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를 모방한 AI, 뉴로모픽 컴퓨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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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서비스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질문 하나를 던지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백·수천 개의 전구가 깜박이는 것처럼 엄청난 전기가 사용된다. AI가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방대한 학습이 필수적이고 그럴 때마다 전력 사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AI는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돌아간다.
예를 들어 미국 아이오와주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에는 28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CPU)와 1만 장이 넘는 엔비디아 GPU가 가동 중이다. 이곳에서는 몇 달에 한 번씩 AI 모델을 다시 학습시키는데 이때 드는 비용이 수천억 원에 이른다. 챗GPT에 질문 5개를 입력하는 동안에도 GPU는 풀가동되고 그 열을 식히기 위해 500㎖ 페트병 한 병 분량의 물이 사용된다. 물론 이 물을 끌어올리고 순환시키는 데도 전기가 필요하다. 좋은 AI를 만들기 위해 GPU를 늘릴수록 전력 소모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AI 에너지 사용량’ 감당 어려워
AI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컴퓨터의 설계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는 컴퓨터,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심지어 슈퍼컴퓨터까지 대부분은 ‘폰 노이만 아키텍처’라는 구조를 따른다. 1945년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제안한 이 설계는 ‘기억하는 공간(메모리)’과 ‘일하는 장치(연산장치)’를 분리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계산하는 방식이다. 구조가 단순하고 범용성이 뛰어나 컴퓨터가 대중화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이 방식의 한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AI 모델 학습처럼 엄청난 연산을 요구하는 작업들이 일상이 됐다. 그 결과 폰 노이만 방식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병목현상’이다.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불러오고 연산한 뒤 다시 저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속도는 느려지고 전력 소모는 급증한다.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연산기와 메모리를 최대한 가깝게 배치하는 등 물리적인 해결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한계에 도달했다.
에너지 효율 만점 ‘뇌’를 베껴라
그래서 많은 연구자의 시선은 ‘인간의 뇌’로 향하고 있다. 우리의 뇌는 하루 종일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면서도 사용하는 전력은 겨우 20와트, 백열전구 하나를 밝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이런 뇌의 구조를 본뜬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면 AI 역시 적은 에너지로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목표로 하는 기술이 바로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이다. ‘신경(Neuro)’과 ‘형태를 닮은(Morphic)’이라는 뜻이 합쳐진 말이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기존 컴퓨터와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먼저 뇌는 메모리와 연산 기능이 하나로 통합돼 있다. 별도의 공간을 오가며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이 없다. 또 우리 뇌는 평소에는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다가 필요할 때만 빠르게 작동하는 방식이다. 폰 노이만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마지막으로 기존 컴퓨터는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만 정보를 주고받지만 인간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이 차이를 극복하려면 디지털뿐 아니라 아날로그 신호도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 역시 뉴로모픽 컴퓨팅의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인텔, 퀄컴, IBM 등 글로벌 반도체·AI 기업들은 이미 이 기술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 중이다. AI가 더욱 확산되고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뉴로모픽 컴퓨팅은 필연적으로 도입될 기술로 꼽힌다. 인간 뇌처럼 작고 효율적인 연산장치를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AI 기술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뉴로모픽 컴퓨팅은 AI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간은 과연 인간의 뇌를 복제해낼 수 있을까?
원호섭
과학이 좋아 마블 영화를 챙겨보는 공대 졸업한 기자.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10대가 알아야 할 미래기술10’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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