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 작은 불편함을 연습하는 곳 숲속 책 둥지로 오세요!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환경을 위한 작은 불편함을 연습하는 곳 숲속 책 둥지로 오세요!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서울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
둥지는 새들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장소다.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며 포식자나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번식기가 다가오면 새들은 알을 낳아 안전하게 새끼를 키울 수 있는 둥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둥지는 나무 위나 나무 구멍, 벼랑이나 바위 위 등 새 종류나 생활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르게 지어진다. 모양도 물잔, 밥그릇, 반구형, 굴 등 다양하다. 하지만 대개 둥지라 하면 숲속 깊숙한 곳 높다란 나무 위에 작은 가지들을 얼기설기 엮은 둥근 모양을 떠올리게 된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이하 방배숲환경도서관)은 보는 순간 새 둥지를 떠올리게 한다. 서리풀공원 숲 안쪽에 둥근 형태의 건물이 들어앉은 모습이 영락없는 둥지다. 둥지 모양의 건물은 이유가 있다. 방배숲환경도서관의 로고도 둥지를 형상화했다. 둘러보면 볼수록 곳곳에 새 둥지의 모양과 역할, 기능뿐 아니라 의미까지도 차용하고 있다.





북카페형 환경 특화 도서관
방배숲환경도서관은 2023년 6월에 개관한 그야말로 따끈한 ‘신상’ 도서관이다. 약 49만㎡(14만 평)의 서리풀공원이 뒤뜰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제 문을 연 지 겨우 석 달 남짓이지만 입소문으로, 또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방배숲환경도서관을 방문한 날도 평일 오전이었지만 사람들로 북적여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 같은 인기에는 단순히 멋진 인테리어,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도서관 이용자가 도서관을 통해 환경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이를 행동으로 옮겨 에코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들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연면적 1632㎡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방배숲환경도서관은 환경 특화 도서관을 내걸고 있는 만큼 환경 테마들이 눈에 띈다. ‘환경과 문화로 삶을 바꾸는 도서관’ 개념을 도입해 설계부터 착공까지 공사 전 과정에 친환경 요소를 도입했고 태양광 패널 등 환경개선 공법을 적용했다.
지상 1층 공간은 ‘살아 있는 숲’을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약 5.6m의 높은 층고에 푸른 숲을 형상화한 벽면 서가가 배치돼 마치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각 공간에는 ‘새싹, 숲(키즈룸)’, ‘잎새, 숲(어린이자료실)’, ‘열매, 숲(종합자료실)’, ‘이어진 숲(자료열람실)’, ‘고요한 숲(서재)’ 등의 이름을 붙였다. 사람의 생애주기와 숲의 성장과정을 연결한 것이다.
지상 2층에는 주민들의 교육·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되는 ‘작은 숲’, ‘트인 숲’ 등 세미나실이 있다. 도서관 내 작은 마당인 ‘햇살, 뜰’과 옥상인 ‘구름, 뜰’은 산 내음과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조성됐다.







