택배 기사가 그릇을 회수해 거점에 두면 최종적으로 세척 센터로 입고된다. 회수한 그릇은 7단계의 세척 과정을 거친 뒤 다시 가게에 공급된다.
다회용기는 직접 제작하나?
배달 음식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가게마다 다양한 음식을 담을 수 있도록 지금까지 10여 종의 다회용기를 개발·제작했다. 계속해서 다양한 종류의 다회용기를 만들 계획이다. 다회용기를 잘 겹쳐지는 형태로 제작해 가게에 비치해뒀을 때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하는 등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회용기는 몇 번이나 재사용하나?
평균 300회 정도 사용한다. 스테인리스 용기의 경우 영구적으로 쓸 수도 있지만 서비스 상품이기 때문에 많이 긁히거나 찌그러진 용기는 폐기한다. 폐기된 용기는 포스코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재사용한다.
그만큼 일회용품 사용량을 감소시킨다는 얘긴데.
그렇다. 다회용기 하나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일회용품 300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다회용기 사용으로 2024년 한 해 동안 감축한 온실가스량이 54만㎏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한다. 폐기물은 11만 4000㎏(114톤)을 줄였다.
다회용기로 주문이 가능한 가게는 많은가?
2021년 10월 서울시, 요기요와 함께 서울 강남구에서 처음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20개 구, 경기도 10개 시와 인천, 제주도로 확대됐고 2500여 곳의 가게가 가능하다.
다회용기 주문이 가능한 지역·가게가 많아졌는데 이용자도 그만큼 많아졌나?
2022년 1만 7000명이었던 이용자가 2024년 19만 6000명으로 10배 증가했다. 주문 건수도 서울시의 경우 2021년 1201건에서 2024년 12만 8000건으로 늘었다. 경기도는 2021년 3394건에서 2024년 41만 2873건으로 증가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환경 때문에 다회용기를 쓰겠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하지만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불편하다면 한두 번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편리함에 주목했다. ‘일회용기를 쓰는 것보다 다회용기를 쓰는 게 편리하다’는 걸 강조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배달 음식을 먹고 나면 용기를 깨끗이 씻어서 분리배출도 해야 하고 음식쓰레기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리턴잇은 배달 음식을 먹은 뒤 뚜껑만 닫아서 그대로 반납하면 된다. 설거지나 음식쓰레기 처리는 리턴잇이 맡는다. 반납이 편리하도록 반납 가방도 제작했다. 가방 안에 용기를 넣어 집 앞에 내놓으면 내용물도 안 보이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편리한데 환경에도 좋다’는 인식이 소비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회용기 수거 후 청결 문제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는데.
수거해온 다회용기는 전문적인 세척 단계를 거치고 검수까지 해서 각 가게에 공급된다. 일반 식당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깨끗하다. 사실 일회용기도 새것이라고 해도 공장에서 나온 상태 그대로 씻지 않고 사용하지 않나. 실제로 비교해보면 우리가 세척한 다회용기가 훨씬 깨끗한데 말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바꿔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그보다 세척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수와 음식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줄일지 연구하고 고민하는 중이다.
여전히 다회용기 사용이 낯선 소비자·업체도 많다. 인식 변화와 문화 정착이 중요해보인다.
짜장면 배달을 생각해보자. 예전에는 짜장면이 그릇에 담겨오는 게 당연했다. 어떤 집에서는 일회용기에 짜장면을 담아 보내면 싫어했다. 지금은 배달 음식이 일회용기에 담겨오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습관을 바꾸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다회용기 사용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책적 도움도 필요하다. 배달 앱에서 다회용기를 선택하기 쉽게 표기를 의무화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등은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배달 앱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음식점의 매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업체가 늘어나지 않을까?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는 방법도 필요해보인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게 편리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정말 싸다. 이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플라스틱 용기 가격에 폐기물 처리 비용을 같이 부과해서 가격을 높이면 사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배달 앱 외에 야구장이나 축제 현장에서도 다회용기 사업을 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이 빈번한 야구장과 축제 현장에서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이를 회수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서 먹은 뒤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면 이를 회수해 다시 공급하는 구조다. 회수율은 94~95% 수준에 이른다. 야구장이나 축제 현장에 맞게 가벼운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다양한 용기를 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고객들도 이제는 이런 변화에 익숙해하고 기꺼이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를 위해 다회용컵도 맞춤 제작했다. 이런 변화들이 늘어나 다회용기 사용이 익숙한 사회, 누구나 편리하게 친환경을 실천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