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활력,청년마을에서 답을 찾다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지역 활력,청년마을에서 답을 찾다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트레킹 성지로 떠오른 영덕 뚜벅이마을을 가다
10월 21일 오전 10시, 경북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에 수백 명의 사람이 모였다. 행정안전부와 영덕군이 공동 주최한 ‘2023 블루로드 트레킹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블루로드는 국내 최초의 내륙 해안 트레킹 코스로 2009년 영덕군의 최남단 남정면 부경리에서 최북단 병곡면 병곡리까지 총 64.6㎞ 4개 구간으로 조성됐다. 푸른 동해의 풍광과 해수욕장, 풍력단지, 대게원조마을, 축산항, 괴시리마을 등 풍부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이날 500여 명의 트레킹 참가자는 블루로드 C코스 일부를 포함한 16㎞의 순환 코스를 걸었다.
참가자들 중엔 청년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푸른 바다빛 단체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은 스타트 라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행사 부스를 오가며 행사를 즐겼다. 대전에서 온 한해인(34)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영덕에서 트레킹 행사가 열리는 걸 보고 찾아왔다”며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블루로드를 트레킹할 수 있어 설렌다”고 했다. 회사 동료들과 트레킹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자현(27) 씨는 “트레킹 하러 영덕에 온 김에 대게도 먹고 바다도 보고 1박 2일 동안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메이드인피플의 설동원(31) 대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영덕이란 지역에 관심을 갖는 청년이 많아지길 기대한다”며 “트레킹을 통해 영덕의 매력을 발견하고 이곳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다양한 행사와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영덕 ‘뚜벅이마을’은 2021년 행안부가 주관하는 청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설 대표는 그때부터 뚜벅이마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청년들에게 일정기간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탐색, 일거리 실험, 지역사회 관계 맺기 등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인구 감소 지역에 청년마을을 조성해 청년 유출이 아닌 청년 유입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18년 전남 목포시 ‘괜찮아마을’을 시작으로 현재 총 39개 지역에 조성돼 운영 중이다.
뚜벅이마을은 영덕의 블루로드 트레킹 코스와 연계해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거점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덕군 영해면 성내리의 ‘덕스’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8주간 머물며 정착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년간 정착한 사람은 14명에 이른다. 이런 공로로 설 대표는 최근 청년마을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인 ‘2023 청년마을 페스티벌’에서 행안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트레킹으로 특화, 재미 찾아온다
설 대표 역시 뚜벅이마을을 이끌면서 영덕에 정착했다. 설 대표는 부산이 고향이고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여행과 기획을 좋아하던 그는 죽이 잘 맞는 대학 후배 장명석(30) 대표와 의기투합해 로컬 청년 벤처 회사인 ‘메이드인피플’을 차렸다. 창업 초기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을 데리고 전국 곳곳을 누비며 농촌이나 고택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설 대표는 우연히 경북 의성군으로부터 ‘청년들을 위한 마을을 기획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의성에서 살아보는 ‘청춘구 행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도시청년들의 유입과 정착을 도왔다. 이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자 이번에는 영덕군이 설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덕군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3년 말 4만 142명이던 인구는 해마다 500명씩 줄어 올해 6월에는 3만 4351명을 기록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 영덕군은 40%를 넘어서 일찌감치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청년들의 유입과 정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설 대표는 “의성에서 살아본 도시청년 30명 중 15명이 의성에 정착했다”며 “이런 성과를 내려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되 청년들이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덕의 블루로드를 보며 설 대표는 자신이 걸었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렸다. 영덕의 트레킹 코스를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걷기 여행 성지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뚜벅이마을에 온 청년들이 블루로드를 걸으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지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전국 39곳 청년마을 지역 활성화 견인
뚜벅이마을의 대표 프로그램은 ‘뚜벅이마을 살아보기’와 ‘3박 4일 살아보기’다. ‘뚜벅이마을 살아보기’는 영해면 한가운데 있는 게스트하우스 덕스에 머물며 6주간 영덕군의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64.6㎞의 블루로드를 걷고 창업 경험에 필요한 전통주와 커피, 수제청 만들기와 영덕의 자연을 즐기는 서핑, 바닷가 요가 등의 수업을 받는다. 또 지역 봉사로 복숭아밭과 멜론밭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돕고 주민교류 프로그램으로 인근 복지센터에도 방문한다. ‘3박 4일 살아보기’는 해안선을 따라 총 4개 코스로 돼 있는 블루로드를 걷는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영덕군이라는 지역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1년에 한 번씩 수십 명 규모로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설 대표는 “청년들은 재미가 없으면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트레킹 외에도 서핑이나 캠핑 등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영덕이 청년들의 또 다른 고향이 될 수 있게 지역주민들과 이웃이 되고 먼저 정착한 청년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2021년 행안부의 청년마을 공모 사업에 선정된 이후 뚜벅이마을에 다녀간 이들은 10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14명이 영덕에 정착했다. 이들을 위한 취·창업, 주거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뚜벅이마을을 통해 영덕을 찾는 청년이 늘면서 조용하던 골목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설 대표는 이런 활기가 지속되기 위해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몇 명이 다녀가고 몇 명이 정착했느냐로 당장 성과를 따지기보다 장기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지속적으로 사업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뚜벅이마을을 비롯해 전국 39곳의 청년마을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개성 넘치는 프로그램으로 청년 유입과 정착을 돕고 있다.
충남 아산시의 청년마을 ‘DOGO온천’은 도고를 떠나야 했던 현지 청년들을 지역으로 다시 불러들여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청년기업 공동체를 이뤘다. ‘도고온천장 벼룩시장’을 만들고 ‘로컬몬스터’라는 상품을 제작하는 등 새로운 지역 사업 모형(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청주(淸酒)의 고향 전북 군산시에서는 ‘술익는마을’이 청년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청년들은 군산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법을 개발하고 ‘술빚는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청주를 활용한 새로운 관광코스를 개발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경남 함양군 ‘고마워, 할매’는 할머니와 청년, 두 세대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마을을 꿈꾸며 요리법과 더불어 인생수업도 전수받아 식당 개업을 준비 중이다.
10월 14일과 1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는 뚜벅이마을을 비롯한 청년마을이 한자리에 모이는 ‘2023 청년마을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로컬낭만주의보’라는 주제로 올해 6년째를 맞이하는 청년마을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청년마을이라는 브랜드를 공감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전국 곳곳에 조성된 35개 청년마을이 부스를 운영했으며 수도권 청년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틀간 청년마을 대표들이 주제별로 청년마을 운영성과를 발표하고 타 지역 청년들과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별 부스에서는 청년정책 및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청년마을 굿즈(팬상품) 등을 전시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꿈꿀수 있게”
이날 뚜벅이마을을 비롯해 우수 청년마을과 기관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행안부장관 표창을 받은 더웨이브컴퍼니는 2021년부터 ‘강릉살자’ 프로그램을 통해 타지 청년들에게 강릉 지역살이 경험과 네트워킹을 제공하고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방향과 목표를 찾아가도록 돕고 있다. 2023년에는 ‘강릉살자 시즌3 로컬벤처편’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청년들의 강릉 이주와 정착을 돕고 있다. 창업교육·현장실습이 포함된 4주 프로젝트는 강의, 워크숍, 오피스아워, 데모데이 과정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모색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 들은 문화, 자연, 먹거리 등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탐색하고 지역 창업 생태계를 경험한 후 지역에 취업하거나 창업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모여 섬마을 삶을 모색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 ‘주섬주섬마을’과 경북 문경시 ‘달빛탐사대’, 경남 하동군 ‘오히려 하동’도 행안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달빛탐사대’는 문경 정착에 관심있는 청년들의 커뮤니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숙소와 공유 오피스를 지원하고 있고 ‘오히려 하동’도 청년들의 웃음소리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꿈꾸며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지방시대를 실현하고자 한다”며 “행정안전부는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청년마을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



