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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위험? 마을 안전? ‘우리동네 복지보안관’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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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으로 집계됐다. 고독사의 법적 정의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고독사 사망자 수가 늘어난 데 대해 1인가구 증가 및 고독사를 정의하는 범위가 넓어진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2023년 기준 고독사가 많이 발생한 장소는 ▲주택(48.1%) ▲아파트(21.8%) ▲원룸·오피스텔(20.7%) 순이다. 연령별 비중은 ▲60대(31.6%) ▲50대(30.2%) ▲40대(13.8%) ▲70대(13%)였다.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색다른 카드를 꺼내든 곳이 있다. 전북 고창군은 올해 3월부터 마을 어르신 가운데 자원봉사 경험이 많은 이들을 ‘우리동네 복지보안관(이하 보안관)’으로 선정해 각자 살고 있는 마을의 순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보안관들은 한 사람당 한 마을을 맡아서 ▲사회적 고립 또는 고독사 위험 징후를 보이는 위험군 발굴 ▲담당 마을 이웃에게 위험 징후가 없는지 관찰 체크리스트 확인 ▲마을의 안전을 위한 사건·사고·행사·환경 상태 알리기 등의 활동을 매주 3회씩 하고 있다. 이들의 하루 활동 시간은 대개 3시간으로 월 20만 원 정도(활동 시간에 따라 다름)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이들의 하루를 동행했다.



보고서 쓰고 단체톡 소통하는 70~80대 보안관들
고창군 부안면 주민행복센터(면사무소)에 아침부터 여섯 명의 보안관과 네 명의 고창군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보안관들은 먼저 각자 담당하는 마을의 근황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의 상황을 보고했다. 보고 사항들은 ‘시시콜콜 활동일지’라는 수첩에도 꼼꼼히 기록해 제출하게 돼 있다. 누리소통망(SNS) 단체 채팅방에서는 실시간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
한 보안관이 “김○○ 할머니 댁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하자 고창군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곧바로 “현장방문을 하겠다”며 해당 보안관에게 동행 가능한 날짜를 물었다.
이날 회의에서 보안관들이 보고한 내용들은 대부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앞 통행로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로 인해 차도로 걷게 되는 위험이 있다든지, 왜소증이 있는 마을 어르신 집 싱크대가 너무 높고 낡아서 불편한데 돈이 없어 바꾸지 못하더라 하는 것 등이었다.
보고를 들은 군청 관계자들은 “매칭이 가능한 지원 사업이 있는지 찾아보고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으면 기부 업체를 알아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여름 무더위에 대비해 인근 원자력발전소와의 협업을 통한 전기료 지원 계획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30여 분에 걸친 회의가 끝난 후 심원면 신기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귀자(70) 보안관을 따라나섰다. 그는 4월 보안관으로 선정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순찰을 돌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던 라 보안관은 류머티즘성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고된 육체노동을 지속하기 어려워 보안관 활동을 하게 됐다는 라 보안관은 “힘든 이웃을 살피는 일이 보람되기도 하고 이웃끼리 위로도 된다”고 말했다.



이웃 사정 훤히 꿰고 안전 위험 점검하고
라 보안관은 양손에 의약품 보관상자, 휴지와 같은 군청 지원물품을 들고 뚜벅뚜벅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도보로 각 가구를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성치 않은 관절이 걱정됐다. 또 보고서를 쓰고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염려됐다. 그는 자신있게 “카톡이요? 아무 문제없어요. 관절도 아직 거뜬해요”라고 말했다. 군청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는 어르신들을 보안관으로 선정한다. 그래서 처음엔 계획했던 인원보다 모집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보안관들은 그야말로 누구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만큼 이웃들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다. 라 보안관의 수첩을 살짝 들여다봤다. ‘91세 강○○, 깨 심고 고구마 심고 계심’, ‘일을 조금만 해도 사방이 아프다고 하심’, ‘혈압,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음’, ‘아침 식사를 커피로 대신하고 점심과 저녁은 꼭 먹는다’ 등 담당 구역 이웃들의 시시콜콜한 생활상이 담겨 있었다. 활동일시와 대상자, 장소, 활동내용과 비고란까지 빼곡했다. 물론 보안관들은 활동 시 알게 된 대상자의 정보, 사생활과 같은 비밀을 공유하거나 유포해서는 안되고 회의에서 공유한 정보를 누설해서도 안된다.
앞서 걷던 라 보안관이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잠시 멈춰서더니 중앙선 분리봉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다 부서지고 저거 하나 남았어요. 내가 몇 번 건의했어요. 그동안은 그냥 지나쳤는데 내가 보안관을 하면서 보고 느끼니까 책임감을 갖게 돼요.”



