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의 수화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사기꾼의 수화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무고한 시민 4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를 체포한 미국 플로리다주의 탬파 경찰 당국은 대대적인 TV 브리핑을 앞두고 있었다. 브리핑 현장에는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할 경찰서장과 경찰서장의 말을 수화로 전달할 통역사 데린이 통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연히 브리핑 현장에 있던 데린은 자원봉사를 지원했고 마침 통역사가 준비돼 있지 않던 당국은 그녀를 서장 옆에 서게 했다. 브리핑이 시작되고 검은색 드레스에 단정한 머리를 한 데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수화를 이어갔다. 화면을 보던 사람들은 아무 의심 없이 그 장면을 시청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후 큰 논란이 일어났다. 수화가 엉터리라는 제보가 방송국에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녀의 정체는 수화를 전혀 모르는 전과 5범의 사기꾼이었다. 경찰은 정장을 차려입은 그녀의 외모에 속았고 방송 관계자들은 경찰과 함께 등장한 상황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영상을 돌려보면 똑같은 손짓을 반복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워싱턴의 랑팡플라자 지하철역에서는 데린의 속임수와 정반대의 광경이 일어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Joshua Bell)과 함께 심리 실험을 진행했다. 벨이 지하철역에서 낡은 모자를 눌러쓰고 연주를 했을 때 과연 몇 명이나 연주를 듣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는 350만 달러를 호가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으로 43분 동안 6곡을 연주했다. 그 사이 1000여 명 넘는 사람이 그를 지나쳤지만 단 7명만이 멈춰서서 진지하게 음악을 들었다. 모금된 금액은 32달러에 불과했다. 만약 그가 멋진 옷을 입고 정체를 밝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고 바쁜 사람일지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벨의 연주를 들으며 대가의 선율을 느껴보려 하지 않았을까?
편견이 진실을 왜곡해 상대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할 때가 있다. 데린처럼 상황이 주는 후광효과에 혹해서 크게 피해를 보기도 하고 벨의 경우처럼 겉모습에 가려진 본래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해 좋은 인연과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상대를 제대로 알려면 그 사람이 하는 말보다 배경이나 상황을 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상황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후광효과를 주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는 방편으로 이용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피와 땀이 담긴 실력을 키우기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할 간판을 따기 위해 온 힘을 쏟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 보면 속 빈 강정처럼 내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함께 일해 보면 당연히 좋은 성과를 내지도 못한다.
상대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배경에 현혹되지 않는 통찰과 냉정함이 있어야 하고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런 통찰과 지식이 합쳐져 안목이 된다. 내가 상대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춰 지혜로워질 때 데린을 가까이하고 벨을 멀리하는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겉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태가 상대의 진가를 알아보는 일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조금씩 안목을 키워나갈 때 속지 않고 속이지 않는 현명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