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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반전 만든 5일의 여정 국민과 함께 새로운 기록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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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2023 세계잼버리)가 8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뉴진스, 아이브, 마마무, 있지, NCT드림 등 K-팝을 대표하는 인기 가수들이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고 150개국 4만여 명의 잼버리 대원은 떼창과 함성, 손하트로 화답했다. 피부색과 언어는 다르지만 K-팝으로 모두가 하나 된 순간이었다.
2023 세계잼버리의 대미를 장식한 ‘K-팝 슈퍼라이브’의 성공에는 사실 거대한 반전 드라마가 숨어 있다. 당초 8월 6일 새만금에서 열리기로 한 K-팝 콘서트의 공연 장소와 일정이 여러 번 바뀌면서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8월 7일부터 공연 당일까지 단 5일에 불과했다.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가 대거 출연하고 4만여 명이 모이는 대규모 공연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대형무대 설치와 좌석 배치, 대원들의 대규모 이동과 입·퇴장, 안전과 청결, 건강과 저녁식사 관리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많은 비와 강풍까지 예고돼 있었다.
‘K-팝 슈퍼라이브’의 컨트롤타워를 맡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최가 확정된 순간부터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총력을 기울였다. 시간이 없는 만큼 더 치밀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K-팝 슈퍼라이브’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다. 그들의 헌신은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반전의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낸 숨은 주역들을 만나보자.



첫 번째 반전
태풍 피해 전주에서 상암으로

용호성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관은 ‘K-팝 슈퍼라이브’ TF팀을 총괄지휘했다. 8월 7일부터 11일까지 공연 준비를 위한 시간, 장소, 프로그램, 그밖의 인력과 예산 등 모든 자원을 확보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끌었다. 무대와 객석, 좌석 배정, 관객 이동과 입·출입 안내, 소방, 안전, 의료 등 공연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조정해야 했다. 용 정책관은 “분야별 단톡방에서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예기치 못한 상황이 보고됐고 온갖 요구사항이 쏟아졌다”며 “각 영역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은 부족했지만 용 정책관에겐 ‘신뢰’라는 큰 자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박보균 장관부터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현장을 믿고 현장 판단을 존중해줬다. 또 공연을 위해 연이은 밤샘 업무도 마다 않고 주어진 책임을 해낸 수많은 문체부 동료의 신뢰 역시 큰 힘이었다”면서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아니었다면 이번 콘서트는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의 총괄조정 업무를 맡은 신은향 문체부 정책기획관은 “4만 2000명의 대원이 버스에서 내려서 공연을 보고 다시 버스에 타기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마포경찰서·소방서·구청, 서울시 등 여러 기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였다”고 말했다. 신 기획관은 공연이 끝난 뒤 직접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퇴장 순서를 호명해가며 상황을 정리했다. 덕분에 4만 2000명이 경기장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신 기획관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많은 기관이 맞물려 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반전
5일 동안 불가능을 가능으로

기적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컨트롤타워의 문제 해결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설공단 서울월드컵경기장운영처 김용한 운영팀장은 “세계 각국의 잼버리 대원들이 참석하는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현장 정비, 시설 운영, 인파 관리, 교통 대책, 안전 보안 등 고려할 사안들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월드컵경기장 현장 관리자로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하고 지원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게 문체부였다. 김 팀장은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행안부, 경찰, 소방,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협력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기관별 역할을 분담했다. 문체부의 문제해결 능력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쓰레기 처리문제까지 관할구청과 협의해 8월 19일 예정된 K-리그 경기를 원만하게 치를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최보근 문체부 체육국장은 경기장 안전과 안내를 총괄했다. 미끄럼 방지와 동선, 안전펜스 관리 등 전반적인 경기장 안전 점검과 입장객 좌석 안내, 현장 불편 제기 사항 등에 대응했다. 준비 기간은 짧고 당일 4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몰린 만큼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입장한 데다 몰래 좌석을 이동한 대원들, 중복된 좌석 등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체육국 직원들은 동분서주했다. 최 국장은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고생하는 직원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개월을 준비해도 쉽지 않은 행사를 짧은 기간에 준비하고 사고 없이 끝낸 것은 여러 면에서 기록적”이라고 말했다.