말동무도 임무 중 하나
라 보안관의 첫 방문 가구는 이 모(83) 씨의 집이었다.
“아이고 반가워요. 얼굴 살이 많이 빠지셨네.”
라 보안관의 인사말에 이 씨가 웃으며 자신의 근황을 풀어놓았다. 몸이 편치 않아 죽으로 끼니를 대신하고 있다느니 오늘은 병원에 다녀왔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오갔다. 이 씨의 말에 라 보안관은 열심히 맞장구를 쳐줬다. 두 사람은 근처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술을 마시며 은둔 생활을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다음은 거동이 불편한 안 모(78) 씨 집이었다. 안 씨는 라 보안관을 보자마자 집 문 틈새가 벌어져 바람이 들어온다고 하소연하면서 “지원이 안될랑가잉”이라고 물었다. 그는 “지난번 건의를 해놨으니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대답했다. 안 씨는 기초연금 30여만 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약값으로만 20만 원 넘게 들어간다고 라 보안관이 설명했다. 얘기가 끝나자 그는 방충망에 녹이 슬지 않았는지, 텃밭에서 키우는 작물은 잘 자라는지 집안 구석구석을 돌며 살폈다. 마지막으로 신기마을 마을회관에 들른 라 보안관은 30여 분 동안 다섯 명의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건강은 괜찮은지”, “마을회관 이용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물었다. 그는 마을회관에 오면 ‘소식통’ 부녀회장을 통해 미처 몰랐던 이웃의 근황을 들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일정을 마친 그는 말했다.
“이렇게 샅샅이 속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좋은 이웃은 돈보다 낫다”
오후 2시, 또 다른 보안관 이명철(83) 씨를 따라나섰다. 이 보안관은 고창읍의 공동주택을 맡고 있었다. 그도 이날 세 개 가구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그의 업무 비결은 ‘꼼꼼한 메모’였다. 각 가구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순번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메모가 눈에 띄어 이전 직업을 물었더니 “경찰”이라고 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이 보안관의 집과 이웃한 집이었다. 이곳에 사는 최 모 씨는 이 보안관이 정말 잘해준다며 “사소한 것까지 잘 챙겨줘서 든든하다”고 했다. 함께 있던 최 씨의 딸은 “마을 이장들 사이에서 이 보안관님 칭찬이 자자하다”고 거들었다.
건너편 두 번째 집으로 향했다. 80대 독거노인 김 모 씨가 살고 있었다. 김 씨는 “들어보니 아침에 약 먹었는지도 물어봐주는 로봇이 있던데 그런 건 어떻게 구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 보안관도 흥미롭다는 듯 수첩에 이를 받아 적었다. 김 씨는 최근 허리 수술을 받았다면서 “요양보호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데 병원에 가거나 필요할 때마다 전화하기도 힘들고 미안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보안관은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방문하는 곳마다 “치아가 안 좋다”, “무릎 수술 후 완쾌하지 않았으나 출입은 자유롭다” 등 어르신들이 하는 얘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는 “같은 노인으로서 노인을 살피고 돌본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끼리는 이런 말을 해요. ‘좋은 이웃은 돈보다 낫다’고요.”

김광주 기자

고창군 ‘우리동네 복지보안관 사업’
위기 가구 발굴하고 복지서비스와 연계 지원
전북 고창군은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2025년 3월 ‘우리동네 복지보안관 사업’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된 사업이기 때문에 일단 올해 말까지 진행하고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창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위기의심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신속한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6월 16일 기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우리동네 복지보안관은 79명이다. 선발된 보안관들은 일주일에 한 번 읍면 행정복지센터와 소통 회의를 진행한다. 사후관리도 이뤄진다. 보안관들이 제공한 정보는 군·면 담당자들이 복지서비스와 연계되도록 지원한다. 연말에는 우수 사례를 발표하고 우수 보안관을 대상으로 시상도 계획하고 있다.
보안관들은 수첩에 그려진 지도에 각자 맡은 동네 어느 곳에 위기 가구가 위치해 있는지 스티커를 붙여놓는다. 고독사 내지 안전상 위험이 있는 가구를 발견하면 ‘시시콜콜(時時call call)’ 단체 카톡방에 보고하게 돼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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