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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에 미쳐 40여 종 레시피 개발 가루쌀빵의 가능성? 단골손님들이 말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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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 전도사 홍윤베이커리 홍동수 대표
전북 군산시 수송동에 있는 ‘홍윤베이커리’. 아파트 단지 앞에 자리한 아담한 빵집이지만 이성당, 영국빵집과 함께 ‘군산 3대 빵집’으로 통한다. 전국의 빵순이·빵돌이가 찾는 ‘빵지순례(빵+성지순례)’ 코스 중 하나다.
이곳이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쌀과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한 빵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가루쌀’로 만든 빵이 많다. 가루쌀은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특징을 지닌 새로운 쌀 품종이다. 기존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다. 가루쌀빵은 밀가루로 만든 빵과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식감이 더 부드럽고 글루텐이 없어 소화가 잘된다.
홍윤베이커리 홍동수(55) 대표는 2016년부터 가루쌀로 빵을 만들었다. 농촌진흥청이 가루쌀 품종을 개발한 직후부터 상용화에 나선 것이다. 생소한 가루쌀로 빵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카스텔라로 시작해 이제는 소보루빵, 단팥빵, 식빵, 크림치즈빵, 슈크림빵, 야채빵, 스콘, 쿠키, 케이크까지 가루쌀로 만든 빵만 40여 종에 달한다. 기자가 직접 맛본 가루쌀빵은 밀가루로 만든 것인지 가루쌀로 만든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다만 밀가루나 기존의 쌀가루빵보다 촉촉하고 쫄깃했다. 글루텐이 없으니 더부룩한 느낌도 없었다. 이 정도면 가루쌀빵이 밀가루빵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정부는 식량주권 확보라는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가루쌀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가루쌀을 통해 쌀 소비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을 개선하고 기존 쌀 가공식품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가능성을 군산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홍 대표는 “지금까지 빵집을 유지하며 가루쌀로 빵을 만들고, 우리 빵을 최고다, 맛있다며 찾는 손님들이 있다는 게 가루쌀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빵은 원래 밀가루로 만드는 게 아닌가?
1984년 당시 17세 나이에 광주의 한 빵집 종업원으로 들어가 제과·제빵 일을 시작했다. 1996년 지금의 빵집 문을 열기까지 남들처럼 수입 밀가루로 빵을 만들었다. 빵은 당연히 밀가루로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 골목 빵집이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했다. 프랑스에서 밀가루를 직수입해 전통빵을 만들고, 유기농 밀을 쓰며 차별화에 나선 다른 빵집들을 보면서 우리 밀과 우리 농산물로 빵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이후 군산 특산품인 흰찰쌀보리에 이어 일반 쌀빵을 만들다가 농진청에서 소개받은 가루쌀로 빵을 제조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 농산물에 관심이 많은가?
농촌에서 태어나 농사짓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우리 땅에서 농사지은 재료들에 애착이 크다. 가능하다면 우리 농산물로 빵을 만들고 싶었다. 수입 밀가루 대신 우리 밀가루로 빵을 만들고 우리 쌀·현미·보리로 빵을 만들기 위해 계속 연습했다. 우리 빵집엔 수입 밀로 만든 빵이 하나도 없다. 우리 농산물로 빵을 만드는 건 자신 있다.

가루쌀빵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역 행사나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다 보니 우리 밀과 쌀로 빵을 만든다는 게 소문이 났다. 군산시농업기술센터 소개로 당시 농진청 식량사업단과 인연이 닿았다. 농진청은 가루쌀 상용화를 위해 우리 빵집을 비롯해서 몇 곳에 테스트 삼아 가루쌀빵을 만들어보도록 했다. 이미 우리 쌀로 빵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재료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결국 우리만 계속해서 가루쌀빵을 만들게 됐다.

홍 대표는 ‘수원542’라는 가루쌀 품종으로 시작해 최근엔 이를 개량한 ‘바로미2’를 쓰고 있다. 홍 대표는 농진청이 새로운 가루쌀 품종을 내놓을 때마다 빵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왔다.

가루쌀빵은 밀가루나 일반 쌀로 만든 빵과 다른가?
일반 쌀로 만들 수 있는 빵 종류는 한정돼 있고 밀가루나 보리 등을 섞어야 했다. 가루쌀은 확실히 달랐다. 일반 쌀을 습식제분해 빵을 만들면 식감이 꺼끌꺼끌하고 밀가루빵에 비해 덜 부푸는 현상이 있는데 가루쌀은 식감도 부드럽고 상대적으로 잘 부풀어 올라 빵을 만들기 좋다.

