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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병원 집중 투자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필수의료 거점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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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공백없는 필수의료 보장’… 필수의료 혁신전략 발표
필수의료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필수의료는 중증·응급, 분만, 소아진료, 외상, 심·뇌혈관 질환 같이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분야를 말한다.
의료인력과 환자가 모두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역·필수의료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수도권에 병상이 집중되면서 지역의 의료자원과 역량이 줄어들다보니 지역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의 수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지역 내 의료 이용률을 보면 서울은 89.2%에 달하는 데 반해 경북은 63.4%에 그쳤다. 환자가 찾지 않으니 지역·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낮은 수가 탓에 비인기과로 전락한 것도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만 하더라도 92%였지만 2022년에는 28%에 그쳤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10월 16일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지역·필수의료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를 정상화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근본적인 해법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마련된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지역의료를 강화해 ‘넥스트 팬데믹’에 대응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만 인구가 쏠리는 ‘지방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의료 인프라를 개선해 지역 정주여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해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는 필수의료 핵심전략은 필수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등을 골자로 한다. 먼저 충분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확충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이 유입되도록 할 계획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국내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적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35년에는 1만 명에 가까운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일과 초고령사회 전환에 대비하는 일 모두 의사 수를 늘리는 데서 시작한다는 인식하에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
의대 정원 확대는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의대의 수용역량과 입시변동을 고려해 증원하되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관리할 전망이다. 교수 1인 당 학생 8명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교수를 확보하고 증원 후에도 평가인증을 통해 교육여건을 관리한다. 현재 예과 2년, 본과 4년인 학제를 개편해 입학부터 졸업 후 진로까지 연계하는 교육과정도 마련한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그 인력이 지역·필수의료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우수한 인력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며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은 다각도로 진행된다.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해 24시간 내 치료를 완결했을때 가산하는 방안은 이미 시행 중이다. 여기에 중증·응급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중환자실 등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이 202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수요 부족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분만 취약지, 소아 입원에 대한 보상도 강화된다.
무엇보다 의사 인력이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기로 결정한 이후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기울인다.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이 의대에 입학해 지역의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선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전공의 수련 체계를 개선해 지역·필수의료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수련비용도 국가가 지원한다.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 모델을 확산하고 ‘의사인력뱅크’를 설치해 공공병원의 의료인력을 확보한다.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면서 환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를 테면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에 대한 지원은 현재 70%에 그치지만 12월부터는 100%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보상금액도 인상해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한다. 의료사고와 관련된 현행법을 개정하거나 별도 특별법을 제정해 형사처벌특례 범위도 늘리고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배상책임보험에 더 많이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국립대 병원 등 중심으로 필수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필수의료 혁신전략의 한 축이 충분한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다른 한 축은 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현재는 많은 중증·응급환자가 수도권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상경한다. 병상도 의사도 모두 서울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활동하는 의사 수가 서울은 3.47명인 데 반해 경북은 1.39명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대형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중증·응급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국립대 병원 등 거점기관의 의료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은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국립대 병원의 필수의료 분야 교수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인력 확충을 어렵게 하는 총인건비, 정원 관리 등의 규제를 혁신한다. 또 국립대 병원에 대해서는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병상과 인력을 확보하는 데 쓰이는 비용을 지원하고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센터에 대한 보상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필수의료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린다. 전체 국가 R&D 예산 27조 원 중 국립대 병원의 비중은 0.4%에 그친다. 이를 확대해 국립대 병원 등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R&D 지원체계와 연구혁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 필수의료가 잘 관리되기 위해서는 1·2·3차 의료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상적인 전달체계에서는 1차 병·의원에서 기초적인 진료와 진단이 이뤄진다. 2차 병원에서 필수의료 수술이나 응급 상황을 담당한다. 그리고 국립대 병원 등 거점기관이 지역 내 필수의료를 총괄·조정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1·2·3차 의료기관이 유사한 환자군을 두고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필수의료 핵심전략도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만성질환 위주이던 1차 의료지원을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반으로 넓힌다. 예방·관리, 교육·상담, 퇴원 후 관리 등을 지원하는 건강보험 시범사업도 확대된다. 환자들이 상급병원에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우수한 지역 종합병원을 육성해 국립대 병원 등 권역 책임의료기관과 협력하도록 한다.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는 강화된다. 권역 책임의료기관과 공공진료센터, 1·2차 의료기관 같은 협력기관 사이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증도에 따라 적정기관이 적정한 진료를 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필수의료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주어지는 보상도 강화한다.
인적협력도 확대된다. 지역 병원 간 365일 순환당직제가 실시된다. 중증·응급환자에 대해 지역 내에서 대응이 완결될 수 있도록 병원 간 순환당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더불어 1·2·3차 의료기관 간 협력을 지원하는 필수분야 전문병원 확충도 유도한다. 예를 들어 소아전문병원이 개설될 경우 의료자원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환자를 신속하게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원과 소아전문병원, 상급종합병원 소아전문진료센터 간의 연계·협력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전략은 넥스트 팬데믹에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달체계를 구축해 감염병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환자를 분류·이송하고 중증병상과 인력을 확보하는 과정을 국립대 병원 등 거점기관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즉각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국립대 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의 협력모델을 수립해 공공인프라 역량을 강화하고 팬데믹 대응기반을 확충한다. 특히 국립대 병원 교수의 지방의료원 출장 진료를 활성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협력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지역에서 적기에 치료받는 미래 구성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정책이 추진되기 위한 기반도 강화해나간다. 국립대 병원 소관도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변경할 계획이다. 국립대 병원 등은 앞으로 필수의료의 중추가 되고 연구분야에서도 보건의료 R&D 혁신의 거점이 된다. 동시에 교육분야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소관을 변경하고 국립대 병원 간 연계·협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립대 병원 혁신 네트워크추진’도 추진한다.
한편으로는 ‘국가중앙의료 네트워크’도 구성한다.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를 연결해 임상·연구분야 중앙병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공공인프라를 총괄하며 혁신하는 거점으로 운영한다. 즉 필수의료를 혁신하는 3대 네트워크는 국가중앙의료 네트워크와 국립대 병원 혁신 네트워크,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지역 국립대 병원이 서로 협력하고 서울대병원·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 등과 연결되는 등 종적·횡적의 연계·협력을 통해 필수의료를 혁신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혁신전략이 추진되는 미래는 한층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수도권 큰 병원에서 진료받던 중증·난치질환 환자들은 가까운 곳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된다. 수도권 원정 진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한층 감소될 수 있다. 지금은 심·뇌혈관 질환이나 응급질환에 대응하는 자원이 부족해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지역 내에 충분한 필수·응급의료 인력이 확보되고 시설이 확대되면 중증·응급환자가 적정시간 내 최종 치료기관에 도착하는 비율도 현재 49.6%에서 6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시켜 지방소멸을 방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여건 때문에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일이 줄어들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받기 위해 인력이 유입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결국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드는 원천은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에서 중증 질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하고 각자도생식 비효율적 의료 전달체계를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로 정상화하기 위해 혁신전략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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