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열쇠 디지털 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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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국이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업무, 생산 기술, 제품 등을 디지털화한 후 이를 기반으로 가상시험이 가능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 중 주목받는 하나의 키워드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전환의 열쇠’다.
가상의 쌍둥이 모델 구현해 시험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쌍둥이처럼 복제해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똑같이 구현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왜 굳이 세상의 일부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려는 것일까? 이는 현존하는 사물의 상태가 과거에는 어떠했고, 현재 상태는 어떻고, 또 미래에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상시험을 통해 알기 위해서다. 현실 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상으로 해결해 세상과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자신과 똑같은 신체를 가상으로 만든다고 해보자. 이때 실제 인물과 같은 조건(성별, 나이, 신장, 기저질환 여부 등)으로 가상인물을 만든 다음 약물을 투여해 그 반응이나 치료 효과, 부작용 등을 시험한다면 나만을 위한 맞춤치료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도시의 교통, 상하수도, 에너지, 항공, 자동차, 국방, 자율주행, 의료와 인공장기, 식물 공장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제조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장 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팩토리를 또 하나의 가상공장으로 만든다면 실제 공장의 제품 품질과 결함이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고 또 제품 설계나 공장 운영의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디지털 트윈을 만들려면 세 가지의 복제가 필요하다. 실제의 운용 데이터, 객체의 행위 모델, 실시간 디지털 공간정보 및 사물 형상 정보 등이다. 즉 건물, 식생과 같은 땅이 가진 모든 물리적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고 각 요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상업·산업 지구, 인구, 교통량, 오염, 국지기후 등을 모델화하기가 힘들다. 출처가 다른 여러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수많은 노력과 연구를 해야 한다.
디지털 트윈 활용의 대표적 예는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은 공간정보가 없다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공간정보만큼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모델도 중요하다.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로 편리함을 제공하는 반면 역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택시를 탈 때 어떤 승객은 빠른 길을 이용하지 않고 내비게이션대로 간다고 불만이고, 어떤 승객은 내비게이션대로 가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 이유는 최적 경로를 안내해주는 시뮬레이션 모델과 데이터의 정확도에 원인이 있어서다. 디지털 트윈은 목적에 맞게 구축돼야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 디지털 트윈 추진 동향
디지털 트윈은 2002년 미국의 마이클 그리브스 박사가 ‘제품생애주기관리(PLM)’의 이상적 모델로 설명하면서 등장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존 비커스 박사는 이 개념을 디지털 트윈으로 명명했다. NASA는 2010년 우주탐사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디지털 트윈을 반영하면서 우주 산업에 이 용어를 계속 사용해왔다.
이후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자사의 엔진, 터빈 등 제품에 디지털 트윈 모델을 적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한 뒤 만든 디지털 엔진으로 엔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GE를 디지털 트윈의 원조로 혼동하기도 한다.
디지털 트윈은 세계 주요 국가가 국책과제로 추진 중이다. 기술 구현이 어려운 만큼 투자비용 또한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디지털 트윈의 시장 규모가 2026년까지 48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이 중 미국 비중이 가장 크다.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로 잡으면 유럽은 93%, 일본은 87%, 한국은 82.3%에 머무른다.
미국의 디지털 트윈 기술은 2016년 GE가 세계 최초로 산업용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 플랫폼인 ‘프레딕스’를 공개하면서 급격히 발전했다. 최근에는 170여 개의 기업, 정부기관, 학계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 트윈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의 상호 운영성과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선두주자다. 독일의 최대 전자·전기회사 지멘스가 디지털 트윈 개념에 기반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성공한 상태다. 공장의 모든 공정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오류 발생 가능성을 확인해 공정 작업의 최적화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 트윈을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트윈 실증 및 핵심기술 개발에, 국토부는 디지털 트윈에 기반이 되는 공간정보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부산신항국제터미널의 스마트 항만 물류 플랫폼, 섬진강댐 유역의 물 관리 플랫폼,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의 산업단지 통합 관리 플랫폼, 지하공동구 스마트 관리 시스템, 경주 풍력발전소의 발전기 진단 및 출력 예측 플랫폼, 광주 송정역 일대의 도시 침수 스마트 대응 시스템 등의 실증 사업이 그것이다.
국가 주도의 디지털 트윈은 2027년까지 구축해 공간정보 국가 경쟁력에서 세계 10위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그를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힘을 합쳐 희망의 걸음을 한 발씩 내딛고 있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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