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보다 어려운 비자 문제 풀기 외국인 인재들 돌려보내기 너무 아깝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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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비자 문제 해결사, 김범수 변호사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26만 3775명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유학생 졸업 후 진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6.5%가 졸업 후 한국 취업을 희망했다. 그러나 취업에 필요한 E-7(특정활동) 비자 취득이 쉬운 일은 아니다. 코리안드림을 찾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장기 체류 걸림돌도 비자 문제다. 비자 발급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국내 정주를 위한 더 높은 단계의 비자를 발급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시대, 외국 인력 수급은 시급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 인재들을 우리나라에 유치하기 위해 고급 인재와 그 가족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톱티어(Top-Tier)’ 비자를 신설하고 교육·주거·세금 등의 혜택이 담긴, 이른바 ‘K-테크 패스(K-Tech Pass)’ 프로그램을 지난 4월 본격 시행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2만 2731명을 추가 배정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시는 지난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각 지방자치단체 사정에 맞춘 ‘광역형 비자’ 등 새로운 출입국·이민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등록자는 156만 1000명이다. 이들이 선택해야 하는 비자의 종류는 300여 가지에 달한다. 당연히 절차도 내용도 복잡하다.
외국인 비자 문제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는 김범수 변호사는 “비자 신설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외국인력 부문 옴부즈맨(감찰관) 등 정부 부처와 기업에서 출입국·노동 관련 사건을 주로 맡아왔다. 김 변호사를 만나 비자 관련 외국인들의 애로 사항과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칠판에 빼곡히 그려진 비자 신청 절차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난제의 수학 문제 풀이처럼 비자 종류들을 연결한 화살표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그는 “비자, 즉 체류 자격은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서 총 37가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세부 약호(간략한 부호)들까지 모두 합치면 300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외국인 비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한국어, 아랍어까지 5개 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튀니지 출신 유학생이 있었다. 튀니지 최고 명문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었다. 유수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는데 비자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의 사정도 딱했지만 우리나라가 이런 인재를 놓치는 건 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외국인 비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떤 비자가 가장 수요가 많나?
“장기체류 비자 중에선 F-4(재외동포) 비자 보유자가 55만 명으로 최대지만 논외로 하고 3월 기준 E-9(비전문취업) 비자가 약 34만 명으로 수요가 많다. 비전문인력 비자 수요가 많은 곳은 지방 소재 제조 및 건설업체들이다. D-2(유학) 비자도 20만 명에 달한다.
외국인력 수요가 많은 비수도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F-2(거주) 비자의 하위 분류라 할 수 있는 F-2-R(지역특화형) 비자 및 농번기 일손 부족을 위해 설계된 E-8(계절근로) 비자, 어업을 위한 E-10(선원취업) 비자 등의 수요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주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장기 체류 비자로 전환하기 위한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거다. 특히 한국어능력시험이 가장 큰 장애다. 낯선 환경에서 일하기 바쁜 외국인 입장에서 언어공부는 큰 장벽일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른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졸업 이후 장기 체류를 위한 취업 비자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다. 취업 자체도 쉽지 않은 데다 비자 제도가 고용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일례로 한국 문화를 사랑해 한국으로 유학 온 프랑스인 친구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D-10(구직) 비자로 2년 넘게 구직 활동에 매달렸다. 체류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90일 단기비자로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최종합격을 하더라도 까다로운 E-7 비자 요건으로 인해 채용이 취소되기 일쑤였다. 결국 그는 한국에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그를 배웅하던 날,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톱티어(Top-Tier)’ 비자가 신설됐다고?
우리나라 인구 구조 변화와 산업 수요를 고려할 때 시의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주요국도 인재 확보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유연한 체류 제도 도입은 필수적인 흐름이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단편적으로 비자를 신설하기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정책 운영과 부처 간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바라는 제도 개선은 어떤 것인가?
유학생들은 학업 기간 중 취업 활동 제한(인턴십 및 시간제 아르바이트 업종·시간)에 대한 규제 개선을 바라고 있다. 또 졸업 후 취업할 때도 비자 유형 및 허용 업종 등 절차적 규제가 많다. 이들에게 특화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지자체가 직접 비자제도 설계에 관여하는 ‘광역형 비자’는 도움이 될까?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지난해 열린 이민 관련 학회나 정부 주관 포럼 등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1일 막상 광역형 비자에 대한 법무부의 구체안이 나오자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 비자와 관련한 행정행위는 크게 설계(행정입법)·수리·심사·발급·관리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광역형 비자는 D-2와 E-7, 단 2개의 비자에 국한해서 4~5개 행정행위 중 하나인 ‘설계’와 ‘지역 내’로 한정해 ‘일부 요건 완화’를 법무부에 제안(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상 지자체에 주어지는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다.
돌봄 인력을 도입하기 위한 비자 신설은 도움이 될까?
E-7 비자에 ‘요양보호사’ 직종이 포함된 것은 고령사회에 대응한 좋은 정책이지만 실제 비자 발급 사례는 몇 건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E-7-2 요양보호사 비자를 일정 기간 유지하면 체류에 더 많은 이점이 있는 F-2(거주) 비자, F-5(영주) 비자 등으로 변경할 때 가점을 주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E-9 비자는 항상 수요가 많지 않나.
E-9 체류 자격은 허용 업종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업종별 쿼터(할당분) 역시 중장기적 수요 예측이 필요한데 그때그때 변경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2024년 요식업계 요청에 따라 음식점업을 서비스업에 포함해 허용 업종으로 추가했고 고용부는 2023년에 비해 서비스업 쿼터를 1만 명 이상 늘렸다. 그런데 실제 음식점업에서 고용허가를 신청한 건수는 전국적으로 20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력 수급 정책이 더 정교한 수요 조사와 현장 분석에 근거해야 한다.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이민처’를 신설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실질적인 정책 일관성을 갖고 제도를 책임있게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김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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