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향기, 멀구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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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도나 남부지방에선 연보라색 꽃이 잔뜩 핀 멀구슬나무를 볼 수 있다. 아무리 바빠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게 만드는 아름다운 꽃이다. 나무에 다가가면 고급스럽고도 향긋한 꽃향기가 황홀할 지경이다.
멀구슬나무 꽃은 늦은 봄부터 초여름에 연보랏빛으로 자잘하게 핀다. 꽃을 보면 꽃잎과 꽃받침조각이 5~6개씩 있고 가운데에 자줏빛의 독특한 원통 모양이 보이는데 10개의 수술이 합쳐진 것이다. 여름엔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멀구슬나무는 히말라야 등 아시아와 호주가 원산지지만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심어 키운 나무다. 수도권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가면 동네마다, 어느 곳은 집집마다 이 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예 가로수인 곳도 있다.
멀구슬나무는 꽃이 피었을 때도 볼 만하지만 사실 열매가 달렸을 때 더 대단하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제주도나 남해안 지역을 지나다보면 대추 모양의 둥근 노란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는 왜 멀구슬나무를 이렇게 많이 심었을까? 예로부터 딸을 낳으면 시집갈 때 장롱을 해주려고 오동나무를 심었는데 남쪽에서는 오동나무 대신 멀구슬나무를 심었다. 또 옛날에는 멀구슬나무 열매를 구충제로 이용했다고도 한다. 이렇게 쓸모가 많은 나무니 동네마다, 때로는 집집마다 멀구슬나무를 심어 기른 것이다. 제주4·3사건을 다룬 현기영 중편소설 ‘순이삼촌’, 이중섭이 6·25 때 제주도에서 피란생활을 하며 그린 ‘섶섬이 보이는 풍경’에서도 이 나무를 볼 수 있다.
멀구슬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무구슬, 즉 ‘목(木)구슬’이 변한 이름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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