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AI… 오픈소스냐, 닫힌소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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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관련 기사들 중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오픈소스(Open Source).’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닫힌소스(Closed Source)’라는 말도 있다. 스마트폰을 고를 때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중에서 고민하는 것처럼 AI 개발에도 이러한 두 가지 큰 흐름이 존재한다. AI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챗GPT와 메타가 각각 이 전략을 대표한다.
오픈소스 AI, 혁신 속도 빠르지만 보안 약점
오픈소스는 말 그대로 AI 개발에 필요한 요소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는 모델 아키텍처(코드), 학습된 결과(가중치) 등이 공개된다. 다만 학습에 사용된 원본 데이터는 저작권 등의 문제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쉽게 비유하면 유명 셰프가 자신의 요리 레시피와 요리 결과물을 공개하지만 실제로 사용한 재료 목록까지 모두 공유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
메타가 개발한 ‘라마(LLaMA, Large Language Model Meta AI)’ 시리즈가 대표적인 오픈소스 AI 모델이다. 메타는 라마의 핵심 코드와 학습된 가중치를 제한된 라이선스 조건하에 공개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은 이 ‘레시피’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개발자가 ‘의학 논문 요약’에 특화된 AI를 만들고 싶다면 메타가 공개한 라마 모델의 코드와 가중치를 활용해 여기에 의학 용어 사전이나 논문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키는 파인튜닝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때로는 모델 일부를 수정해 해당 분야에 더욱 적합하도록 바꿀 수도 있다. 이렇게 새롭게 재학습한 AI를 병원이나 연구기관에서 맞춤형 서비스로 활용한다.
오픈소스 AI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발전과 광범위한 응용 가능성이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개선에 참여하면서 예상치 못한 혁신이 빠르게 나타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수많은 제조사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 의해 발전한 것처럼 오픈소스 AI도 유연하고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또 코드가 공개돼 있어 AI의 편향성이나 오류를 외부에서도 비교적 쉽게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코드가 공개돼 있어 보안상 취약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다양한 버전이 난립하면서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오픈소스라고 해도 상업적 이용에는 라이선스 제약이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에 라이선스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닫힌소스 AI, 통제력 높지만 외부 혁신 한계
닫힌소스 AI는 AI 모델의 핵심 기술(모델 구조, 학습 방법, 가중치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서만 철저히 개발·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유명 셰프가 비법 레시피를 절대 공개하지 않고 주방 안에서만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픈AI의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시리즈는 대표적인 닫힌소스 AI다. GPT-4는 그 구조나 학습 방식, 사용된 데이터, 가중치 등이 공개돼 있지 않다. 사용자는 오픈AI가 제공하는 웹 인터페이스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받을 수는 있지만 모델을 직접 수정하거나 재학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닫힌소스 AI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성과 통제력이다. 외부에 기술이 노출되지 않으므로 보안 위험이 적고 기업이 모델의 품질과 안정성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의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자체적으로 통제해 안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명확하고 API 요금이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빠른 외부 혁신에는 한계가 있고 AI 모델의 내부 구조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편향성이나 오류를 검증하기 어렵다. 이는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정 기업이 기술을 독점할 경우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메타는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AI 기술의 대중화와 민주화를 지향하고 있다. 누구나 AI를 학습시키고 응용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반면 오픈AI는 닫힌소스 전략을 통해 고성능 AI 개발에 집중하고 기술적 리더십을 강화해 수익성과 품질 통제를 극대화하는 길을 택했다.
오픈소스는 ‘모두의 참여로 빠르게 진화하는 AI’를 추구하고 닫힌소스는 ‘기업의 통제 아래 정밀하게 다듬어진 고성능 AI’를 지향한다. 어느 방식이 인류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두 전략이 경쟁하고 보완하면서 AI 시대를 더욱 풍요롭고 역동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원호섭
과학이 좋아 마블 영화를 챙겨보는 공대 졸업한 기자.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10대가 알아야 할 미래기술10’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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