안전 관리 업무를 총괄한 정태경 문체부 체육정책과장의 책임도 컸다. 정 과장은 “마포경찰서와 서울경찰청 대테러반 등 경찰 관계자, 안전요원 등과 함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5일의 준비 기간 동안 끊임없이 회의하고 점검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출입구부터 좌석까지의 동선부터 구급차, 소방시설 등 안전시설 배치까지 여러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늦은 밤까지 논의해야 했다. 행사 당일엔 문체부 직원들을 경기장 곳곳에 배치했다. 정 과장은 “안전 관리를 맡은 직원들과 전체 정보공유방을 운영해 행사장 전 구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 방법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사라진 대원을 빠르게 찾아 자리에 돌려보내고 고소공포증으로 힘들어하는 대원을 낮은 구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빠른 대처가 가능했고 큰 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행사 당일 정보공유방을 오간 메시지는 600건에 달한다. 관객석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문체부 체육인재양성과 김현아 주무관은 “더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대원들이 자리를 이동하는 등 상황이 생길 때마다 정보공유방에 보고했고 그때마다 빠른 결정을 내려줬다”며 “덕분에 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반전
공연 취소의 위기를 넘기다

사실 하마터면 ‘K-팝 슈퍼라이브’ 공연이 취소될 수도 있었다. 이재준 외교부 문화교류과장은 콘서트 전날 세계스카우트연맹과 영국스카우트연맹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해 사전 답사했던 순간을 언급했다. 이 과장은 “공연에 임박해 장소가 결정되다 보니 세계스카우트연맹과 영국스카우트연맹 측 인사들이 우리 측의 준비 상황을 미리 보길 원했다”며 “우리 정부가 짧은 시간에 수만 명이 운집하는 콘서트를 안전하게 준비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 준비로 바쁜 데도 불구하고 모든 관계부처가 협조해 사전답사를 지원했고 K-팝 슈퍼라이브 TF팀에서 행사 계획을 두 시간여 동안 브리핑했다. 이 과장은 “나중에 알고 보니 세계스카우트연맹 측은 우리 측 계획과 준비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콘서트를 보이콧(거절)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며 “문체부 담당 국장이 우리 측의 준비 상황을 잘 설명한 것이 콘서트의 성공을 결정 짓는 분기점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아마드 알렌다위 사무총장을 비롯한 세계스카우트연맹 관계자들은 “TF팀 미팅에서 질문과 요청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대응과 준비를 해줬다”며 문체부에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행사 일정은 물론 새만금에서 전주, 전주에서 서울로 장소를 변경하면서 누구보다 발빠르게 대처해야 했던 사람이 있다. 개영식, 폐영식, K-팝 콘서트 등 주요 공식행사의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았던 KBS 장두희 PD다. 장 PD는 “8월 6일 예정된 콘서트가 폭염으로 인한 온열병 환자 발생 등으로 8월 5일 저녁에 취소되고 8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태풍 ‘카눈’이 내륙 쪽으로 접근한다는 소식에 8월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발빠른 결정이 이뤄졌다”며 “정부 조직과 공무원은 늘 판단을 미룬다는 어줍잖은 편견이 있었는데 문체부에서 놀랍게도 정확한 진단과 빠른 결정을 해줬다”고 말했다. ‘K-팝 슈퍼라이브’의 진행을 맡은 KBS 뮤직뱅크팀은 8월 8일부터 출연진을 섭외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무대 설치, 공연 준비에 나섰다. 장 PD는 “나와 함께한 PD들은 행사 당일까지 제대로 먹은 게 한 끼가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정신없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웃으며 경기장을 떠나는 대원들을 보니 고생한 만큼 보람이 느껴졌다”고 했다.
