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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중독에서 反쇼핑 활동가로 “옷 대신 자신감으로 옷장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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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자 이소연 씨
“이 가죽재킷이요? 30년 전 엄마가 첫 월급을 받아 산 옷이라고 해요. 관리를 잘한 덕에 지금도 제가 가장 즐겨 입는 옷 중 하나죠.”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30년에 걸쳐 대물림된 옷이라니. 이소연 씨의 손에는 이 밖에도 ‘연식’이 만만찮은 옷이 여러 벌 들려 있었다. 어머니가 30년 전 가죽재킷과 함께 산 칠부바지, 13년 전 5000원을 주고 산 티셔츠, 10년 전 친구에게서 공짜로 얻은 롱스커트…. 그는 “옷을 오래 입으려면 하나하나 소중히 다루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옷에 담긴 저마다의 사연을 설명했다.
그런 그도 과거엔 누구 못지않은 ‘쇼퍼홀릭’이었다. 20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같이 옷을 사모았다. 기쁠 땐 기뻐서 슬플 땐 슬퍼서 ‘득템’하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옷 쇼핑중독에 제동이 걸린 건 미국에 머물던 시절 ‘1.5달러짜리 패딩’을 본 뒤부터다. ‘패딩이 고작 2000원이라고?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궁금증을 따라 간 곳엔 패션산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글로벌 패션기업은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옷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한 해 동안 지구에서 생산되는 옷은 약 1000억 벌. 전 세계 인구 80억 명의 10배가 넘는다. 무엇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했다.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10%가 면화를 생산하는 데 쓰이고 산업 폐수 중 20%는 염색 과정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탄소배출량의 약 10%가 의류산업에서 나온다고 했다.
“값싼 옷 가격 뒤엔 패션산업의 잔혹한 현실이 있었어요.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했던 게 전혀 합리적이지 않았던 거죠.” 더 이상 새 옷을 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것이 7년째. 직접 패션산업을 취재한 뒤 2년 전 책도 펴냈다. 저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엔 패션업계가 왜 속도와 물량 경쟁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지, 엄청난 의류 폐기물이 어떻게 환경을 파괴하는지, 패션 플랫폼이 왜 생산과 유통을 극단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지 등의 내용을 자세히 담았다.
패션이 개인의 정체성 표현의 수단이 된 시대. 옷을 사지 않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이 씨는 동료, 친구들과 ‘옷 교환 파티’를 자주 연다고 했다. 새 옷을 사지 않고도 ‘멋’을 포기하지 않는 그만의 노하우다. 이 씨는 “옷을 사지 말자는 것은 멋을 내지 말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다. “옷장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옷을 물건 이상으로 존중하게 되고 나에 대해서도 똑바로 보게 된다”는 게 그가 옷을 사지 않은 뒤 얻은 깨달음이다.



미국에서 본 ‘1.5달러 패딩’이 새 옷 사지 않기의 시작이 됐다고.
패딩을 팔던 쇼핑몰까지 가는데 지하철 요금이 3달러였다. 그런데 패딩이 지하철 요금의 반값이었다. 라벨에는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라고 적혀 있었다. 아시아에서 생산된 옷이 미국까지 건너와 고작 1.5달러에 팔릴 수 있는 걸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각종 자료를 찾아보고 관련 산업계 종사자들을 인터뷰하며 패션산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값싼 옷의 비밀은 뭐였나?
먼저 원단값이 매우 저렴해졌다. 과거 동물이나 식물에서 원단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농약과 살충제를 대량으로 살포해 면화 재배 등을 손쉽게 한다. 다음은 값싼 노동력이다. 내가 몇 번 입고 버릴 옷을 위해 방글라데시의 10대 소녀는 몇 백 원의 시급을 받고 하루 종일 재봉틀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거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을 외면한 결과다. 대표적인 예로 의류 염색공장이 많은 동남아시아에서는 공장 인근의 강물 색깔만 봐도 그해 전 세계 패션의 유행 컬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원단 염색 과정에서 엄청난 폐수가 발생하는데 환경규제가 느슨한 저개발국가에서 옷을 만들면서 마땅히 치러야 할 비용을 자연에 전가한다. 이처럼 기업이 부당하게 절감한 비용 덕에 우리는 갈수록 저렴한 가격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옷을 많이 만드는 것 이상으로 많이 버리는 것도 문제라고.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인데 지구에서 한 해 생산되는 옷의 양이 약 1000억 벌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73%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1초마다 약 2625㎏,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버려지는 셈이다. 그중엔 팔리지 못한 새 옷도 무척 많다. 더 큰 문제는 버려진 옷 대부분이 개도국으로 넘겨진다는 사실이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케냐 등 헌옷 수입국들은 산처럼 쌓인 ‘옷 무덤’에 마을 전체가 환경오염으로 시름한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화두다. 기업들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 않나?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스스로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소비자다. 예를 들어 합성섬유를 쓰니까, 환경규제를 안 지키니까, 동물학대를 하니까 등의 이유를 들어 소비를 안하겠다고 하면 기업은 곧장 전략을 수정할 거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해보자. 새 옷을 사지 않고도 멋있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지인들과 주기적으로 옷을 교환한다. 가장 애용하는 것은 ‘다시입다연구소’의 ‘21%파티’다. 옷장 속에 잠들어 있는 21%의 안 입는 옷을 바꿔 입자는 취지로 전국에서 계속 행사가 열린다. 참가비 3000원을 내면 내 옷 다섯 벌을 다른 옷 다섯 벌과 바꿀 수 있다. 회사 송년회, 신년회 등에선 동료들과도 옷 교환을 한다. 안 입을 옷을 바꿔 입으며 파티처럼 즐긴다. 유행이 지났거나 안 맞는 옷은 수선해 입는다.

