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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배움터가 어르신 일터로 27년간 버려진 폐교 명물 카페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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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시대. 갈수록 아이들의 울음소리, 웃음소리가 잦아든다. 아이들의 배움터인 학교도 사라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전국의 누적 폐교는 3955곳. 폐교는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활용할 수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쓰임새를 찾지 못해 방치된 폐교가 367곳에 이른다(매각 2609곳, 활용 979곳). 쓸모를 다한 학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마주한 새로운 화두다.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 자리잡은 한 카페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나섰다. 충남 서산시 성연면의 ‘카페 가재미38’. 도로명주소 가재미길38을 그대로 간판에 가져다 쓴 이곳은 1998년 문을 닫은 일광초등학교(구 일광분교)를 리모델링해 올해 3월 개소했다. 27년간 아무도 찾지 않았던 폐허의 땅이 커피향 나는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흉물’ 폐교 되살릴 아이디어 낸 서산시니어클럽
카페 가재미38은 이른바 ‘시니어 카페’다. 폐교와 카페와 노인. 다소 낯선 이들의 조합은 서산시니어클럽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전국 지자체에 지원한 예산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관이다. 2014년부터 학교의 건물 일부를 사무실로 쓰고 있던 서산시니어클럽은 오랫동안 텅 빈 채 남아 있던 학교의 나머지 건물 한 동을 시니어 카페로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 충남 노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방치된 폐교를 카페로 탈바꿈해 지역 어르신들에게 쉼터이자 일터를 제공한다는 구상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지어진 학교를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우수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산시니어클럽 회원이 1600명 이상 급증하면서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어요. 그때 우리 사무실 맞은편 폐교 건물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앞서 서산시가 매입한 폐교 건물 한 동을 서산시니어클럽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다른 한 동은 계속 방치된 채로 있었거든요. 그곳을 카페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고민하다 우리가 직접 운영을 해보자 나섰죠.” 공모사업을 주도한 서산시니어클럽 이효정 관장의 설명이다.
과거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 카페는 문을 열자마자 화제가 됐다. 평일에도 한 시간 넘는 거리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다. 서울에선 차로 약 두 시간, 고속도로를 벗어나 논밭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면 화사한 색감의 키 낮은 건물이 한눈에 시선을 잡아끈다. 총면적 129.6㎡(약 40평), 분홍색과 민트색으로 치장한 한 층짜리 카페 외관은 소담한 옛 시골마을의 학교 모습 그대로다. 그 주위로 키 큰 나무들과 색색으로 만개한 꽃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풍금소리가 들려올 듯한 기분마저 든다. 방문객에겐 카페 건물 앞 널따란 주차장도 만족스러운데 과거 학교 운동장으로 쓰였던 공간이라고 했다.



칠판·복도·신발장… 학창시절로 추억여행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찾지 않았던 곳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학교는 ‘흉물’스럽기까지 했다는 게 직원들의 말이다. 서산시니어클럽은 공모를 통해 받은 지원금 1억 원에 자체 예산까지 들여 수도와 화장실을 새로 설치하고 전기설비 공사도 다시 했다. 직원들은 물론 시니어클럽 회원들까지 팔을 걷어붙여 건물에 색을 입히고 나무와 꽃을 직접 심었다. 덕분에 이곳을 찾은 손님은 카페 뒷마당 가득 그림처럼 펼쳐진 꽃밭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이 관장은 “시니어클럽 회원들에게 나무와 꽃을 기증받아 심기도 했다. 덕분에 카페는 아름다워지고 회원들은 꽃나무를 키우며 카페 운영에 참여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라며 “내년부턴 일반 손님들을 위한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와 어르신이 함께 만들어가는 카페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 내부로 들어오면 과거 학교의 흔적이 더욱 눈에 띈다. 교실 두 칸의 벽을 허물어 조성한 카페는 한쪽 벽면 전체가 그림으로 장식돼 있는데 가까이서 보니 대형 칠판을 캔버스로 활용했다. 짙은 청록색 칠판은 요즘 학교에선 좀체 볼 수 없는 추억의 물건이다. 서산시니어클럽 직원들은 리모델링하며 칠판을 없애는 대신 이를 도화지 삼아 이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밖에 카페 테이블 아래로 슬쩍 보이는 신발장, 일자형의 긴 복도, 걸을 때마다 “삐걱” 소리를 내는 나뭇바닥도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특히 주민들이 그린 그림이 걸린 카페 복도를 걷다 보면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던 학교의 풍경이 머릿속에 절로 그려진다. 이 관장은 “과거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찾아와 카페에서 동창회를 열기도 한다. 나중엔 운동장을 대여해 동창 체육대회 등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시니어 바리스타 13명 “내 일 갖는 게 노년의 활력”
카페 운영은 전적으로 서산시니어클럽 회원들이 맡고 있다. 총 13명의 시니어 바리스타가 음료 제조부터 고객 응대, 매장 관리까지 모두 직접 한다. 카페 운영을 통해 나오는 수익도 모두 시니어 직원들의 몫이다. “우리 모두가 카페의 사장이다. 나 혼자가 아닌 회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테, 허브티, 미숫가루 등 일반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격은 2500~5000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영어 없이 한글로만 쓰인 메뉴판, ‘조금 늦더라도 양해해주시면 정성껏 준비해드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도 이곳 시니어 카페에서만 볼 수 있다.