추진방향
•청년이 중심이 돼 인구유출 지역에 활력을 제고
•청년들에게 사업 추진의 자율권과 주도권을 최대한 보장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유도

사업목적
현지 청년과 외지 청년이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

사업내용
청년의 지역 탐색·조사, 일거리 실험, 청년공간 확보, 지역 내·외부와 관계 맺기 활동, 홍보 등 지역변화 프로그램 추진

박스기사2
영덕 뚜벅이마을에 정착한 오성규 씨



“‘8주 살기’ 참가해 블루로드 걷다 인생의 길 찾았다”
대구 출신 오성규(38) 씨는 1년 전 경북 영덕군 뚜벅이마을의 ‘8주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영덕에 정착했다. 8주 살기는 영덕군이 해안가를 따라 조성한 블루로드를 걸으며 곳곳을 둘러본 뒤 봉사활동 등을 통해 주민들과 어울리며 영덕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뚜벅이마을을 어떻게 알게 됐나?
직장 생활을 하며 번아웃(탈진 증후군)이 온 상태였다. 원래는 국내 한 대기업에서 해저 지형을 관측하는 일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었는데 영덕 출신 동료가 ‘뚜벅이마을’을 소개해줬다. 트레킹을 좋아하고 블루로드도 걸어보고 싶어 뚜벅이마을에 왔다. 무엇보다 ‘시속 4㎞로 걸어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뚜벅이마을의 모토가 좋았다. 뛰지 않고 걸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니. 그렇게 8주 살기에 나섰다.

영덕에 정착하기로 한 이유는?
뚜벅이마을을 통해 영덕에 와보니 자연도 좋고 사람들도 좋았다. 도시에서는 힘들고 지치고 외로웠다. 8주를 지내고 나서 이곳에서 느긋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착을 위해 취업이나 창업을 계획했나?
영덕에 살 작정은 했지만 무엇을 하면서 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몸으로 부딪히면서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살구도 따고 추수도 하고 소나무 재선충 방제작업도 했다. 취·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교육도 받았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지금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 전문점 창업을 준비 중이다. 멜론이나 복숭아 등 농가에서 상품가치가 없다고 버려지는 특산물을 활용해 빵을 만들 생각이다. 영덕을 찾는 트레커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조성하고 그곳에서 빵을 팔 계획이다.

뚜벅이마을을 통해 인생이 달라졌다.
영덕에 와서 하고 싶은 걸 찾았고 해갈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돈은 못 벌어도 괜찮다. 이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내가 진짜 꿈꾸는 삶에 다가가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도시에서 살다 영덕에 와서 불편한 점은 없나?
불편함 대신 얻는 게 많다. 도시와 달리 이곳에선 별이 정말 잘 보인다. 자기 전에 나가서 별을 보는 게 하루의 낙이 됐다. 이곳에선 야식 배달은 꿈도 못 꾼다. 덕분에 건강해졌다.

청년마을을 통해 모두가 정착을 하는 건 아니다.
청년들 대부분이 일상에 지쳐서 방학처럼 쉬고 싶어 영덕에 온다. 그런 청년들은 지역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 청년마을에 진심인 친구들이 와서 정착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