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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상 안주만 63가지! 조선시대 왕은 매끼 뭘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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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29년인 1892년 9월 24일,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고종의 즉위 30주년이자 41세 생일을 동시에 기념하는 자리. 사흘에 걸쳐 열린 진찬에서 임금이 받은 상은 10가지에 달했다. 왕에게만 올린 ‘대탁’, 잔치 주인공과 왕실 가족에게 올린 ‘찬안’, 차 또는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상 ‘별행’ 등이다. 특히 안주상(미수·味數)은 무려 아홉 번이 올랐는데 술을 한 잔 헌작할 때마다 7가지 찬으로 구성된 안주상이 새로 차려졌다. 즉 이날 고종이 안주상으로만 맛본 음식은 총 63가지에 이른다. 천엽전과 전복조림, 신선로, 해삼전, 생전복회, 쇠골탕 등이 접시마다 산처럼 쌓였다.



하루 다섯 끼… 고종·순종 때는 12첩 반상
조선시대 왕은 하루에 몇 끼를 먹었을까? 왕의 생일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24년 11월 20일 시작한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조선 최고의 음식인 궁중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향유됐는지를 일반에 공개한다. 왕실 부엌에서 쓴 조리도구와 각종 기록, 그림 등 200여 점의 유물을 통해서다. 궁중음식문화재단은 ‘1892년 궁중 잔치를 기록한 의궤’ 등을 참고해 고종의 생일상 등 궁중음식 재현에 힘을 더했다. 특별전에서는 고종이 받은 63가지의 음식으로 구성된 안주상을 모형을 통해 모두 볼 수 있다.
지금이야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사람도 드물지만 조선 왕실에서는 하루에 다섯 끼를 먹었다.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각각 아침 수라(진지를 높여 부르는 말)와 저녁 수라를 먹고 이른 아침과 점심, 밤에 죽이나 면류 등 간단한 요기 수준의 식사를 하는 식이었다. 수라에는 밥과 국, 김치, 장과 같은 기본 음식에 구이, 조림, 나물, 젓갈 등의 반찬이 올랐다.
이러한 내용은 특별전에 전시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조가 회갑을 맞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화성 행궁에 행차한 일을 날짜별로 기록한 의궤다. 의궤의 찬품에는 정조와 혜경궁이 8일간 먹은 음식과 재료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잔치나 제례음식이 아닌 일상음식의 구성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박물관 측은 “흔히 알려진 12첩 반상은 고종, 순종 때 전해진 수라상의 모습이며 이전에는 대개 7가지 정도의 반찬이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궁중음식은 주로 전국에서 진상된 제철 식재료로 차려졌다. 후추와 같이 수입산 향신료가 사용됐다는 기록도 있다. 냉장시설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는 식재료를 궁궐까지 신선하게 운반하기 위해 해산물은 말리거나 젓갈로 만들었고 얼음을 사용했다. 가뭄이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왕은 진상을 면제하거나 시기를 늦춰 백성의 부담을 줄여주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이 같은 조선시대 궁중음식의 내용과 차려진 과정, 그 의미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궁중요리사 대부분 남성, ‘숙수’만 400여 명
왕이 먹던 최고의 음식은 누가 만들었을까? 조선시대 궁중음식을 담당한 관청은 ‘사옹원(司饔院)’이다. 여기에는 무려 400여 명에 이르는 요리 담당자가 소속돼 있었다. 특이한 점은 궁중요리사는 대개 남성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숙수’로 불리며 밥을 짓는 ‘반공’, 생선과 고기를 굽는 ‘적색’, 두부를 만드는 ‘포장’, 떡을 빚는 ‘병공’ 등으로 그 역할이 나뉘었다.
조선시대에는 다양한 부엌 공간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불을 때는 주방인 ‘소주방’, 일상식을 만드는 ‘내소주방’과 왕실의 혼례·제례 등을 준비하는 ‘외소주방’, 완성된 음식을 상에 차리는 ‘수라간’ 등이다. ‘생과방’에서는 떡, 다식, 과일, 죽 등 가볍게 들 수 있는 별식을 만들었고 ‘퇴선간’에서는 식은 음식을 데우거나 식사를 마친 상을 물리는 일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수라간의 현판과 숙수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요리하는 모습을 포착한 그림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실제 조선시대 때 쓰인 나무 도마와 식칼, 국자 등 살림살이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특별전에선 나와 입맛이 비슷한 임금을 찾아보는 ‘나는 어떤 임금일까? 음식 취향 MBTI’, 궁중 잔치의 고임상(음식을 높게 쌓는 것)을 만들어보는 ‘궁중 잔치음식 만들기’ 등 영상 체험 공간도 마련돼 즐겁게 왕의 밥상을 체험해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궁중음식의 새로운 면모가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며 “왕실유산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전시 기획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전의 문은 2025년 2월 2일까지 열려 있다.

조윤 기자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
장소 서울 종로구 효자로12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일시 2025년 2월 2일까지(오전 10시~오후 6시, 수·토요일은 오전 10시~밤 9시)
내용 <1부> ▲전국의 진미가 모이다 ▲궁중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궁궐의 부엌 ▲수라, 왕의 매일을 짓다 ▲조상을 위한 음식, 정성으로 기억하다
<2부> ▲잔치음식, 높이 쌓아 기쁨을 더하다 ▲사찬, 널리 나눠 마음을 전하다
문의 국립고궁박물관(02-3701-7500)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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