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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도 용납 못하고 결과 두려워 시작도 못하고 ‘완벽해야 한다’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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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람이 완벽할 수 있을까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자신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저는 그런 불가능한 완벽함을 나 자신에게 강요하는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제가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자책의 채찍을 스스로에게 휘두르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너무 오래 하거나 결과물이 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두려워 시작조차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회사 일과 집안일, 인간관계 등 여러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몸과 마음은 늘 번아웃 직전의 상태였어요. 연말이 돼 한 해를 돌아보니 이런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오히려 놓치고 즐기지 못한 기회가 많은 것 같아 후회가 밀려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마음을 극복하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부족한 모습도 스스로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제 모습이 답답하고 힘듭니다. (김지현·가명, 36)

A. ‘어떻게 사람이 완벽할 수 있을까요?’ 지현 님이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은 그 자체로 이미 중요한 삶의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완벽함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이상이며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마음 자체가 얼마나 많은 마음의 고통을 가져오는지 충분히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성향을 완화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완벽주의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 주위의 지나친 기대와 무분별한 칭찬이 키워낸 인정욕구가 원인일 수도 있고 통제되지 않는 일상에 대한 불안감이 좀 더 완벽히 상황에 대비하고 싶은 방어기제로 작동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주위의 인정과 사랑을 자신의 가치와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그러나 그 신념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삶을 지배한다면 자신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괴롭히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에 대한 불안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 겪었던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사고가 통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들은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고 완벽한 준비를 통해 이를 막아보려는 위기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 이면에 숨어 있는 선한 마음을 찾아
이런 식으로 원인을 찾다 보면 완벽주의의 이면에는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부정성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린 시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지현 님의 선한 마음을 발견하게 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신중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긍정성을 알게 됐을 때 완벽주의를 좀 더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법 또한 모색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 완벽함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설정하는 것입니다. 완전무결한 상태를 완벽함으로 여기는 대신 충분히 좋은 상태, 또는 대세에 지장이 없는 정도를 완벽함의 범위로 설정하는 거죠. 예를 들어 직장에서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 모든 세부사항을 완벽히 준비하려다 마감기한을 놓치는 것보다 핵심 내용을 충실히 담고 적시에 제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또한 집안일에서도 모든 공간을 한 번에 완벽히 청소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눈에 띄는 부분부터 정리해나가는 방식을 시도해보는 거죠. 한편으로는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실패로 간주하기보다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태도를 길러야 합니다. 부족함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만약 중요한 발표에서 실수했다면 실수에 대해 자신을 질책하기보다 어떤 부분에서 더 준비가 필요했는지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런 태도를 반복적으로 실천하다 보면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실력을 키워가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고 선택적으로 에너지를 쏟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직장에서 중요한 프로젝트에는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지만 단순히 참고용으로 제출하는 문서나 반복적인 업무에는 최소한의 노력만을 들이는 식으로요.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부담감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만족을 위해 애쓰는 대신 자기 자신의 노력을 좀 더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보세요. 그런 마음이 있어야 타인의 기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변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완벽주의 성향을 개선해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다시 과거의 성향으로 돌아가거나 잠시 의지가 꺾일 수도 있겠지요.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마다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luing) 대표이자 ‘신기율의 마음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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