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코리아 1140명 그대들 모두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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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민의 팔이 물살을 가르고 안세영의 라켓이 셔틀콕을 쳐내는 순간 온 국민은 하나가 됐다. ‘삐약이’란 별명을 가진 19세 탁구 신동 신유빈부터 37년 만에 남자 400m 계주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육상 대표팀의 맏형 김국영까지,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활약은 눈부셨다.
9월 23일부터 16일간 이어진 이번 아시안게임은 끊임없이 성장해온 K-스포츠의 현주소를 보여준 대회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파견된 선수단 규모는 선수 867명을 포함, 1140명에 달했다. 선수들은 전체 43개 종목 중 39개 종목에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눈부신 메달과 값진 기록들이 연일 국민의 안방에 전달됐다.
수영,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대회 1일 차부터 메달을 수확한 수영은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한국 선수단은 수영에서만 금메달 6개를 포함해 메달 22개를 수확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얻은 메달 16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얻은 메달 13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의미 있는 것은 이전의 아시안게임 결과가 박태환이라는 스타 한 명에 의존해 얻은 것이라면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여러 종목에서 다양하게 메달이 나왔다.
김우민은 자유형 400m, 1500m에 이어 계영 800m에서도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기대주 황선우도 금메달 2개를 포함해 6개의 메달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지유찬은 자유형 50m에서, 백인철은 접영 50m에서 깜짝 금메달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이은지가 메달 5개, 최동열과 김서영이 메달 4개 등을 얻어오는 역영을 펼쳤다.
단지 메달만 많이 수확한 것이 아니다. 기록도 훌륭했다. 선수들은 14개 종목에서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 김영범(17)·허연경(17)·이은지(17)·고하루(14) 등 10대 국가대표들도 시상대에 올라 한국 수영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여줬다. 황선우는 수영 종목 경기가 마무리된 9월 3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황금세대라고 불릴 만큼 모든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내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지금이 전성기가 아니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느꼈다”고 말했다.
펜싱 종목에서도 메달이 쏟아졌다. 2023년 들어 열린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소 부진했던 선수들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달랐다. 남자 사브르 개인과 단체, 여자 에페 개인과 단체, 여자 사브르 개인과 남자 플뢰레 단체에서 금메달 6개가 나왔고 은메달과 동메달도 3개씩 거뒀다.
특히 단체전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올라 출전 선수 전원이 1개 이상의 메달을 안았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는 펜싱의 간판스타 구본길과 오상욱 같은 베테랑들이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끌었다. 남자 플뢰레 팀 역시 2연패를 달성했다. 펜싱은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에서 52개 금메달을 확보한 명실상부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들의 스타도 들어올린 금메달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 전부터 ‘스타들의 스타’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 선수도 있었다.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에서 세계적 스타로 꼽히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대회 전 중국이 제작한 아시안게임 홍보자료에서 페이커는 ‘가장 보고 싶고 활약이 기대되는 외국인 선수’로 소개되기도 했다. 페이커가 중국에 입국할 때는 공항에 중국 팬들이 몰려들었다. 선수촌에서도 페이커의 인기는 이어졌다. 선수들마다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통에 페이커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 말고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의 최고 흥행 종목 중 하나였다. e스포츠센터의 메인 경기장에서 열리는 주요 경기에는 관중이 가득 찼다. 한국 선수단은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며 e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맨 먼저 메달 소식을 알린 것은 ‘FC 온라인’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곽준혁이었다. 이어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는 e스포츠 대표팀의 맏형 김관우가 금메달을 따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관우는 9월 28일 열린 결승전에서 대만의 샹위린과 7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4대 3으로 승리를 거뒀다. 김관우는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우승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게임은 재미있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내내 웃는 얼굴이던 그는 기자회견장에서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어설프고 어렵게 친 것 같은 문자메시지에 ‘너무 좋다, 기쁘다’고 적혀 있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중국 관중도 열광시킨 대표팀
금메달 바통은 LoL 종목이 이어받았다. 페이커는 이번 대회에서 주전으로 활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LoL 대표팀은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단 한 차례도 지지 않고 금메달까지 순항했다. 결승전에서는 페이커 대신 같은 포지션의 ‘쵸비’ 정지훈이 자리를 잡아 승리를 이끌었다. 페이커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출전해서 우승했다면 좋았겠지만 팀으로서는 내가 출전하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페이커 대신 승리를 이끈 쵸비는 “주전으로 나가서 못하면 내가 아닌 다른 미드 선수에게도 너무 미안한 일이라 더 잘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시안게임이 시작하기 전부터 주목받은 선수는 또 있다.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다. 안세영은 이미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안세영은 2018년 처음 성인 무대에 도전할 때 1335위였던 랭킹을 5년 만에 1위까지 끌어올리고도 여전히 발전하는 선수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안세영을 조명하면서 “안세영의 경쟁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빠르고 완벽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극찬했다.
