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에 울려퍼진 오~필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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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짝수 해에는 국제적인 스포츠 빅 이벤트가 많다. 2018년만 해도 평창동계올림픽과 러시아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차례로 열렸고 지난해에도 베이징동계올림픽과 카타르월드컵이 펼쳐졌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하계올림픽은 2021년에 개최됐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제19회 하계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원래 지난해 펼쳐질 예정이었지만 중국에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올해로 1년 미뤄졌다.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출범해 1954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회 대회부터 4년 주기로 열려온 하계아시안게임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덕분에 스포츠 팬들은 올가을 즐길거리가 생겼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16일간 45개국 선수단, 1만 2500여 명이 40개 종목(세부 61개 종목)에서 금메달 481개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한국은 크리켓을 제외한 39개 종목에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아시안게임의 절대 강자는 중국. 1951년 뉴델리 초대 대회부터 1978년 방콕 대회까지는 일본이 8회 연속 종합 1위를 기록했지만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중국은 10회 연속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1998년 방콕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5회 연속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에 올랐다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 49개로 일본(금 75개)에 크게 뒤지며 3위로 떨어졌다. 이번에도 2위 탈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45~50개로 종합 3위를 차지한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엘리트 스포츠를 강화한 일본의 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은 많은 종목에서 중국과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대표팀이 세대교체 과정 중에 있다”며 “일본은 우리보다 10배를 더 투자해 도쿄올림픽 때 좋은 성적을 올렸다. 우리도 그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종목은 인기 구기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다. 특히 많은 팬은 축구와 야구 스타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특례를 받는지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도 손흥민의 병역 해결 여부가 가장 큰 이슈였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당시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며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현 국가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대거 병역특례를 받게 됐다.
반면 야구는 금메달을 따고도 비난을 받았다. 일부 선수가 병역특례를 노리고 입대를 미뤘다는 의혹을 받았고 대부분 실업팀 선수로 꾸려진 대만과의 조별 예선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손흥민 이어 이강인도 금 따낼까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축구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전망이다. 5년 전에 손흥민이 있었다면 이번엔 이강인이 출격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한 ‘슛돌이’ 이강인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구단이 선수를 보낼 의무는 없지만 그는 PSG와 계약하며 아시안게임 출전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허벅지를 다쳐 PSG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강인은 순조롭게 회복 중이라 아시안게임 출전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고 골든볼(대회 MVP)을 거머쥔 이강인이 아시안게임 무대에선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아시안게임 사령탑은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황선홍 감독이다. 이강인 외에도 ‘황선홍호’엔 2선 공격 자원이 넘쳐난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홍현석(헨트), 엄원상(울산), 송민규(전북), 조영욱(서울), 고영준(포항) 등 윙어나 공격형 미드필더를 주로 소화하는 이 선수들을 어떻게 ‘교통정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반면 최전방에 설 만한 원톱 자원은 부족하다. 박재용(전북)과 안재준(부천)은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진다. 중원에 누구를 세울지도 고민이다. 포지션 편중 현상을 전술적으로 어떻게 잘 풀어내느냐가 황 감독의 과제다. 24세 이하가 출전하는 이번 대회의 와일드카드(25세 이상)로는 미드필더 백승호와 수비수 박진섭(이상 전북), 풀백 설영우(울산)가 나선다. 대회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대회 공식 개막일보다 나흘 앞선 9월 19일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9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출전국 숫자가 축구(남자·23개국)보다 훨씬 적은 야구(10개국)는 그만큼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 야구는 최근 여섯 대회에서 2006 도하아시안게임(동메달)을 제외하고 5차례나 아시안게임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금메달을 예약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톡톡히 망신을 당한 한국 야구는 지난 6월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는데 핵심 선수인 이정후(키움)가 수술대에 오르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1선발 후보였던 구창모(NC)는 아직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LG 마무리 고우석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축 타자가 돼야 할 강백호(KT)는 올 시즌 1군과 2군을 왔다갔다 했다.
한국의 대항마인 대만은 미국 마이너리거들을 포함한 최정예 멤버를 꾸렸다. 일본 대표팀도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와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는 실업야구 선수들로 한국을 괴롭힐 전망이다.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떠오른 수영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대회에서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종목은 육상과 수영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수영에 57개, 육상엔 48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그동안 두 기초종목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대한체육회가 대회 개막에 앞서 금메달 유력 종목을 꼽았는데 6개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한 종목이 바로 수영이다. 지난 7월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황금 세대’가 등장하며 아시안게임 전망을 밝혔다. 한국 수영은 김우민과 황선우, 이호준, 양재훈이 나선 계영 800m에서 하루에 한국 신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치우며 6위에 올랐다. 당시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결선에서 경쟁을 펼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중장거리 간판 김우민은 자유형 400m와 800m, 1500m, 계영 800m에 출전해 박태환도 이루지 못한 한국 최초 아시안게임 수영 4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400m 5위에 올랐고 800m에선 14위를 기록했다. 두 종목 모두 김우민을 앞선 아시아 선수는 없었다. 황선우도 자유형 100m와 200m, 계영 800m에서 3관왕을 노린다. 주종목 200m에선 황선우와 이호준이 금·은메달을 다툴 전망이다. 다만 100m는 아시아 기록(47초42)을 보유한 중국의 떠오르는 스타 판잔러의 기세가 워낙 좋아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여자 개인 혼영 200m 챔피언 김서영은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반면 육상은 여전히 취약한 종목이다. 48개 금메달 중 한국이 정상을 노리는 유일한 종목은 ‘스마일 점퍼’ 우상혁이 나서는 남자 높이뛰기다. 2021년 도쿄올림픽 4위, 2022년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지난 8월 세계선수권에서는 6위에 그쳤지만 이어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4연패 위업에 도전하는 펜싱 구본길
남자 펜싱 사브르 구본길도 대기록에 도전한다. 개인전 4연패를 노리는 그는 2010 광저우 대회부터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이 종목에서 3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김정환을 꺾고 우승한 구본길은 5년 전엔 오상욱을 물리치고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다. 이번에도 구본길과 오상욱, 김정환 등이 건재해 한국 선수들끼리 금메달을 다툴 가능성이 크다.
