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실크·옥수수 내의… 컨셔스 패션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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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극한 폭염, 잦은 산불…. 최근 기후변화가 더욱 선명해지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의 가치 중심이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 다음 세대에게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패션 트렌드마저 바꿔놓고 있다. 바로 ‘컨셔스 패션’이다. 컨셔스 패션은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로, 생태계를 배려한 의식 있는 패션을 뜻한다. 의류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친환경으로 생산한 의류 또는 의류를 소비하는 행동에 환경을 의식하자는 것이다.
버려지는 의류, 폐기 아닌 순환으로!
패션은 엄연히 환경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2000년 이후 콩, 대나무, 면, 마 등을 원료로 하는 천연섬유 생산량은 매년 3.5%씩 늘고 있지만 합성섬유는 사용 후 자연 분해되지 않아 지구를 위협한다. 특히 한 번 입고 빨리 버리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유행하면서 합성섬유의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철이면 생명이 끝나는 옷들은 수거함에 버려진 뒤 소각장으로 직행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의류수거함 등에 분류 배출된 옷은 약 12만 톤에 달한다. 그 밖에 종량제봉투로 배출된 폐섬유류는 39만 6000톤, 사업장 등에서 버려진 폐섬유류는 6만 5000톤이나 된다. 여기에는 패션기업의 별도 소각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개할 의무도 없거니와 매출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라 밝히길 꺼리기 때문이다.
영국의 순환경제 연구기관 엘렌맥아더재단은 전 세계적으로 초마다 쓰레기 트럭 한 대 분량인 2.6톤의 옷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고 밝혔다. 옷을 매립·소각 처리하면 대부분 합성섬유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 직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매년 12억 톤에 이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이렇게 생산과 소각 과정을 통해 의류산업에서 발생하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따라서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나 분해가 잘되는 천연소재로 의류를 만들어 폐기물을 줄이려는 제조업체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컨셔스 패션이 등장했다. ‘예쁜 것’에만 치중하며 유행을 주도했던 유명 패션업체들이 ‘환경오염 주범’이란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옷 재료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패션업계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버려지는 의류를 재활용하는 ‘리사이클’에서부터 새로운 패션상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방식까지 컨셔스 패션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 100% 유기농 면으로 만든 티셔츠,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골프바지, 쐐기풀로 만든 앞치마, 콩 섬유로 만든 실크에 옥수수로 만든 속옷 내의까지…. 일명 피부자극이 없는 천연소재만 사용한 의류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면은 셀룰로오스의 수산기(-OH)가 물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피부의 땀이나 오염물을 빨리 흡수한다. 그래서 입으면 쾌적하고 정전기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천연섬유인 유기농 면은 땅에 묻었을 때 잘 썩고 분해·재배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신 산소를 내뿜어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일조한다.
유기농이 아닌 일반 면은 어떨까? 목화 재배 단계부터 살충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파괴가 크다. 또 부드럽고 깨끗한 면제품을 생산하려면 가공·표백·염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화학약품으로 처리해야 해서 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된다.
천연섬유 사용으로 지구온난화 막는 데 일조
국내에서 컨셔스 패션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자주(JAJU)’다. JAJU는 아시아 최초로 ‘코튼 메이드 인 아프리카(CmiA)’의 독점 사용권을 확보하며 친환경 패션 강화에 나섰다. CmiA는 지속가능한 목화 생산을 위해 아프리카 농부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표준이다.
CmiA는 모든 생산 과정의 추적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환경을 관리한다. 기계 대신 사람이 직접 손으로 유기농 목화를 채취해 불필요한 자연 훼손을 방지한다. 아프리카 자연 강수를 활용해 일반 목화가 1㎏당 평균 1563ℓ 물을 사용하는 데 반해 2ℓ 정도 물만으로도 유기농 목화 재배가 가능하다. CmiA에는 전 세계 유명 브랜드와 기업, 다양한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JAJU는 2025년까지 의류의 70% 이상을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컨셔스 패션은 섬유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농축산물 단백질에서도 섬유를 재생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닭 털에 들어 있는 단백질인 케라틴과 밀 단백질인 글루텐에 ‘나노입자 교차결합’ 같은 첨단기술을 적용하면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천연섬유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2019년 6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7조 6100억 원)이던 전 세계 컨셔스 패션 시장 규모가 2023년에는 8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패션업계는 단순한 패션이 아닌 사회적 책임감이 결부된 지구를 살리는 패션, 얼마나 더 팔 것인가가 아닌 어떤 원료로 어떻게 생산할지를 연구해 실용적 컨셔스 패션을 유행시켜나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2020년 1월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폐기 방지와 순환경제 법안’을 통과시켜 의류·신발·화장품 등 팔리지 않는 재고품의 폐기를 금지하고 있다. 생산자·수입자·유통업자가 건강·안전상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재고품을 폐기하지 못하고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거나 재활용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한 것이다. 우리 나라도 기부와 순환을 위한 ‘재고 및 반품 폐기 행위 금지 법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이런 작은 변화들이 지구 환경을 살리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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