안세영을 비롯한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10월 1일 열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29년 만의 일이다. 이어 열린 개인전에서도 안세영은 승승장구했다. 여자 단식 16강전에서는 몰디브의 압둘 라자크 파티마스 나바하를 맞아 2세트 합쳐 21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여제’의 압도적인 기량에 관중석이 술렁일 정도였다.
여자 탁구 복식 감동의 드라마
탁구 여자 복식 게임도 감동의 드라마를 썼다. 탁구 신동으로 어릴 적부터 주목받아온 19세 신유빈은 띠동갑 언니 전지희와 조를 이뤄 금빛 스매싱으로 추석연휴 안방을 즐겁게 만들었다. 10월 2일 열린 결승전에서 전지희·신유빈 조는 북한 차수영·박수경 조를 만나 세트 스코어 4대 1로 승리했다. 한국 탁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이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2019년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같은 굵직한 대회에 참가하며 4년을 동고동락한 끝에 세계랭킹 1위에 우뚝 섰다. 특히 신유빈은 2022년 9월 수술까지 받은 오른손 부상을 딛고 값진 결과를 이뤄냈다. 신유빈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출전한 4개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복식 결승전이 끝나고 신유빈은 “계속 손목 부상이 재발했고 낫기 전에는 탁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하면서 많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지희에게 우승의 공을 돌리며 “언니가 잘 이끌어줘 금메달을 따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2011년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다. 귀화한 후에 급성장한 실력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됐지만 유독 큰 대회에서는 운이 따르지 못했다. 신유빈과 짝을 이룬 후 금빛 호흡을 자랑하며 세계적인 강호로 떠올랐다. 그는 “유빈이가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다”며 “유빈이와 한 번 더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탁구 대표팀은 시상대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신유빈이 기념사진을 찍기 전 태극기가 뒤집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잡은 장면에 한국 누리꾼의 칭찬이 쏟아졌다. 중국에서는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장우진이 전지희의 옷깃을 바로잡아주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장우진의 매너 있는 행동을 지켜보던 관중들도 환호했는데 이 장면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경기장 밖에서도 감동은 이어진다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에서는 중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 선수단은 매너 있는 행동과 뛰어난 경기력으로 중국 응원단을 침묵하게 하고 오히려 환호를 이끌어냈다. 10월 1일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를 압도적으로 이겼을 때는 안세영의 포효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같은 날 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남자축구 8강전에는 5만여 명의 관중이 들어차 일방적인 응원을 펼쳤지만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중국에 2대 0으로 완승을 거둔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는 ‘쉿’ 세리머니, 손을 귀에 갖다대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시늉을 하는 세리머니로 중국 관중을 침묵하게 했다. 황선우가 남자 수영 자유형 200m에서 중국의 판잔러를 제치고 우승하자 침묵하던 중국 관중은 시상식에서 판잔러의 팔을 들어주는 황선우의 매너에 환호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곳에서도 구슬땀 맺힌 메달 수확은 이어졌다.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근대5종에서는 전웅태가 한국 근대5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승마, 펜싱, 수영에 육상, 사격까지 거쳐야 하는 근대5종 개인전 결승에서 1위에 오른 전웅태는 단체전 금메달까지 획득해 대표팀 첫 2관왕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32세 나이에 마지막 아시안게임에 임한 남자 육상 대표팀 김국영은 400m 계주 결선에서 37년 만에 동메달을 가져왔다. 육상에 유독 취약한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귀한 메달이었다. 김국영은 “오늘 이 동메달로 아시안게임마다 꾸준히 400m 계주에서 메달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단체 종목에서 메달이 나와서 뜻깊고 후련하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은 최장 6일간 이어진 추석연휴와 맞물려 많은 화제를 낳았다. 메달을 딴 선수도 따지 못한 선수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을 기쁘게 했다. 9월 12일 열린 선수단 결단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격려사를 통해 “선수들의 강인한 의지와 열정은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선수들의 진심은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팀코리아 이색 기록
11세부터 73세까지… 부녀·부부·형제 출전도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단 중 최고령 국가대표는 카드 게임 브리지 종목에 출전한 73세 임현이다. 2011년 11월 5일생으로 체스 종목에 대표로 출전한 김사랑과는 62세 차이였다. 생일이 7개월 빨라 최연소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12세 나이로 출전한 문강호는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로 경기에 임했다.
가족이 함께 출전한 선수들도 있었다. 클라이밍 종목에서는 서종국 감독이 딸 서채현을 지도했다. 자전거 종목에서는 신동인·이주미 부부가 참가했고 소프트볼에서는 배내혜 코치가 동생 배유가와 함께 경기를 치렀다. 다이빙 종목에서는 형제인 김영남·김영택이, 육상 종목에서는 쌍둥이 형제인 한세현·한두현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선수단 중 통산 최다 메달 기록을 기록한 선수는 다이빙 종목에 출전한 우하람이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전에도 8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던 우하람은 싱크로 3m 스프링보드 종목과 1m 스프링보드 종목에서 동메달 2개를 따 10번째 메달을 따냈다. 최다 대회 참가자는 육상 남자 해머던지기 종목에 출전한 이윤철이었다. 2002년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6번의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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