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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는 ‘사랑의 법’ 엄마의 의지로 지킨 생명 우리 사회가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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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가 말하는 ‘보호출산제’
길은 멀고도 험했다. 오래된 주택들 사이로 난 골목길은 폭이 좁은 데다 90도 가까이 깎아지른 경사에 차로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혹여 차체가 뒤로 넘어가진 않을까, 핸들을 잡은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이 험한 길을 아이를 품에 안고 오는 이의 심정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쯤 길 끝에 목적지가 보였다. 서울 관악구 난곡로26길 104. ‘베이비박스’다.
“여기에 온 아이들은 엄마의 의지로 생명이 지켜진 아이들이에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이같이 말했다. 죄책감과 두려움 속에 출산을 결정하고 아이가 안전하게 살 방법을 고민하다 가파른 언덕을 넘어 이곳까지 오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베이비박스는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한겨울에도, 한밤중에도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서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가 아이를 쉽게 유기하도록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여기 와보면 그런 말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2009년 우리나라에 처음 베이비박스를 만든 인물이다. 16년간 그가 보호한 아동은 2171명. 10대 청소년이나 외국인노동자가 낳은 아이 등 법과 제도 안에서 보호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의 품에 안겼다. 어쩌면 길에서 생의 첫 순간을 맞이했을지 모를 아이들은 여기에서 24시간 돌봄을 받으며 지내다 정부가 지정한 입양기관으로 옮겨진다.
베이비박스가 있는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일시보호센터 1층에 들어서면 왼쪽에 아기방이, 오른쪽엔 미혼모 상담실이 보인다. 이 목사는 몇 년 전부터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엄마들을 상담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간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했던 사정을 들어주고 최대한 아이가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키울 의지는 있지만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엔 주거비와 생계비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 아이가 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는 누군가에겐 삶의 마지막 희망이자 사회적으로는 저출생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16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베이비박스는 어떻게 만들게 되신 겁니까?
아들이 6년 전에 천국엘 갔어요. 전신마비로 33년간 와상장애를 앓았는데 병원에 있을 때 한 할머니가 자기 손녀도 좀 키워주면 안되겠냐는 거예요. 부모가 놓고 간 걸 자기 혼자 키우는데 더는 능력이 안 된다면서요. 그 아이가 우리 아들이랑 똑같은 병을 앓았는데 교회에서 지내면서 병이 무척 호전됐어요. 의사도 깜짝 놀랐죠. 그러면서 병원에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더 있는데 좀 맡아달라는 게 아니겠어요? 교회에서 아이들을 키워준다고 소문이 나면서 담벼락에, 주차장에 아이들을 놓고 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은 생선박스에 담긴 아이가 왔는데 싸늘하게 몸이 식은 걸 보고 이대로 가선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하는 걸 보고 친구랑 둘이 베이비박스를 만든 거예요.

처음엔 아내분과 둘이서 아이들을 다 돌보셨다고요. 무척 힘드셨겠습니다.
베이비박스를 만들어놓고 기도를 드렸어요. ‘하나님, 여기에 아이들이 안 들어오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이 박스가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은 살려주십시오’라고요. 이후 언론에 알려지면서 많을 땐 한 달에 30명이 왔어요. 어떻게 버텼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힘들었죠. 8개월이 지나고 어느 날 세수를 하는데 뺨에서 펑펑 소리가 나요. 귀에 염증이 곪아 터졌는데 그것도 모르고 산 거예요.

아이를 놓고 가는 이들의 심정도 오죽할까 싶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요?
고등학생이었는데 갑자기 진통이 와서 혼자 화장실에서 애를 낳은 거예요. 뒷산에 나뭇가지로 구덩이를 파고 묻으려는데 그 순간 애가 심하게 울더래요. 어떻게 해도 울음을 안 그치니까 교복으로 아이를 싸가지고 허겁지겁 우리한테 온 거예요. 그때 그 엄마의 간절한 표정은 평생 잊을 수가 없어요. 전남 여수에서 온 베트남 여성도 있었죠. 임신했다고 회사에서 자른다고 하니 휴게소에 애를 버린 거예요. 그런데 울음소리가 계속 맴돌아서 되돌아가 아이를 찾아서 여기까지 왔대요.

아이를 맡겼다 다시 데려가는 이들도 많다고요.
베이비박스를 열면 소리가 나요. 그럼 직원이 나가서 엄마를 붙잡고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 오는 엄마들은 두려움, 외로움, 공포가 극심한 상태예요. 그 마음을 누구한테 말할 수 있었겠어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당신으로 하여금 이 아이가 지켜졌다”고 말해주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엄마에게 아이 사진을 보내주고 언제든 24시간 상담을 해줍니다. 그렇게 연락을 하며 지내다 보면 엄마들도 마음이 바뀌어요. 20~30%는 다시 아이를 데려갑니다.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우리가 지원을 해주고요.

