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설렘, 변산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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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월 중순 전남 여수시 향일암 근처엔 어여쁜 변산바람꽃이 핀다. 향일암은 내륙에서 가장 먼저 변산바람꽃이 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꽃을 보러 5시간 가까이 차를 몰고 몇 번을 내려갔는지 모른다.
변산바람꽃은 복수초와 함께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2~3월에 핀다. 새해 꽃다운 꽃으로는 맨 처음 피는 야생화라 첫아이 출산처럼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꽃이다. 변산바람꽃은 꽃대 높이가 10㎝가량인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가냘프게 흔들린다. 비교적 단순한 다른 바람꽃들과 달리 연두색 암술, 연한 보라색 수술에다 초록색 깔때기 모양의 기관 등 볼거리가 많다. 기관은 꽃잎이 퇴화한 것으로 꿀샘 역할을 한다. 수줍은 듯 꽃봉오리에 연한 분홍빛이 도는 것 같기도 하다. 꽃을 실제로 보면 사람들이 이 꽃을 ‘변산 아씨’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이다.
변산바람꽃은 1993년에야 세상에 알려진 신종(新種)이다. 예전 전문가들은 식물 조사를 4월 정도에 시작했기 때문에 2월에 피기 시작해 3월이면 져버리는 변산바람꽃을 잘 몰랐던 것이다. 차이를 알아챈 사람도 비슷하게 생긴 너도바람꽃의 변종이겠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꽃 이름은 전북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한 바람꽃 종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후 설악산, 한라산, 마이산, 내장산 등 거의 전국 산에서 이 꽃이 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초부터는 수리산(경기 군포·안양시) 등 수도권 산에서도 볼 수 있다.
변산바람꽃은 생긴 것도 예쁘고 개성 만점인 데다 낭만적 이름까지 가져 어느새 초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매김했다.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초봄에 꼭 만나고 싶어 하는 야생화다. 우리나라에선 변산바람꽃 말고도 10여 종의 바람꽃 종류가 있는데 변산바람꽃이 제일 예쁘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변산바람꽃을 소개하는데 굳이 문학 한 줄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른 꽃과 달리 변산바람꽃은 꽃 하나로 충분히 문학적이고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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