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더해진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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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의 계절이다. 요즘 경부고속도로나 서울 강변북로, 올림픽대로의 방음벽이나 방벽을 타고 올라가 주황색 꽃을 피운 식물이 바로 능소화다. 서울남부터미널 외벽에도 수십 그루의 능소화가 심어져 있어 여름에는 주황색 능소화 군락을 볼 수 있다. 요즘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도 “아, 이게 능소화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능소화는 중국이 원산이지만 오래전부터 심고 가꾸어 우리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흡착근을 갖고 있어서 고목, 담장이나 벽을 타고 10m까지 올라간다. 담장이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도 괜찮지만 고목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가 가장 능소화다운 것 같다. 서울 홍릉숲에 가면 고목을 타고 오르는 정말 근사한 능소화를 볼 수 있다.
꽃은 7~9월 장마철에 피는데 주황색이고 꽃받침은 녹색이다. 능소화는 질 때 꽃잎 그대로 뚝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한여름 능소화가 핀 담장 밑에는 핀 꽃보다 많은 능소화 꽃잎들이 주황색 바다를 이룬다.
박경리·박완서 선생은 이 능소화에 문학적인 향기를 더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서 능소화는 최참판댁 담장에 피어 있는 꽃이다. 그래서 최참판댁의 상징과도 같다. 환이, 용이, 이동진 등 ‘토지’의 주요 등장인물이 최참판댁을 회상할 때마다 떠올리는 꽃이 바로 능소화다.
박완서의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능소화는 여주인공 현금처럼 ‘팜므파탈’ 이미지를 갖는 화려한 꽃이다.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기도 하고 ‘장작더미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되기도 한다. 두 거장 덕분에 능소화가 문학적인 생명력까지 얻었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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