박현경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공연 이틀 전부터 4만 2000명의 출발 지역과 탑승 버스에 따라 구역별로 좌석을 배치하는 업무를 맡았다. 대원들이 객석에 앉아 안전하게 공연을 관람하고 무사히 다시 차량에 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참석 대원 숫자와 출발 지역이 늦게 결정되면서 한정된 정보로 빠르게 좌석 배치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야 했다. 박 과장은 “대원들이 입장하기 시작한 오후 2시부터 착석이 완료되고 콘서트가 시작된 저녁 7시까지 직원들이 현장 상황들을 조율하며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박 과장은 “텅 비어 있던 객석이 빈틈없이 대원들로 꽉 채워지고 K-팝을 즐기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당일 아침까지도 걱정이 많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현장에서 헌신이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지원 문체부 한류지원협력과장은 행사 지원과 관람 안내 등을 담당했다. 공연 중에 수시로 변경되는 객석 상황을 점검하고 공유했다. 신 과장은 “실시간 상황을 소통하면서 대원들의 퇴장 순서와 안내 사항을 전광판에 띄울 수 있었다. 행안부, 경찰, KBS 등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가능했다. 큰 혼란 없이 퇴장이 진행되고 문제없이 행사가 끝나 정말 다행이었다”며 “힘들었지만 대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네 번째 반전
1100대의 버스를 통제하라

전국으로 흩어진 4만 명이 넘는 대원을 실은 버스 1100여 대가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집결하면서 주차 관리도 중요한 문제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대원들이 타고 오는 대형버스 외에도 경찰특공대·소방차·구급차와 뉴진스 등 KBS 방송 출연진 차량과 송출 차량이 몰렸다. 이 문제를 해결한 건 이종률 지역문화정책관이다. 우선 지역에서 오는 잼버리 대원들의 대형버스를 경기장 내 어느 주차장에 배정해야지 가장 원활하게 출입을 할 수 있을지, 연락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주차장 내 구역표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관람이 허용되지 않은 사생팬들의 출입은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등에 대해 짧은 시간 동안 유관기관들과 빠르게 조율했다.
이 정책관은 “주차 관리 업무는 외국인 대원들과 인솔자, 그리고 버스 운전자가 당초에 정해준 하차 위치를 지켜야만 정시에 행사가 진행되고 또 행사 종료 후에도 서로 엉클어지지 않고 순서에 맞춰 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하차 지점에 안내하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다행히 행정안전부, 경찰, 마포구보건소, 서울시설공단, 국정원 대테러반 등 많은 유관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사전에 수립한 계획대로 주차장 확보, 주차구역 배정, 인솔인원과 연락, 비표 확보, 출입 유도 등이 원활하게 이뤄졌고 행사 3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도착한 잼버리 대원들이 순조롭게 경기장 내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사전에 주차장을 확보하고 전세버스별로 인솔자를 배정하는 일이 중요했다. 행정안전부 재난협력실 전경일 사무관은 8월 9일부터 수송지원팀에서 주차장 확보 및 전세버스별 인솔자 배정 업무 수행을 맡았다. 전 사무관은 “전세버스가 확보되지 않은 시점에 미리 주차장을 확보해 구역을 나눠야 했고 잼버리 대원 현황 통계가 시간대별로 달라져 인솔자 배정에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당장 이틀 안에 전세버스를 계약해야 하는 국토교통부 담당자, 콘서트장 이동 통제를 위해 관람구역을 구획하는 문체부 담당자 등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도와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마포경찰서 장대광 교통과장은 대원들이 탑승한 버스와 관계 차량 등 14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진입하는 월드컵로를 통제했다. 지자체와 협조해 주변 대형 공사 부지를 임시 주차장으로 마련했다. 행사 당일 전국에서 오는 수송버스의 노선이 중복되면 극심한 정체를 빚을 수 있는 만큼 주차구역별 진입 노선도를 제작, 비표를 이용해 안전하고 신속한 이동을 도왔다. 장 과장은 “교통과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해 새만금 출차 대비 행사 당일 주차 후 경기장 입장 3시간, 행사 종료 후 전원 승차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데 2시간 30분이라는 믿기 힘든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포소방서 고금협 팀장은 “소방과 경찰은 이미 수만여 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치른 경험이 많지만 완벽한 행사 진행을 위해 사전답사부터 모든 준비 과정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챙겼고 회의를 거듭하며 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 문체부, 행안부 등 유관기관과 손발을 맞추면서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고 했다.
