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신지애 통산 66승 작은 거인의 신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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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작은 거인’ 신지애가 낭보를 전했다. 5월 11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한 것이다. 이날 신지애는 최종 합계 7언더파로 일본의 후지타 사이키와 공동 선두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인 18번 홀(파5)에서 약 70m 세 번째 샷을 홀 30㎝ 앞에 떨구는 절묘한 웨지 샷으로 약 2년 만에 일본 투어 정상에 복귀했다. 우승 상금 2400만 엔(약 2억 3000만 원)을 받은 그는 JLPGA 투어 사상 최초로 통산 상금 14억 엔(약 134억 9000만 원)을 돌파했다. 더불어 이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한 2008년 이후 최고령 우승 기록인 모테기 히로미(2013년)의 36세 17일을 1년가량 더 연장했다.
남녀 통틀어 한국인 최다 66승 대기록
2018년 이후 7년 만에 살롱파스컵을 다시 품에 안은 신지애는 JLPGA 투어 통산 29승을 달성했다. JLPGA 투어 입회 전인 2008년에 거둔 2승을 더하면 31승이 된다. 이 중 메이저 우승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특히 JLPGA 투어 영구 시드 조건인 30승에 단 1승만을 남기게 됐다. 그러니까 앞으로 한 번만 더 우승하면 평생 일본여자프로골프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신지애는 통산 66승째를 거뒀다. 일본 31승 외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1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승,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6승, 호주 투어 5승, 지금은 없어진 레이디스 아시안 투어 1승 등을 기록했고 공동 주관 대회 등을 제외하면 승수는 66승이 되는데 최근 우승은 2024년 12월 호주여자오픈이었다. 통산 66승은 한국인 가운데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선배 박세리도, 동갑내기 박인비도, 그리고 남자 골프의 전설 최경주와 최상호도 정규 투어에서 달성하지 못한 경이적인 수치다.
1988년 4월생인 신지애는 3개월 늦게 출생한 박인비와 더불어 이른바 ‘박세리 키즈’로 불린다. 신지애는 박세리가 1998년 7월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최고 권위의 US오픈을 제패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골퍼의 꿈을 키웠다. 그후 17세던 2005년 아마추어로 KLPGA 투어 SK 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프로에 입문한 뒤엔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2007년엔 KLPGA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즌 9승에 최단 기간 통산 누적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다. KLPGA ‘대상-다승-상금-평균타수’ 1위를 내리 3년 연속 독차지했다. 2008년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대회까지 모두 출전하는 강행군을 펼치면서도 LPGA에서 3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는데 이 가운데는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오픈이 있었다. 이 해 그는 세계 4대 투어인 LPGA, JLPGA, KLPGA, LET에서 한 해에 모두 우승을 기록한 최초의 골퍼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LPGA에서 시즌 3승을 기록하며 신인상, 상금왕, 다승왕 등을 차지했는데 이는 ‘골프 여왕’ 박세리도 이루지 못한 것으로 1978년 낸시 로페즈의 달성 이후 31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신지애는 마침내 2010년 남녀 통틀어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2016년부터는 JLPGA에서 주로 활동하며 일본 무대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벌어들인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한국 무대 총상금은 약 21억 원, 미국에서는 우리 돈으로 약 151억 원, 일본에서는 약 135억 원을 손에 거머쥐었다. 한·미·일 3국 상금만 해도 3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후원 업체와 맺은 계약금과 광고, 각종 부상과 기타 수입을 다 합치면 500억 원 이상이라는 게 골프계의 분석이다.
신지애가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 위업을 세운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첫 번째 해답은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정교함이다. 그의 전성기 시절 일본 취재진이 한국을 방문해 연습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다. 드라이버로 샷을 두 차례 했는데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 두 개의 간격은 1m에 불과했다. 깜짝 놀란 일본 취재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어 약 115m 남은 거리에서 신지애는 8번 아이언을 가볍게 쳤는데 핀 2m 옆에 떨어졌다. 당시 골프 취재기자였던 필자가 9번 아이언으로 한 번 더 쳐줄 것을 부탁하자 신지애는 지체 없이 샷을 날려 이번에는 핀 1m 옆에 붙였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도무지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신기의 샷 ‘신(神)지애’
신기의 샷으로 ‘신(神)지애’라고 불리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짧다는 것. 특히 미국 무대에서 그의 비거리는 하위권이었다. 골퍼로서는 엄청난 핸디캡이다. 하지만 장타자가 쇼트아이언을 잡을 때 그는 5번 우드로 핀을 맞힐 만큼의 정교함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예를 들면 키 180㎝ 단신의 한국 농구 선수가 2m가 넘는 선수가 즐비한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득점왕에 오른 것과 다름없다.
퍼팅과 어프로치 등 빼어난 쇼트게임 능력도 비거리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키 155㎝의 약점을 딛고 전설이 된 원동력은 강력한 멘털이다. 하체 힘을 키우기 위해 15층짜리 아파트를 1층부터 15층까지 수없이 오르내리는 혹독한 훈련을 반복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먹은 음식과 컨디션의 관계를 빠짐없이 기록한 일지를 바탕으로 몸 관리를 하는 것도 유명하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이다.
30대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선수들 사이에서 ‘골프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의 신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신지애는 내심 여자 골프의 최고 레전드 아니카 소렌스탐의 통산 72승(LPGA)을 넘어서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권종오 SBS 기자
1991년 SBS에 입사해 30년 넘게 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 모든 종목의 스포츠 경기 현장을 누볐다. SBS 유튜브 채널인 ‘스포츠머그’에서 ‘별별스포츠’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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