구본길이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한다면 통산 금메달 7개로 박태환(수영)과 남현희(펜싱), 류서연(볼링·이상 6개)을 넘어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다. 지난 3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1위에 오르며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한 펜싱은 여자 에페 개인전과 단체전, 남자 플뢰레 단체전 등에서 우승을 노린다.
세계 최강 양궁은 이번에도 한국 선수단에 많은 금메달을 안길 전망이다. 2020 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과 2관왕 김제덕을 비롯해 오진혁, 김우진, 강채영, 최미선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대거 나선다. 도쿄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아픔을 딛고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이우석도 주목할 만하다. 올림픽 종목인 리커브 외에도 도르래가 달린 활로 쏘는 컴파운드 선수들도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양궁과 함께 국제대회에서 늘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종목인 ‘국기(國技)’ 태권도. 남자 58㎏급 장준, 80㎏급 박우혁,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 등이 우승 후보로 꼽힌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안세영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로 아시아 정복에 나선다. 안세영은 지난 8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올해 13개 국제대회에서 12차례 결승에 올라 9번 정상에 설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단식과 남자 복식(서승재·강민혁), 혼합 복식(서승재·채유정)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항저우아시안게임의 전망도 밝혔다.
근대5종은 남녀 개인·단체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하겠다는 목표다.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전웅태를 필두로 정진화·이지훈·서창완(이상 남자부), 김세희·김선우·성승민·장하은(이상 여자부)이 출격한다. 근대5종은 개막식 다음날인 9월 24일 종목별 결승이 열려 한국에 첫 금메달 종목이 될 수 있다.
남녀 골프도 관심을 끄는 종목이다. 남녀 개인·단체전에 금메달 4개가 걸려 있다. 특히 남자 골프 대표팀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스타인 임성재와 김시우에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킨 장유빈·조우영이 합세해 역대 최강이란 평가를 받는다. 요트 하지민은 아시안게임 4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몸 아닌 머리를 쓰는 스포츠도 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는 스포츠의 영역을 확장한 종목이 많다. 흔히 ‘비보잉’이라 불리는 브레이킹(브레이크댄스)은 힙합에 맞춰 춤 대결을 펼치는 종목으로, 선수들이 춤을 추면 심사위원들이 5가지 항목(기술력·표현력·독창성·수행력·음악성)을 채점한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동안 느끼는 대로 몸으로 표현했던 춤꾼들이 정해진 틀 안에서 승부를 가리게 된 것이다.
비보이(B-boy) 세계랭킹 7위 김헌우(활동명 윙)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춤 경력 24년 차지만 선수로는 1년 차라는 그는 댄서이기 전에 훌륭한 운동선수임을 입증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자부에선 비걸(B-girl) 세계 14위 전지예(프레시벨라)가 무대를 뒤흔들 각오다.
수십 억 원의 연봉을 자랑하는 온라인 게임계의 메시 ‘페이커’ 이상혁은 항저우를 수놓을 대형 스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시범종목으로 선보였던 e스포츠가 이번엔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상혁은 ‘롤드컵’으로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에서 3회(2013·2015·2016년) 우승한 ‘전설’이다. 2009년 미국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LoL은 전 세계 월간 이용자 수가 1억 5000만~
2억 명에 이르는 인기 온라인 게임이다.
두뇌 회전이 가장 빠른 10대 후반~20대 초반 때가 전성기로 여겨지는 e스포츠계에서 노장으로 통하는 28세 이상혁은 5년 전 아픔을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이상혁이 이끄는 한국은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도 결승 상대는 중국이 될 전망이다.
바둑은 한국이 다관왕을 노리는 마인드 스포츠다. 한국 랭킹 1·2위인 신진서와 박정환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라이벌 중국은 엔트리 마감 직전 커제와 양딩신을 개인전 대표로 등록했다. 남자 개인전과 남녀 단체전에 금메달 3개가 걸려 있는데 박정환이 개인·단체전을 석권한다면 2010 광저우대회 2관왕에 이어 아시안게임 통산 금메달 4개를 걸게 된다. 최정이 이끄는 여자 단체팀의 우승 전망도 밝다.
장민석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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