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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 만든 진짜 같은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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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아니마투스’ 시리즈 중 ‘Felis Catus Animatus & MusAnimatus’. 레진, 알루미늄 스틱, 스테인리스 와이어, 스프링, 유채, 88×55×92cm, 15×8×15cm, 2006


▶이형구, ‘아니마투스’ 시리즈 중 ‘Felis Catus Animatus & MusAnimatus’. 레진, 알루미늄 스틱, 스테인리스 와이어, 스프링, 유채, 88×55×92cm, 15×8×15cm, 2006


박물관은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다. 반면 미술관은 미래로 향하는 여행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오래된 것, 전 시대의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과 달리 미술관은 새롭고 기발한 창작품을 보여준다. 박물관 종류는 다양하다. 자동차, 우표, 가구, 장남감, 곤충, 카메라, 항공우주…. 세상의 모든 물건으로 박물관을 차릴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관은 박물관의 한 갈래다. ‘미술 작품’으로 규정된 사물을 전문적으로 모아놓은 박물관, 즉 ‘미술 박물관(뮤지엄 오브 아트·Museum of Art)’인 셈이니까.
박물관의 기원은 16~17세기 유럽에서 탄생한 ‘분더캄머(Die Wunderkammer)’. ‘경이(驚異)의 방’이라고 해석한다. 신기하고 진기하고 기묘하고 괴상하고 이국적인 희한한 물건을 모아놓은 방을 말한다.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호기심의 방’이라고도 불렸다.
분더캄머의 기본은 수집.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 귀족들은 아프리카·아시아·아메리카 대륙에서 들여온 다양한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서없이 모아두기만 하다가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 진열(전시)하면서 차츰 박물관으로서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대의 박물관 기능은 크게 다섯 가지.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이다. 수집·소장품을 보존하고 연구하고 그 성과를 전시하면서 교육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 제대로 된 박물관이다. 이 가운데 ‘자연사박물관’은 각별하다. 고고학, 민속학, 인류학을 아우르면서 과거와 미래를 조망한다. 자연사박물관은 상상력의 보고(寶庫). 상상력은 모든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이다. 이런 상상력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가 있다. 조각가 이형구다.

▶이형구, ‘The Objectuals’ 시리즈 중 ‘Altering Facial Features with H-WR’.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21×121cm, 2007.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외벽 설치 광경

동물 캐릭터 연구하는 허구의 고고학
이형구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생긴 이래 최초로 개인전으로 참여한 작가다. 홍익대학교와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미국 유학 시절엔 동양인 남성으로 겪은 신체적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작품을 제작했다.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왜곡하고 과장해 보여주는 오브제와 사진이었다.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한국관 전시장을 마치 자연사박물관처럼 꾸몄다.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공룡 뼈 화석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골격을 설치하고 각종 실험 도구를 전시했다. 관람객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온 건지 박물관에 들어온 건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된 작품 내용과 의도를 파악하고 난 후엔 헛웃음과 새로운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형구가 만들어 전시한 것은 고양이와 쥐의 골격. 애니메이션 주인공 ‘톰과 제리’를 모티프로 고양이와 쥐의 골격을 상상해 만든 것이다. 이 뼛조각은 진짜가 아니다. 100% 가짜로 만든 인공물이다. 제목은 ‘아니마투스(Animatus)’. ‘생명, 움직임을 불어넣는다’는 뜻을 지닌 애니메이션(Animation)이라는 말의 라틴어 어원이다.
이형구는 앙숙인 톰(고양이)과 제리(생쥐)가 좌충우돌 쫓고 쫓기는 상황을 연출했다. 제리를 덮치려는 순간 톰의 과장된 몸짓, 이때 깜짝 놀란 제리의 표정이 뼈다귀로만 실감 나게 표현됐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사람처럼 움직이고 행동한다. ‘의인화’됐기 때문이다. 톰과 제리도 두 발로 서서 뛰어다닌다. 심지어 자동차(붕붕), 기차(토마스),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에도 사람 같은 눈, 코, 입이 묘사돼 있다.

가상의 존재를 진짜처럼 현실에 재현
인간과 동물, 자연과 인공물, 허구와 실재, 상상과 현실이 뒤죽박죽 섞인 요지경 세상이다. 특히 의인화된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왜곡과 과장된 신체 구조로 표현되기 일쑤다. 커다란 눈과 생략된 손가락, 매끄럽게 단순화된 피부와 털 등이 그렇다.
가상의 존재를 진짜처럼 현실에 재현해내는 상상력이 이형구 작업의 핵심이다. 그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생동감 넘치는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해부학과 고고학 같은 고급 지식을 동원한다. 예를 들어 네발로 다니던 동물이 사람처럼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한다면 척추 구조가 수평에서 수직으로 어떻게 변형될 것인지를 예상한다. 두개골 크기에 비해 너무 커다랗게 표현된 동물 캐릭터의 안구(眼球) 위치는 어떨지를 고민한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동물의 골격이 어떻게 변형될지를 진지하게 상상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그 근거를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베니스비엔날레가 끝나고 스위스 바젤 자연사박물관에서 같은 시리즈로 개인전을 열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동물, 곤충, 광물 등 무려 77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자랑하는 유럽의 대표적 자연사박물관이다. 이런 박물관에도 애니메이션 동물 캐릭터 뼈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아주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열린 이 전시는 ‘상상력+과학=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회였다.

이준희 건국대 현대미술학과 겸임교수_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창작에서 전향해 몇 년간 큐레이터로 일했고, 미술 전문지 기자로 입사해 편집장까지 맡아 18년 8개월 동안 근무했다. ‘저널리스트’로 불리는 것보다 여전히 아티스트에 가까운 ‘미술인’으로 불리기 원한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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