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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 이어내려온 사찰음식으로 몸도 마음도 닦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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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유산 지정 예고
흔히 ‘절밥 같다’고 한다. 주로 소박한 밥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다. 그랬던 ‘사찰음식’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소식과 채식, 저속노화 식단 등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자극적인 고열량 음식에 지친 사람이 늘어간 사이, 사찰음식은 대표적인 웰빙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산속 승려들의 식사지만 현대에 맞게 재해석되면서 왕성하게 전승돼온 것도 큰 몫을 했다. 이제는 제철 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다듬는 과정은 물론 수행식으로서의 특별한 문화적 가치까지 주목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같은 사찰음식을 지난 3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불교와 함께 사찰음식이 한반도에 뿌리내린 지 1700년 만이다.



외국인에게도 인기… “재료 낯설어도 입맛엔 딱”
절밥을 먹으려면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냐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는 누구나 쉽게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일일·월별·상시 강좌가 개설돼 있다. 국내 최초 한국사찰음식 복합문화공간으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운영해왔다. 모든 강좌는 스님이 직접 요리를 시연하고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철 한상차림, 스님손맛 반찬비법, 명상과 함께하는 클래스 등 강좌 모두 인기가 높다.
체험관에 들어서면 사찰음식의 역사와 특징, 종류 등을 설명한 전시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실제로 스님들이 먹는 다양한 종류의 사찰음식 모형도 살펴볼 수 있다. 절에선 아침 식사를 많이 하면 참선 수행에 방해가 돼 죽과 찐고구마, 연근찜 등의 간단한 음식으로 아침발우상을 차린다고 한다. 스님들은 감기에 걸렸을 땐 능이버섯으로 끓인 ‘감기국’을 먹고 매달 그믐과 보름 전날 삭발을 한 뒤엔 찰밥과 미역국, 김, 두부전으로 차린 ‘삭발식(食)’으로 기력을 보충한다. 면벽수행을 할 땐 생식(불린 쌀, 솔잎가루, 꿀, 대추, 밤, 서리태 등)을, 여름철엔 쉽게 상하지 않는 연잎밥을 즐겨먹는다는 것도 이곳에서 알게 됐다.
이제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차례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일일 강좌를 신청해 들어봤다. 주말에 찾은 체험관은 서른 명에 가까운 참가자로 북적였다. 눈에 띄는 건 10여 명의 외국인 참가자였다. 미국, 독일, 스위스, 일본 등 국적도 다양했다. 체험관에서는 외국인 참가자들을 위해 영어 안내서를 마련해놓은 것은 물론 실시간 통역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왔다는 올리비아 씨는 이번이 여섯 번째 참가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공부하다 불교문화에 푹 빠져 사찰음식을 배우게 됐다”며 “사찰음식은 재료부터 낯설지만 외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이전에 만든 것 중엔 감자옹심이 수제비가 특히 맛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온 엠마·다니엘 씨는 한국 여행 중 함께 이곳을 찾았다. 엠마 씨는 “비건(채식주의자)이라 사찰음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수업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양에선 채소 요리법이 발달하지 않았는데 다양한 식물성 재료로 맛을 내는 사찰음식은 완벽한 비건식단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음식 만드는 전 과정이 ‘수행’
이날 배운 사찰음식은 ‘두릅, 느타리초무침과 메밀전병’이다. 요리법을 직접 만든 하경 스님은 시연에 나서기 전 사찰음식에 대한 설명부터 했다.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육류와 생선, 오신채 없이 조리하는 겁니다. 육류와 생선을 먹지 않는 것은 살생을 하지 말라는 불교의 가르침 때문이죠. 대신 절에선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오신채란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다섯 가지 채소를 말합니다. 맵고 강한 냄새가 나는 이 채소들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발산하게 하는 탓에 절에선 금하고 있습니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은 사찰음식의 또 다른 특징이다. 우리 땅에서 키운 제철음식을 먹는 것이 우리 몸과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다듬어 음식을 만드는 과정 모두 불교에선 ‘수행’의 영역에 속한다. 승려들은 발우공양을 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오관게’를 독송하기도 한다.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날 제철 식재료의 주인공은 두릅이었다. 하경 스님은 “두릅은 산에서 나는 귀한 음식으로 봄의 따듯한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다. 가시가 있지만 약 성분이 있어 데쳐서 먹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메밀은 채소만 먹었을 때 허할 수 있는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재료다. 두릅과는 반대로 찬 성질을 지녔다. “따듯한 성질과 찬 성질이 한데 어울려 완전체가 되도록 레시피를 구성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참가자들은 하경 스님의 시연을 본 뒤 직접 요리를 시작했다. 두릅과 느타리버섯은 물에 데치고 메밀가루로는 반죽을 만들어 얇은 전병을 부쳐냈다. 모든 재료는 길게 채를 썰어 국수처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고추장, 간장, 매실액 등으로 만든 양념을 곁들이면 요리는 끝이다. 하경 스님은 “재료 하나하나 자르는 길이까지 정해져 있는 궁중요리와 달리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한 것이 사찰음식의 특징”이라며 “절에선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마음가짐으로 소박하게 식사한다”고 말했다.







