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역이 안전지대로 놀이터 하나가 동네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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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시 ‘송정동 기적의 놀이터’
경기 광주시 송정동에 위치한 ‘송정동 기적의 놀이터(이하 기적의 놀이터)’는 3~4층짜리 구축 빌라와 상가 건물이 즐비한 구도심에 위치해 있었다. 놀이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송정3동 마을회관이 있고 바로 옆으로 동네와 단차를 두고 광주대로가 지나고 있었다. 전형적인 경기 외곽의 구도심 주택가였다.
기적의 놀이터는 그 사이에서 무척이나 튀는 장소였다. 방문하던 날, 마침 비가 내린 탓이었는지 놀이터 안의 알록달록한 색들은 주변의 낡고 오래된 풍경들 사이에서 더 선명하게 시선을 끌었다. 좁은 골목과 골목이 엉켜 있는 구도심에서 마치 오아시스 같았다. 오거리 교차로 한가운데에 있는 섬처럼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인 틈에서 모든 시선은 놀이터로 모이게 돼 있었다. 놀이터를 차지한 세련된 디자인의 놀이시설은 동네 분위기까지 환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새롭게 조성한 구도심의 현대적인 놀이터’라고 한 줄이면 끝날 소개를 꽤 장황하게 서술했다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적의 놀이터가 왜 기적의 놀이터인지 설명하려면 꼭 필요한 순서다. 기적의 놀이터는 단순 놀이시설을 넘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의 모든 길은 놀이터로 통한다
기적의 놀이터 인근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어 많은 아이가 등하교할 때 놀이터를 지나게 돼 있다. 기적의 놀이터가 들어서기 전 이곳은 폐컨테이너가 쌓여 있고 고물상을 비롯해 영세한 공장들이 어지럽게 밀집해 있었다. 안전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었다. 기적의 놀이터 부지는 광주시 송정동의 도시재생사업 구역과 면하고 있는 범죄 취약 지역이었다. 놀이터와는 어울리지 않게 신변안심부스가 한편에 놓여 있는 게 의아했는데 이해가 갔다. 신변안심부스란 범죄 위협을 받은 시민이 대피하면 자동으로 문이 닫혀 외부와 차단되고, 부스 안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112상황실로 연결돼 즉시 경찰이 출동한다. 신변안전부스는 기적의 놀이터 조성 이전에 있던 것으로 과거 이곳의 치안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1년 5월에 완공된 ‘기적의 놀이터’와 놀이터 옆 지하도를 정비한 ‘행복이 통하는 통미길’은 2019년 경기도가 공모한 어린이 안심 유니버설디자인 사업과 범죄예방환경디자인 사업에 광주시가 최종 선정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연령·성별·국적·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범죄예방환경디자인(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즉 셉테드(CPTED)는 도시 환경을 바꿔 주민 범죄를 방지하고 주민 불안감을 줄이는 기법이다. 어두운 골목길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가로등을 설치하거나 외진 곳의 담벼락을 없애 주민들의 자연 감시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광주시는 2016년부터 도곡초등학교 일원을 시작으로 환경이 열악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곳에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적용해 환경을 개선해왔다. 기적의 놀이터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공공디자인 사업의 일환이다. 상대적으로 놀이공간이 부족한 구도심 아이들을 위해 놀이터 확충은 물론 어둡고 후미진 지하도, 통학로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우범지역을 안전지대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범죄율 하락, 인식변화로 이어져
1393㎡ 규모의 기적의 놀이터는 기존 지형을 활용해 놀이공간과 동선이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꼬불꼬불 나선형 놀이대를 중심으로 모래놀이 공간, 기둥 오르기, 그물놀이시설 등이 고루 배치돼 유아와 장애인, 어린이 모두 어우러져 놀 수 있다.