옷장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옷장에 옷이 쌓여 있으면 무슨 옷이 있는지 알 수 없고 그러면 계속해서 옷을 사게 된다. 어떤 옷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하려면 계절이 지난 옷은 개어서 보관하고 자주 입는 옷은 되도록 모두 옷걸이에 걸어두는 게 좋다. 저 옷을 안 사면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당장 옷장을 열어보라. 비슷한 옷이 분명히 있다.



유행이 금방 변하다보니 오래된 옷은 티가 나는데.
요즘 10대, 20대의 패션을 보면 정말 비슷하지 않나. 남들이 입는 대로, 패션기업이 이끄는 유행 그대로 입는 거다. 아무리 옷을 사도 옷장에 입을 옷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무 옷이나 가질 수 없게 되면 먼저 자신에 대해 깊이 분석하게 된다. 옷 교환을 해보면 평소 입지 않던 스타일에도 도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유행을 따르는 대신 자신만의 멋을 찾게 될 거다.

새 옷을 사지 않은 지난 7년간 구매충동을 느낀 적은 없나?
처음 2~3년간은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무척 후회했다. 지금도 재채기하듯 불쑥 구매욕구가 샘솟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지금 내가 왜 옷을 사고 싶어 하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글로 적는다. 이 과정을 통해 옷을 사고 싶다는 마음속엔 다른 욕구가 있다는 걸 알았다. ‘가짜 욕심’에 가려 있던 진짜 내 감정을 보지 못했던 거다.

가짜 욕심이라니?
돌이켜보면 옷을 사고 싶었던 순간은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있거나, 길에서 예쁜 사람을 봤거나, 뭔가 심술이 나 있을 때였다. 저 옷만 있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절대 아니었다. 옷을 살 때의 좋은 기분은 짧으면 며칠, 길어야 한두 달에 불과했다. 금방 또 다른 옷에 눈이 가고 사고 싶은 옷은 끝도 없이 생겼다. 옷은 날개가 아니었다. 예쁜 옷 뒤에 숨겨진 진짜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다면 이 가짜 욕심은 영원히 충족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으로 건강한 마음을 되찾았나?
쇼핑을 안하게 되니 그 자리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게 됐다. 내겐 그것이 다이빙이었다. 다이빙을 하다보니 바다로, 바다생물로, 바다를 둘러싼 자연환경으로 끊임없이 궁금증이 생긴다. 이후 해양생물보호단체 활동가로도 참여하게 됐다. 옷이 쌀수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샀던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 다른 삶을 살게 된 거다.

소비욕구를 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껌을 사는 것보다 쉽게 옷을 살 수 있고 휴대폰을 열면 하루에도 할인쿠폰이 몇 장씩 쏟아진다. 현대사회는 소비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엄청난 시스템을 갖춰놨다. 과연 소비욕구가 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일까? 패션산업의 문제에 공감한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나 혼자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많은 환경보호 노력을 주저하게 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열 벌 살 옷을 아홉 벌만 산다고 가정해보자. 정확히 인구수, 80억 벌의 옷을 덜 만들어도 된다. 소비를 일절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그 방향을 바꿔보자는 거다. 책을 낸 뒤 ‘이번 계절만이라도 옷을 안 사보려 한다’, ‘한 달 동안 옷 안 사기에 성공했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 혼자 한다고 해서’가 아닌 ‘나부터’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가장 친환경적인 옷은 지금 우리 옷장 안에 있다.

조윤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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