어떤 지원인가요?
생필품, 음식, 육아용품 등이 담긴 양육키트를 제공하고 생계비, 병원비 등 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원을 3년간 해줘요. 살 집이 없다고 하면 월세 보증금도 마련해주고요.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그 많은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도움 없인 불가능한 일이에요. 출산 후 교회에서 6개월을 살다 간 대학생이 복학을 앞두고 학비가 없어 쩔쩔맸어요. 그때 봉사를 왔던 중소기업 직원들이 사연을 듣고 십시일반으로 1년치 학비를 내줬어요. 이런 식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이 있어 버텼습니다. 직원들도 사명감이 없인 이 일을 못해요. 아이 두 명을 24시간 보려면 직원이 세 명은 필요한데 그걸 한 명이 다 하고 있어요. 여기가 아니면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아이와 있는 고작 며칠의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던 엄마들의 절절한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으로요.

그럼에도 베이비박스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초기에 아이를 쉽게 버리도록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어요. 되물었죠. ‘그럼 대책이 뭐냐. 당장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 그냥 손 놓고 구경하면 되는 거냐’라고요. 진짜 아이를 버리려는 사람들은 여기까지 안 와요. 진짜 버려진 아이들은 생사조차 알 길이 없어요. 그런데 베이비박스에 온 아이들은 100% 다 살았어요.

지난해 7월부턴 보호출산제가 시행됐습니다.
보호출산제는 여기서 법률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연구용역을 의뢰해 만든 겁니다. 이건 출생통보제의 문제를 보완하는 ‘사랑의 법’이에요. 출생통보제로 병원에서 자동으로 출생신고가 되면 이걸 원치 않는 엄마들은 밖에서 애를 낳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보호출산을 선택하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출생신고가 되니 입양도 보낼 수 있죠. 아이가 법원에 신청을 하면 친생부모를 만날 수 있는 방법도 마련돼 있어요.

보호출산제 역시 원가정 양육을 지향하지만 양육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보호출산을 선택하면 7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쳐 입양을 보낼 수 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짧아요. 일주일 안에 결정하라고 하면 양육을 포기하기가 쉽죠. 더욱이 지역마다 위기아동보호센터가 있지만 자리가 턱없이 부족해요. 위탁가정에선 0~3세 영아는 양육이 힘드니 잘 받지 않고요. 나중에라도 아이를 키울 의지가 있는 엄마도 당장 맡길 곳이 없으니 입양기관으로 아이를 보내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위기임산부 지역상담기관에서 위기영아 보호체계를 함께 갖추는 일이 시급해요. 우리는 오래전부터 미혼모 상담과 영아 보호를 동시에 해왔어요. 그럼에도 종교재단이라는 이유로 위기영아보호소로 정식 허가를 못 받고 있어요. 나중에라도 아이를 데려가겠단 의사를 밝히면 우리가 맡아주지만 오래 데리고 있을 순 없어요. 베이비박스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있는 거죠. 다만 최근 사단법인을 낸 덕에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가가 관리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위기임산부와 영아를 돌보고 가정방문 등을 통해 사례관리도 집중적으로 할 수 있을 거예요.

지난 15년에 더해 앞으로 꿈꾸는 미래가 있을까요?
매년 역대 후원자와 봉사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은 콘서트를 열고 있어요. 우리가 돌본 아이 중에 시각장애인이 있는데 피아니스트가 돼 그 무대에 섰어요. 무척 감동이었습니다. 앞으로 베이비박스로 지켜낸 아이들이 성인이 돼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는 데도 힘을 보태려 해요. 보호기관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는 경계성지능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꽤 있어요. 자기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고요. 그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끝까지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게 우리의 사명입니다.

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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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소득 기준을 지난해 폐지했다. 더불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 한부모 가구에 자녀당 월 21만 원(월 5만~10만 원 추가 지원 가능)의 양육비를 준다. 중위소득 6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에는 월 37만 원(0~1세 영아를 양육할 경우 월 40만 원)을 지원한다.

*보호출산제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위기임산부가 불가피한 경우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사와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출생통보제를 보완하는 제도로 2024년 7월 19일 동시 시행됐다.

*출생통보제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면 출생 사실과 출생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곧장 통보하는 제도다.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은 자동으로 출생통보가 이뤄져 공적 체계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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