마포구청도 힘을 보탰다. 구민안전과 김명진 안전총괄팀장은 “공연 당일 비가 많이 와서 임시주차장에 물이 차올라 버스 주차가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공원녹지과·물관리과와 협력해 주차장 풀을 베고 배수처리를 했다. 덕분에 버스 450여 대를 계획대로 주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과 강진경 문화사업팀장도 “한 대원이 휠체어를 요청했다는 연락이 와서 관내 휠체어 10여 대를 수소문해 행사장에 가져갔다”며 “작은 일이었지만 대원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 반전
4만 3000개 키트를 준비하라

대원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이동을 위해선 경찰의 협조가 필수였다. 마포경찰서 정형은 경비과장은 “많은 경찰 인력이 배치돼 안전한 행사와 이동을 도왔다. 공연이 끝난 뒤 대원들이 이동하면서 경찰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을 보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당권 문체부 운영지원과장은 행사장 내 위생 및 청소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 과장은 “초기에 화장실 등과 관련 위생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충분한 화장실을 확보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동식 화장실 30조를 추가 설치해서 큰 불만사항 없이 행사를 마무리했다.
공연 당일 태풍으로 인해 비가 오면서 안전을 위해 행사장 계단과 좌석 물기 제거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과장은 “수많은 지원인력이 바닥의 물기를 찾아다니며 닦아냈던 긴박한 상황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수현 문체부 관광수출전략추진단장은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 함께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줄 기념품 ‘콘서트 리멤버 키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콘서트 리멤버 키트’ 4만 3000개를 제작하고 배포하기까지 꼬박 4일 동안 분초를 다투며 준비했다. 김 단장은 “4만 3000개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스카우트 대원들이 기념품을 확인하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입장하기 전 1시간 동안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좌석에 미리 기념품을 놓아두려던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스카우트 대원 입장까지 남은 1시간 동안 그라운드 좌석 입장 동선을 뛰어다니며 적당한 배포장소를 확보하고 직접 입장하는 대원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김 단장은 “함께한 직원들이 다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1
“K-컬처 도약의 계기 5일 만에 놀라운 역량 발휘
공직사회 롤모델 만들었다”



8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 무대였다. 애초에 K-팝 행사는 8월 6일 새만금 잼버리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폭염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면서 8월 4일부터 “날짜·장소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때부터 드라마가 시작됐다.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변경하고 8월 11일 폐영식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다.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이었다. 태풍을 피해 다시 장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행사의 컨트롤타워를 맡은 박 장관이 나섰다. 박 장관은 회의를 통해 관계기관들을 설득한 끝에 드디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K-팝 슈퍼라이브’ 개최 장소로 확정했다
박 장관은 8월 8일 “새만금 잼버리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공연으로 멋지게 마무리하려던 계획이 태풍의 진로 변동 때문에 불가피하게 변경돼 안타깝고 아쉽다. 하지만 새만금 잼버리는 상암의 K-팝 콘서트 드라마로 계속 힘있게 이어질 것이다. 11일 공연은 4만여 스카우트 대원이 K-컬처의 매력과 진수를 경험하고 하나가 되면서 잼버리 대회의 피날레를 감동적으로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약속처럼 8월 11일 개최된 K-팝 콘서트는 거대한 반전의 감동 드라마를 펼치며 잼버리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4만 2000여 명의 잼버리 대원은 K-컬처의 매력에 푹 빠졌고 국민도 성공적인 행사 개최에 박수를 보냈다.
