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가업 지킨 것은 장인정신, 초심 잃지 않고 200년 기업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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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장수 기업 ‘백년소공인’ 지정 삼광공업사 김진규 대표
1928년 6월, 경기 수원시에 ‘본정철공소’가 문을 열었다. 동네의 작은 철공소 안에서는 안 되는 게 없었다. 자동차 정비도 하고 자동차 부품도 만들고 기계도 만들었다. 95년이 흐른 지금 ‘삼광공업사’로 간판을 바꿔달고 군용 트레일러를 제작할 만큼 회사 규모는 달라졌지만 ‘물건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집은 창업주에 이어 2대, 3대째로 이어지고 있다.
삼광공업사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선정한 백년소공인에 신규 지정됐다. 백년가게·소공인은 장수 소상공인의 성공모델을 확산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신규 지정 경쟁률은 백년가게가 3.7대 1, 백년소공인이 5대 1을 기록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백년가게는 1424곳, 백년소공인은 959곳이 지정돼 있다. 백년소공인은 15년 이상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고유한 숙련기술을 보유한 소공인이 대상이다. 업력, 경영철학, 제품·서비스 차별성, 지역공헌 등을 종합 심사해 선발한다. 선정되면 중기부가 판로, 시설개선, 마케팅 등 다방면에서 지원한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삼광공업사를 찾았다. 창업주인 할아버지(김귀산 씨)와 2대 아버지(김성근 씨)를 이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진규 대표는 “할아버지의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광공업사는 군용 트레일러를 제작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민간기업이다. 특허만 4개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군은 물론 대기업과 협력해 수출도 하고 있다. 미국의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도 양해각서(MOU)를 맺고 다목적 미사일 제작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삼광공업사는 철공소부터 시작했다.
‘본정철공소’라는 이름으로 할아버지가 수원에 자그마한 철공소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할아버지는 광복 이후 일제 잔재를 모두 없애기 위해 이름부터 ‘삼광공업사’로 바꿨다. 할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버지는 대학교를 다니다 중퇴하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이른 나이에 힘든 가업을 잇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덕분에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
가업을 지킨다는 것이 부담감도 크겠다.
물론이다. 선대들이 고생해서 힘들게 키워온 가업을 내가 망치면 안 된다는 부담이 크다. 100년을 앞두고 있는 회사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최근 트레일러 사업 추진에 이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
매출이 줄어 인원을 감축하고 사업 부문을 정리할 때 힘들었다. 헬기 관련 사업을 하면서 인원도 늘리고 사업 규모를 확장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 대기업 주도로 이뤄지다보니 우리 같은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안타까웠다.
힘들지만 95년 기업으로서 보람도 크겠다.
우리가 납품한 제품들을 군에서 20~30년 계속 사용하는 걸 보면 너무 자랑스럽다. 국내에 100년 가까이 된 기업이 몇 개 안 된다. 아버지가 지금까지 언론에 나왔던 삼광의 역사를 다 모아놓았다. 95년 동안 장인정신을 가지고 기업을 이어온 우리의 발걸음을 다시 돌아보면 자부심도 느낀다.
가업을 이을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가업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듣고 자라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에 다닐 때 수원시의 장학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일본으로 유학 갈 기회가 생겼다. 그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일본 기업에 취업했다. 일본에서 3년 일하다 한국 지사장으로 발령받아 돌아와 영업부터 운영까지 모든 일을 해야 했다. 그때 많은 것을 배웠다. 회사가 자리를 잡은 후 가업에 뛰어들었다.
민간 기업이 군용 트레일러를 만든다는 게 신기하다.
1980년대 초에 우연히 미8군과 일할 기회가 생겼다. 당시 미8군에서 무기 보수 작업을 맡아서 하게 됐다. 낡은 기계들을 살리고 수리하는 일이었다. 그 인연으로 군용 물품을 납품하는 등 군 관련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통신장비를 싣고 나를 수 있는 트레일러를 시작으로 점차 다양한 군용 트레일러를 개발하고 만들게 됐다.
트레일러의 종류가 많은가?
통신장비 트레일러부터 군 세탁기, 물탱크, 포탄, 미사일 트레일러 등 30여 개가 넘는 트레일러를 개발하고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트레일러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오래전 자동차 관련 사업을 했다. 트레일러는 엔진이 없는 자동차다. 군이 존재하는 한 사업이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버지대부터 시작했다.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도 함께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헬파이어’ 다목적 미사일에 우리가 만든 미사일 지지대를 묶어 군에 납품하려 했다. 현재는 헬기나 전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헬파이어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용 방법에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록히드마틴과 함께 합작품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도 이 같은 방식으로 방어가 취약한 해안가, 섬 등에 설치했다. 아직 납품하지는 못했지만 진행 중에 있다.
트레일러도 해외에 수출하나?
단독 수출이 아니라 기아·한화 등과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한화와 지뢰 제거 장비도 수출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이런 장비가 많이 사용되지 않지만 해외 수요가 많다. 코로나19 등으로 사업 진행이 미뤄졌지만 다시 추진하고 있다.
특허를 4개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트레일러 관련 특허다. 그중 하나는 공기압 없는 타이어다. 구조물 자체의 탄성을 이용해 만들었다. 펑크가 안 나고 오래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트레일러에 접목시키려고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현재 국내외 타이어 관련 기업들도 연구 중이다. 대기업은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할 수 있지만 작은 회사는 어렵다. 이 밖에도 절첩 가능한 자전거휠 특허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백년소공인에 지정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95년간 장인정신을 가지고 꾸준히 해온 데 대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장인정신으로 더욱 정진하기 위한 채찍으로 삼으려고 한다. 앞으로 5년이면 100년 기업이 된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해나갈 생각이다. 일본에는 몇 대를 이어오며 가업을 지키는 장수기업이 많다. 100년, 2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
정광성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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