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란의 화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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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장편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팔레놉시스(Phalaenopsis)로 시작하는 작품이다.
선영, 광수, 진우는 같은 대학 영문학과 89학번 동기들이다. 대학 다닐 때 선영과 진우가 사귀었는데 2002년 결혼하는 것은 선영과 광수다. 그런데 광수는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팔레놉시스로 꾸민 부케를 뒤에 서 있는 친구에게
던질 때 팔레놉시스 꽃대가 부러져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그 꽃대가 꺾인 것이 진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과정을 추적해간다. 여기서 팔레놉시스는 흔히 ‘호접란(나도제비난)’이라 부르는 꽃으로 서양란 중 하나다.
호접란(胡蝶蘭)은 꽃 모양이 나비와 같다고 붙인 이름이다. 난 또는 난초는 난초과 식물을 통칭하는 말인데 꽃이 좌우는 대칭이지만 상하는 다른 공통점이 있다. 편의상 동양란과 서양란, 자생 난초로 구분할 수 있다.
동양란은 가는 잎과 은은한 향기, 수수한 꽃 모양을 가졌다. 축하할 때 보내는 보세란(報歲蘭)이 대표적이다.
서양란은 호접란같이 색깔과 모양이 화려하다. 대부분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지방의 난초를 유럽에서 개량한 것들이다. 적정 온도만 잘 유지해주면 한겨울에도 꽃망울이 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난초는 가장 진화한 식물답게 꽃가루받이를 해줄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교묘한 속임수를 쓰는 종이 많다.
색깔이나 향기, 생김새 등에서 난초의 위장술은 식물학자들도 놀랄 정도다. 생김새와 냄새를 암벌과 비슷하게 위장해
수벌을 유혹하는 난초도 있다. 난초 종류의 3분의 1 정도는 어떤 대가도 없이 곤충을 속이는 것으로 학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광합성을 하지 않고 다른 식물의 영양분에 의지하는 난초 종류도 적지 않다. 선비들이 고고하다고 예찬한 보춘화 등 동양란들도 기본적으로 씨앗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균류에 기대 싹을 틔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치 인간 세상의 이중인격자를 보는 듯하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 등 다수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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