시니어 바리스타는 60~75세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다. 기업체 고위직 출신부터 주부까지 배경도 다양하다. 근무시간은 주 30~40시간을 목표로 13명이 세 시간씩 교대로 한다. 아침 9~10시부터 평일은 오후 6시, 주말은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한다. 근무 원칙이 있다면 오직 즐겁고 건강하게 일하는 것. 수익이나 효율 같은 구호는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카페 매니저인 이시영 씨는 70대에 시작한 커피 공부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카페가 개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곧장 공부를 시작해 1급 바리스타자격증까지 땄다. 이 씨는 “문 닫은 학교를 다시 시민에게 되돌려준다는 취지가 좋아 시니어 바리스타에 지원했다”면서 “처음엔 커피머신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라테아트 같은 고난도 기술도 문제없다. 이제는 다른 직원들까지 직접 교육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며 뿌듯해했다. 또 다른 시니어 바리스타 문윤희 씨는 4년 전 은행에서 퇴직한 뒤 새로운 도전에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 씨는 “은퇴 후엔 여행이나 다니며 쉬려 했지만 막상 내 역할이 없어지니 무기력했다. 다시 일을 하니 삶에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이어 “커피 맛있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다. 월급은 손주들 용돈으로 준다”며 미소지었다. 이 관장은 “어르신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 병원에 갈 일이 줄어드니 국가적으로는 건강보험료가 저감되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연면은 과거 인구가 줄면서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몇 년 사이 테크노밸리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상주인구가 2만여 명까지 늘었다. 직원들은 카페를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인근 고남저수지에 설치 중인 나무데크 길을 카페까지 연결하고, 카페 앞 운동장엔 잔디를 깔아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폐교를 잘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이 관장의 생각이다.
“폐교는 쓸모가 많아요. 시니어 카페 외에도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노치원(노인 유치원)’으로 꾸밀 수도 있고 독거노인 등을 위한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할 수도 있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뛰놀던 공간이 어르신들을 위한 곳으로 탈바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카페 가재미38처럼 폐교를 지역발전의 원료로 삼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전국 곳곳에서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조윤 기자

정부 ‘폐교재산 활용 가이드라인’ 배포
장기간 방치된 폐교 활용 쉬워진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가 '폐교재산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4월부터 전국 현장에 배포했다. 학생 수 감소로 전국적으로 폐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폐교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폐교 공표부터 대부, 매각까지 전반적인 행정절차와 적용 법규를 설명한 안내서다.
그간 폐교는 폐교활용법에 규정된 ▲교육용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귀농어·귀촌 지원시설 ▲소득증대시설 등 6가지 용도로만 우선 활용되는 등 지자체 사업에 폭넓게 쓰이지 못했다. 법령 해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유재산법’ 대신 주로 ‘폐교활용법’을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폐교활용법을 적용하는 경우 5년 이상 미활용 상태로 교육청이 3회 이상 대부·매각 공고를 했음에도 대부 또는 매수자가 없는 경우만 지자체가 무상대부를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두 법령을 각각 어떤 경우 적용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고 적용의 우선순위, 법제처 해석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가령 폐교활용법상 수의계약 대상이 아니라면 공유재산법에 따라 수의대부나 매각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 교육감이 폐교 활용을 위해 선행해야 하는 행정절차, 관련 법규, 소요기간 단축 방안 등도 단계별로 제시해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안착되면 교육청은 신속한 처리 및 관리가 어려운 미활용 폐교를 공유재산법에 따라 신속하게 지자체에 대부 또는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는 장기간 방치된 폐교를 활용해 지역주민을 위한 창업, 일자리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해 지역사회의 활력 증진 및 지역 발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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