일반 쌀과 가루쌀이 다르다는 것도 대부분 모를 것 같다.
가루쌀은 전분 구조가 밀처럼 부드럽다. 일반 쌀과 달리 손으로 부스러질 정도다. 이 성질이 빵을 만들 때 그대로 나타난다. 수분 함유량도 많아 빵을 만들면 촉촉하다. 그런데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은 없다. 글루텐은 소화불량이나 변비를 유발한다. 글루텐 때문에 빵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단점이라면 여름에 보관이 좀 어렵다는 정도다.

가루쌀로 빵을 만들면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다.
가루쌀을 구하기 위해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기도 했고 가루쌀 제분업체를 직접 발굴해야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가루쌀빵을 완성할 수 있었다. 레시피를 만드는 게 사실 관건이었다. 제과·제빵 레시피는 모두 수입 밀에 맞춰져 있다. 수입 밀 대신 우리 농산물로 빵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도전이었다. 하나를 시도해서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고, 성공하면 다른 제품으로 넘어갔다. 실패를 거듭하며 레시피를 정립해나갔다.

쌀빵에 미쳐 있던 시기도 있었다고 들었다.
2016년부터 가루쌀로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공장에 틀어박혔다. 새벽 4시 반에 공장에 나와 밤늦게까지 빵을 만들고 집에 가서도 연구를 계속했다. 쌀빵에 미쳐 있었다. 조금씩 가능성이 보이는데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왕 도전한 거 끝까지 승부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2년을 보냈고 쌀가루를 활용한 쌀빵 제조기술을 개발해 5건의 특허를 따냈다. 우리 농산물 고유의 특성에 맞춰 품질 좋은 빵을 만드는 기술을 인정받은 것이다.

테스트하면서 버린 빵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점차 가루쌀에 익숙해지고 레시피를 완성해놓으니 빵 제조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력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자신감이 붙었고 더욱 다양한 쌀빵을 완성할 수 있었다. 건강하고 맛있는 빵으로 서서히 입소문이 났고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까지 찾아와 빵을 구입하는 명소가 됐다.

포기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
물론 많았다. 하지만 우리 빵을 먹고 맛있다, 고맙다 하는 고객이 있어 포기하지 않았다. 블로그에서 우리 롤케이크를 먹고 쓴 후기를 본 적이 있다. 밀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의사가 빵을 먹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 빵을 먹고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하더라. 고맙다고 편지까지 써서 보냈다. 위 수술 후 빵을 먹고 싶다는 할머니를 위해 쌀시폰케이크를 주문한 할아버지도 있다. 그걸 드시고 ‘잘 회복했다’는 연락을 주셨다. 그럴 때마다 힘이 난다.

아직은 가루쌀로 빵을 만드는 곳이 많지 않다. 상품성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가루쌀로 빵을 잘 만들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건 가루쌀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스텔라, 케이크 등 발효를 거치지 않는 제과 분야의 빵은 쌀가루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발효가 필요한 식빵, 단팥빵 등도 판매하고 있다. 가루쌀로 만든 빵만 40여 가지다. 밀가루로 만든 빵에 비해 맛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 고객들의 재구매가 이를 증명하지 않나. 지금까지 우리 빵집이 버티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싼 가루쌀 단가가 장벽이 되지는 않을까?
수입 밀가루는 1㎏당 1500원, 가루쌀은 1㎏당 4000원으로 가루쌀이 3배 정도 비싸다. 시장에서 수입 농산물보다 우리 농산물이 1.5배 정도 비싸지 않나. 원가는 비싸지만 우리 농산물은 건강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수입 밀로 만든 빵보다 가루쌀로 만든 빵의 가격이 높아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건강한 빵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연다. 결과적으로는 더 이득이다. 가루쌀을 쓰는 대신 나머지 재료, 공정은 똑같다. 빵을 만들고 가공하는 사람들은 밀가루가 익숙하고 레시피도 모두 밀가루에 맞춰져 있다. 밀가루 대신 가루쌀로 빵을 만드는 걸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가루쌀 시장이 커지고 있고 기술이나 조건도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우리 농산물로 빵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인다.
물론이다. 수입 밀 대신 우리 농산물로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행복하고 빵을 먹는 고객들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홍 대표는 이미 제과·제빵 실력으로는 알아주는 베테랑이다. 이를 증명하듯 빵집 벽에 제과기능장, 명장 명패에다 특허장까지 붙어 있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며 받은 감사패가 그 사이를 채우고 있다. 앞으로는 무엇을 채우고 싶을까? “베이커리 카페? 그런 크고 멋진 매장이 부럽긴 하죠. 그런데 제 능력으로는 못할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은 기술인에 가까워요. 베이커리 카페 대신 기술을 전수하고 가르치는 교육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가루쌀빵은 물론 제가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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