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성지에서 마음의 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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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5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열린관광지’를 선정해 접근성 개선과 편의시설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열린관광지는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 및 관광 활동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관광지다. ‘K-공감’은 새해부터 누구나 가볼 만한 열린관광지를 소개한다. 조용히 사색하며 새해를 맞을 수 있는 강원 횡성군 유현문화관광지부터 찾았다.
횡성군 유현문화관광지
주소 강원 횡성군 경강로 유현1길 50
문의 (033)340-5986
경기 양평군 청운면에서 경강로를 따라가다 강원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에 들어서면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성당부터 만난다. 유현문화관광지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성지이자 강원도 유형문화유산인 ‘횡성풍수원천주교회’다. 지리적으로 물이 풍부하고 고려·조선시대 역원(驛院)이 있던 ‘풍수원(?水院)’이라 불리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풍수원성당’으로 더 알려져 있다. 언덕에 자리하고 있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주차장이 바로 탐방로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성당까지는 누구나 수월하게 닿을 수 있다.
고딕·로마네스크·바실리카 양식이 혼재된 풍수원성당은 건축·역사적 의미가 깊어 천주교 성지순례지 중에서도 인기 코스로 꼽힌다. 건축적으로는 서울 중구 중림동 약현성당, 전북 완주군 되재성당,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이어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자 한국에서는 일곱 번째 서양식 성당이다. 역사적으로는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자 한국인 사제가 지은 첫 번째 성당이라는 의미가 있다.
천주교 성지순례 ‘풍수원성당’
풍수원성당의 역사는 신유박해 후인 1802년 신태보 베드로 복자를 비롯한 40여 명의 신자와 순교자 가족들이 경기 용인시 일대에서 피신처를 찾아 떠돌다 이곳 풍수원 산골짜기에 정착하며 시작됐다. 당시로선 강원 최초의 교우촌이었던 셈. 이후 기해박해(1839), 병오박해(1846), 병인박해(1866)를 거치며 교우촌의 규모가 점차 커졌다.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80여 년 동안 성직자도 없이 신앙생활을 해오다가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1888년 프랑스 성직자 르 메르 신부가 초대 본당 신부로 부임하며 초가 사랑방에서 비로소 첫 미사를 올렸다. 이후 1896년 강도영·강성삼 신부와 함께 우리나라 세 번째 사제 서품을 받은 정규하(아우구스티노) 신부가 부임한 후 직접 성당 건축에 참여하면서 지금의 성당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1907년부터 준비해 1910년에서야 완성된 성당은 명동대성당을 지을 때 참여한 중국인 벽돌공 외 교우들이 힘을 보탰다고 전해진다. “직접 구운 벽돌을 이고 나른 탓에 당시 여성 교우들의 정수리에 머리카락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성당 봉헌식 당시 뮈텔 주교가 심은 성당 마당의 커다란 느티나무는 어느덧 130여 년의 수령을 자랑한다.
손때 묻은 성경 보고 가마터까지
성당 본당 건물 뒤편 ‘구 사제관’은 1912년에 완공됐다. 현재는 ‘역사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담박한 건물은 우리나라 벽돌조 사제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내부 전시에서는 ‘교우들이 모은 엽전 1만 5000냥으로 짓기 시작했다’는 풍수원성당의 건축 이야기, 한평생 교우들을 돌보다 성당 뒤편 ‘십자가길’에 잠들었다는 풍수원성당의 의인 1891년생 조이분 마리아 할머니의 이야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닳고 닳아 글씨조차 알아보기 힘든 성경, 사제들의 손때 묻은 소품들은 이곳 성당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성모동산 옆 유물전시관과 가마터, 산책로, 골방기도실도 천천히 둘러봤다. 유물전시관에는 천주교 박해 당시 신자들의 어려웠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품과 골동품 등 1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입구에는 유현문화관광지를 점자와 촉각으로 만나는 ‘3D 촉각모형’이 있다. 2020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며 갖춘 전시물이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종가에서 구했다는 항아리, 신자들이 구웠던 도자기, 훈장의 글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옛날 칠판 등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사연 있는 물건들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따라 이어진다.
십자가의 길 걸어 ‘님의 길’까지
성당 옆으로 난 완만한 언덕길에는 예수의 고난을 따라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이 나온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지붕에 하얀 눈을 인 성당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눈길 따라 잠시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풍수원성당은 강원 원주시 원동성당과 서지마을, 충북 제천시 배론성지까지 이어지는 ‘님의 길(234㎞)’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성지순례에 뜻이 있다면 순례길인 ‘님의 길’에 도전해봐도 좋겠다. 위험한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일수록 묵상의 시간은 소중하다.
박근희 객원기자
가까이 있는 열린관광지
횡성호수길 5구간
횡성호수길(강원 횡성군 갑천면 구방리 산 164)은 횡성호를 중심으로 한 총 31.5㎞의 산책길이다. 총 6개 구간 중에서 ‘가족길’이라고도 불리는 5구간은 4.5㎞ 정도로 경사가 없거나 완만해 아이들은 물론 온 가족이 함께 걷기에 좋다. 산책로엔 호수길 전망대를 비롯해 오솔길 전망대, 원두막 등 횡성호와 마주할 수 있는 공간들이 이어진다. 시작점인 ‘망향의 동산’은 2000년 횡성댐 건립으로 수몰된 갑천면의 5개 마을 지역 주민들이 망향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만든 공간. 망향의 동산 관광안내소에서는 산악형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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