쌀 씻은 물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아
마지막으로 직접 완성한 요리를 맛볼 차례다. 사찰음식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두 먹는 ‘전체식’을 지향한다. 과일을 껍질째 먹는 것은 기본이다. 쌀 씻은 물이나 표고버섯을 불린 물은 찌개에 쓰고, 나물을 데친 물도 버리지 않고 국을 끓여 먹거나 물김치를 만들어 먹는다. 철저히 아끼고 재활용하는 것이 사찰음식의 기본이다.
참가자들은 그릇에 남은 양념장까지 두릅과 느타리버섯에 묻혀가며 남기지 않고 음식을 모두 먹었다. 참가자 김영민 씨는 “다소 심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입맛에 딱이다.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소영 씨는 “고열량의 자극적인 음식이 많은 요즘 이 같은 소박한 식단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적당한 양만 먹고 절대 남기지 않는다는 불교의 정신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영양적으로 모자람은 없을까?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체험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사찰음식은 영양 면에서도 부족하지 않다. 채소를 통해서도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콩에서 단백질을, 각종 식물성기름에서 불포화지방산을 얻을 수 있다. 1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사찰음식은 이 같은 식물성 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배합·조리·가공함으로써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아울러 온갖 채소를 오랜 기간 영양소 파괴 없이 보관해 먹을 수 있도록 장과 장아찌 등 저장·발효식품을 발달시켜온 것 역시 고유한 특성이다.
강좌는 자신이 사용한 그릇과 조리도구를 직접 치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에게 감사와 행복을 전하는 하경 스님의 인사말이 속 편한 음식처럼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었다.
“사찰음식은 세상에 감사하고 자비를 베푸는 음식입니다. 오늘 이 음식을 먹고 느낀 행복을 내 가족과 이웃에게까지 널리 퍼뜨리시길 바랍니다.”

조윤 기자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된다
창의적 재해석 왕성히 전승… 5월 중 최종 결정

국가유산청이 3월 21일 사찰음식을 신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사찰음식은 ‘불교의 정신을 담아 사찰에서 전승해온 음식’으로 승려들의 일상적인 수행식과 발우공양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식사법이 포함된다.
국가유산청은 지정 예고 이유에 대해 ▲삼국시대 불교 전래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 ▲불교의 불살생 원칙과 절제의 철학적 가치를 음식으로 구현해 고유한 음식문화를 형성했다는 점 ▲발효 방식의 조리 방식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하는 등 외국의 사찰음식과 차별화된다는 점 ▲전통적인 조리법을 유지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등 현재에도 왕성히 전승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사찰음식은 사찰마다 다양한 조리법이 이어져오고 있으며 승려를 중심으로 사찰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 전승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전문가 및 국민 의견 수렴, 무형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5월 중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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