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알처럼! 다산 기원하는 석류모양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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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난무했다. 이집저집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지자 1980년대에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로 바뀌었다. 요즘은 아이 울음소리가 너무 귀하다. 낮은 출산율로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정부에서 저출생 대책을 쏟아내며 최근 출산율이 반등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청자 석류모양주전자’는 고려시대 도자기의 공예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작품이자 출산에 대한 염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간절한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주전자는 물레로 형태를 만든 후 그 표면에 장식을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몸체를 세 개의 석류모양으로 만든 뒤 그 위에 또 하나의 석류를 올려놓은 형태로 이뤄졌다. 석류 사이에는 줄기모양의 손잡이와 주구(물을 따르는 긴 부리)를 연결시켰고 잎사귀로 장식을 곁들였다. 손잡이가 위에 있는 석류와 맞닿은 부분에는 음각으로 잎맥을 새겨넣어 사실성을 곁들였다. 각각의 석류 옆면에는 작은 점을 찍어 마치 석류가 익어 터져 빨간 알갱이가 드러난 모습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손으로 흙을 한땀 한땀 주물러서 도자기를 빚었다.
도자기를 구울 때 가장 힘든 공정은 그릇의 두께가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가마 안에서 초벌구이를 할 때 두께가 얇은 부분이 찌그러지거나 터져버릴 수 있다. 흙으로 반죽을 하고 형태를 만들고 문양을 새긴 모든 과정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청자 석류모양주전자’처럼 굴곡이 심하고 여러 개의 흙덩어리를 연결시켜야 하는 상형도자는 최고의 도공만이 완성할 수 있는 고난도의 작품이라 하겠다. 더구나 이 작품은 선반에 모셔놓고 감상만 하는 완상용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는 실용품이다. 감상용의 기능보다 주전자로서의 기능이 크니 물이나 술을 담고 따르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공예품의 기능은 실용성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실용적이면서도 멋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같은 술이라도 양은주전자나 스테인리스주전자보다 ‘청자 석류모양주전자’에 담아서 따르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실용성과 디자인에 더해 축복의 의미까지 더해진다면 더 특별할 것이다. ‘청자 석류모양주전자’에 등장하는 석류는 단순히 모양이 예뻐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석류에는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기복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석류의 모양에서 볼 수 있듯 석류의 껍집 안에는 수많은 알갱이가 가득 들어 있다. ‘청자 석류모양주전자’는 석류 알갱이들처럼 많은 자손을 낳으라는 축복을 담은 주전자다. 그릇 표면에 굳이 점을 찍어 알갱이를 표현한 의도 역시 그 때문이다. 석류는 건축, 가구, 장식품 등의 도안에 널리 응용됐고 그릇, 기름병, 연적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설에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렸던 조카가 딸을 품에 안고 새해 인사를 왔다. 나이 마흔에 아빠 노릇 하기 힘들다고 엄살을 피웠지만 조카부부의 얼굴에는 딸을 얻은 행복감이 가득했다.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 미루다보니 어느덧 세월이 흘렀고 더 늦기 전에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여러 차례의 인공수정을 거쳐 포기할 때쯤 임신에 성공했다고 한다. 조카처럼 간절하게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청자 석류모양주전자’는 단순한 주전자를 넘어 부적 같은 의미였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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