국내 언론들은 ‘잼버리 구원투수 K-팝 콘서트’. ‘위기의 잼버리 K-팝이 살렸다’는 제목으로 4만여 명의 잼버리 대원을 하나로 만든 ‘K-팝 슈퍼라이브’의 대활약을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8월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잼버리를 잘 마무리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켰다”고 평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K-팝 콘서트가 잼버리를 살렸다는 외국 대사들 얘기가 있었다”고도 말했다.
촉박한 준비 기간에도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박 장관은 “5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안전하게 콘서트를 개최하기 위해 우리 부는 무사안일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역량을 발휘했다”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 관리를 위해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했고 솔선수범과 헌신을 통해 공직사회의 롤모델을 제시했다. 그 결과 이번 콘서트는 K-컬처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8월 25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문체부가 주도한 ‘K-팝 슈퍼라이브’ 공연의 성공으로 대회 초기에 실망을 줬던 새만금 잼버리는 환호와 갈채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박 장관은 “황보승희(무소속)·배현진(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질의 중에, 국민의힘 김승수·이용 의원은 오후 회의 시작에 앞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K-팝 공연이 잼버리를 멋지게 장식해줬다. 문체부의 헌신과 열정 덕분이다’라고 격려해줬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K-팝 슈퍼라이브’ 행사의 성공은 K-컬처의 진수와 매력을 분출시켰던 19개 아티스트 팀과 KBS 연출 관계자들의 역량과 열망, 마포경찰서·소방서·구청 등 지자체와 식약처 등 공직자, 그리고 문체부 구성원까지 모두가 합심·노력해서 자기 역할을 치밀하게 수행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박스기사2
위기를 기회로 우려를 찬사로
“콘서트 장소 변경은 ‘신의 한수’였다”



“‘K-팝 슈퍼라이브’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려를 찬사로 바꿨잖아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한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은 2023 세계잼버리의 마지막을 장식한 ‘K-팝 슈퍼라이브’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 회장은 행정의 달인이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정 위원 등 굵직한 행사를 치렀다. 그만큼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마음도 남달랐을 것이다.
이 회장은 “새만금에서 전주, 전주에서 서울로 며칠 만에 장소를 옮겨 대규모 공연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결정이 ‘신의 한수’가 됐다. K-팝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우리 정부의 위기수습 대응 능력을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잼버리 정신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무한히 책임지는 자세야말로 공직자의 진정한 자세”라며 “이번에 공직자의 롤모델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공연의 성공은 스카우트 대원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확인됐다. ‘K-팝 슈퍼라이브’를 관람한 4만여 명의 대원은 공연 내내 야광봉을 흔들면서 흥에 겨운 몸짓으로 K-팝에 젖었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떼창으로 화답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에도 한국문화나 한국인의 친절함 등에 감동했다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좋아하는 K-팝 가수의 공연을 직접 보다니 꿈만 같아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갖고 떠나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공연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준비한 ‘콘서트 리멤버 키트’를 받은 대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8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일찍 도착한 루마니아 대원들은 입장과 함께 전달받은 ‘콘서트 리멤버 키트’에 들어 있는 기념품을 확인하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특히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캐릭터 인형은 큰 인기를 끌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포토카드 또한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K-컬처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잊지 못할 선물이 됐다. 칠레의 한 대원은 방탄소년단 포토카드를 보고서 “생각하지 못한 깜짝 선물”이라며 뛸 듯이 기뻐했다. 다수의 대원이 누리소통망(SNS)에 포토카드 사진을 올리며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 참석을 인증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기념품을 받으면서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일부 스카우트 대원은 기념품을 배포하는 직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사탕을 건네기도 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문화강국이 됐다. 잼버리가 끝나고 일주일 후 삼성동 코엑스 근처에 갔는데 그때까지 스카우트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많이 보이더라. 그들이 앞으로 한국의 홍보대사가 될 것”이라면서 “K-팝, K-컬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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