특히 기적의 놀이터는 셉테드 디자인의 다섯 가지 원리(자연감시, 접근통제, 영역성강화, 활용성증대, 명료성강화, 유지관리)를 충실히 반영했다. 먼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주변 건물의 시야가 모두 놀이터로 모일 수 있도록 해 자연감시가 용이하도록 했다. 출입구와 보행로, 도로, 정원 벤치 등에 적절한 조명을 설치해 가시성도 확보했다. 바로 자연감시다. 또 담장과 표지판, 정원, 조경, 도로포장 등의 물리적 영역 표시로 영역성을 강조해 잠재적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를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이밖에 공원과 산책로 환경을 개선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범죄 기회를 차단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적의 놀이터 조성과 함께 주변 가로 환경 등을 개선했더니 노후했던 동네가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신했고 범죄 취약성도 현저히 낮아졌다”고 전했다. 기적의 놀이터로 인한 놀라운 변화는 ‘2021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기적의 놀이터의 독창적 디자인에는 송정동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도 숨어 있다. 광주시는 디자인 수립 단계부터 어린이워크숍을 통해 그림도 그리고 모형도 만들면서 동네에 어떤 놀이터가 있으면 좋을지를 구상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만든 놀이터 구상 결과물을 네덜란드 놀이터 전문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현실로 옮겼다. 이는 단순히 놀이터 디자인에 동네 어린이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낮에도 지나가기 무서웠던 우범지대를 기획 단계부터 함께 변신시키는 경험을 통해 기존의 두려움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다. 공사 시작 전부터 ‘공장들이 철거되고 놀이터가 생긴다’는 소식은 온 동네 사람들에게 뜨거운 뉴스였다.
동네 특성 반영한 놀이시설 곳곳에
광주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광주광역시가 ‘빛 광(光)’ 자를 쓴다면 경기 광주시는 ‘넓을 광(廣)’ 자를 쓴다. 그런데 평지가 거의 없다. 서울 송파구와 인접한 남한산성의 남한산과 성남시 분당구와 맞닿은 문형산, 그리고 하남시와 가까운 검단산을 배경으로 한강 지류인 경안천과 곤지암천이 도시 가운데를 흐른다. 북쪽에는 서울과 수도권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있다. 통영대전고속도로가 도시를 관통하고 성남, 이천, 여주, 하남, 양평 등지로 연결된 도로망이 복잡하게 엮여 있다. 그렇다보니 대형 신도시 위주로 개발된 다른 경기 지역과 달리 중소 규모의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세대나 빌라 비율도 높은 편이다. 이는 광주시 곳곳에 크고 작은 주거 지역이 넓게 분포돼 있으며 동네마다 그 특성 역시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놀이시설을 짓더라도 랜드마크형의 대형 시설보다는 각각의 지역에 맞는 여러 개의 중소형 시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광주시는 기적의 놀이터를 시작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놀이시설을 구축하고 있었다. 광주시 신현동에 자리한 광주어린이체육센터가 대표적이다.
신현동은 문형산 자락을 따라 중소형 아파트 단지와 빌라, 단독주택 등이 혼재된 주거지역이다. 외지인의 시선에는 산동네다 보니 야외 놀이터를 만들 평지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분당을 지척에 두고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많아 놀이시설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았다.
광주시는 문형산 중턱에 연면적 983.04㎡, 건축면적 850.62㎡, 지상 2층 규모의 무장애 놀이시설인 어린이체육센터를 건립했다. 일종의 공공 실내 키즈카페를 만든 것이다. 이용료는 2시간 기준 2000~3000원. 이곳에서는 기본 이용료만 내면 사설 키즈카페에서 별도 비용을 받고 있는 퀵점프나 액션클라이밍 같은 인기 기구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이밖에도 광주시는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소공원 98곳을 만들었고 물놀이장 7곳, 어린이 특화공원 12곳을 조성 중에 있다. 현재 광주시 아동 인구는 약 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광주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시는 2022년 12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강은진 객원기자
박스기사
어린이 야외사고 예방을 위한 예방수칙
안전한 옷을 입혀주세요
● 놀이를 할 때는 바지, 운동화 등 간편한 옷을 입힌다.
● 장신구, 목걸이를 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 특히 손에 물건을 든 상태에서 놀이를 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놀이터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 움직이는 그네 앞으로 지나가지 않는다.
● 미끄럼틀은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간다.
● 미끄럼틀 위에서 뛰거나 장난치지 않는다.
● 자전거나 바뀌가 달린 탈것은 정해진 곳에서만 이용한다.
야외에선 안내문을 읽어보고 안내문에 따라 행동해요
Tip. 사고가 나면 이렇게 대처하세요.
● 다친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관리자에게 사고를 알린다.
● 해당 놀이터가 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사고현장 시설물과 피해 내용의 사진을 찍어둔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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