숲속에 들어온 듯
어린이자료실인 ‘잎새, 숲’은 큰 창을 통해 서리풀공원 녹지대가 보인다. 성장기 아이들의 키 높이에 맞춰 다양한 높이의 책장들이 리듬있게 배치돼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양한 독서활동을 통해 스스로 꿈을 탐구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한 서가도 인상적이다. ‘새싹, 숲’ 영유아자료실은 아이들에게 생애 첫 독서 경험을 선사해줄 공간으로 안전과 행동 패턴을 고려해 좌식으로 만들었다. 따로 공간을 분리했기 때문에 소리 내 동화책을 읽어줘도 괜찮다. 정기간행물실 ‘고요한 숲’은 독립된 공간으로 성인 이용자들에게 아늑한 서재가 돼준다.
마치 숲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종합자료실 ‘열매, 숲’과 원목의 긴 탁자가 놓인 자료열람실 ‘이어진 숲’은 방배숲환경도서관의 중추다. 2만여 권의 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며 매달 기후위기, 환경법, 비건, 동물권, 생명윤리, 폐기물 등 각종 환경을 주제로 한 도서를 큐레이팅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환경 도서 분류와 국내외 환경 디지털정보원 검색 서비스가 눈에 띈다.
환경 특화 도서관이라고 해서 환경 관련 책만 비치해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별도의 환경 서가도 없다. 비밀은 책등 라벨에 있다. 특화서가는 전문성과 편리성은 높을지 모르지만 접근성은 낮아질 우려가 있다. 쉽게 말해 따로 분류해놓으면 오히려 편하게 피할 수 있다. 방배숲환경도서관은 환경이라는 주제가 결코 우리 일상과 분리돼 있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기존 십진분류법을 유지하면서 파란색 책등 라벨을 활용했다. 그러니까 과학이나 기술, 교육은 물론 문화·예술, 시와 문학까지 전 분야에 걸쳐 책등에 파란색 라벨이 붙어 있다면 환경과 관련된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어진 숲’ 코너에 마련된 환경 디지털정보원 검색 서비스는 환경 특화 도서관의 진가를 보여준다. 검색 컴퓨터 모니터의 바탕화면에 환경부나 국립생태원 등 정부 기관은 물론 유엔환경계획(UNEP), 그린피스(국제 환경보호 단체) 등 환경 관련 해외 기구, 국내 기관과 단체 누리집 등에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아이콘이 띄워져 있다.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심어야 하는 나무 그루 수를 계산해주는 탄소발자국계산기도 있다. 한 시민이 검색대에서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누리집에 들어가 초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또 방배숲환경도서관은 종이인쇄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신 도서관 내 곳곳에 모니터를 비치해 도서관 운영 관련 공지사항 및 프로그램 내용 등을 디지털로 안내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은 별도로 메모해야 한다. 이 같은 소소한 불편함은 도서관 내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 및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숲의 자리’ 개방형 카페에도 그대로 적용돼 있었다.





불편해도 괜찮아!
방배숲환경도서관 1층 입구 좌측에 ‘숲의 자리’ 카페가 있다. 종합자료실 ‘열매, 숲’과 한 공간에 있을 만큼 중심이 되는 곳이다. 사회혁신 분야 국제교류 전문 기관 ‘씨닷’과 공유 컵 ‘리턴미(Return me)’를 선보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보틀팩토리 카페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제로’가 카페 운영원칙으로 개인 컵이 없는 손님에게는 ‘리턴미’를 빌려준다. 방배숲환경도서관의 ‘숲의 자리’ 카페는 제로웨이스트 및 에코라이프를 직접 경험하고 실천할 기회를 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도서관 측은 카페에 별도로 텀블러 세척기 ‘에코텀’을 설치해 개인 텀블러를 더 편하게 쓸 수 있게 했다. 카페 손님뿐 아니라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주민 등에게도 소문이 나면서 도서관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방배숲환경도서관의 핵심이자 환경 메시지를 담은 곳은 ‘햇살, 뜰’ 중정 공간이다. 부드러운 원형 건물 중앙에 천장이 없는 이 작은 마당은 밖에서는 도서관을 숲속의 거대한 둥지처럼 보이게 하고, 안에서는 서리풀공원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도서관 어느 자리에서나 한눈에 보이고 통유리창을 통해 하늘을 품은 중정은 자연과 도서관의 경계를 없애고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공연과 행사가 진행된다. 간이의자나 알록달록 빈백(쿠션이 있는 편안한 의자) 등을 놓아두고 평소에도 상시 개방한다. 책을 읽다 한가로이 햇볕을 즐기기에도, 아이들과 동화책을 읽으며 소풍 기분을 내기에도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중정의 선물은 자연뿐이 아니다. 그 공간을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어떤 그림보다 따뜻한 풍경을 선사해준다.
요즘에는 새들이 둥지를 만들 때 비닐이나 비닐 끈, 종이, 헝겊, 플라스틱, 철사줄 등을 사용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미래의 아이들은 인간의 쓰레기로 만든 새 둥지가 더 익숙한 세상에 살지도 모른다.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어렵거나 거창한 일은 사실 없다. 그저 나무를 베지 않도록 종이를 덜 쓰고, 쓰레기가 덜 나오도록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배기가스를 덜 배출하기 위해 웬만한 거리는 걸으면 된다. 그러니까 조금 불편하면 된다. 방배숲환경도서관은 이런 불편함을 경험하고 익숙해지도록 연습하는 새로운 환경 둥지다.

강은진 객원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