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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벗어던지고 3국 정상 의기투합 안보, 경제, 기술 협력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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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오솔길 산책, 노타이, 어깨동무…
8월 18일(현지시간) 오전 9시 20분 미국 메릴랜드주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용 헬기 ‘마린원’이 도착했다. 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차림으로 헬기에서 내린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의장대를 사열하며 캠프 데이비드 내 이동 수단인 골프 카트에 올랐다. 카트를 운전한 한국계 미군 해병 대위는 “영광입니다”라는 인사로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곳은 대통령 숙소로 쓰이는 애스펜 별장 앞이었다. 원래는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별장 내부로 이끌었다. 즉흥적으로 별장 구석구석을 안내하고 전망대 격인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돈독한 우애를 자랑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한·미·일 정상회의 전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자 전화를 걸어 “Hello my friend(안녕 나의 친구)”라며 격의 없이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숙소로 조화를 보내면서도 메시지 카드에 성을 제외한 이름만 적어 친근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아버지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부친상을 당한 윤 대통령을 위로하며 “자상하면서도 엄한 아버지, 그리고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아버지를 두었다는 점에서 우리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단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자리에서는 국제정치 얘기 대신 사적인 대화를 많이 하는데 이날은 자신의 아버지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받아 애스펜 별장을 안내받은 외국 정상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애스펜 별장 내부를 안내받은 사람도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캠프 데이비드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 순간의 배경이 된 캠프 데이비드
수도인 워싱턴DC와의 거리 약 100㎞에 있는 캠프 데이비드는 군사시설로 분류되는 역사적인 장소다. 1943년 5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를 찾았을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나눴던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관련된 것으로 전 세계 운명과 관련이 있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중요한 만남이 종종 이뤄졌다. 1978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가 정상회의를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10일간 이어진 회의를 통해 두 정상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000년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초대해 평화 협상을 논의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인 2021년부터 2년간 30번이나 캠프 데이비드를 찾으면서도 외국 정상을 초대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8년 동안 39번 캠프 데이비드를 찾으며 외국 정상을 여러 번 초대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백악관에서 정상회의를 여는 것보다 더 친밀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가 끝난 후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제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최한 첫 정상회의”라며 “한·미·일 3국 협력의 새 장을 기념하는데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만남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 모이게 된 데는 윤 대통령의 공이 크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노력이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한 초석이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합의한 ‘워싱턴 선언’이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정의로운 동맹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확인하고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가 출범하면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한일 정상의 만남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도착하고 30분 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캠프 데이비드에 발을 디뎠다. 윤 대통령과 만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거의 매달 만나며 신뢰를 쌓아온 양 정상의 거리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역사적 장소로 기억될 것”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녹음이 우거진 오솔길을 나란히 걸어 바이든 대통령과 합류했다. 오전 11시 20분경 다 함께 모인 3국 정상은 편안한 ‘노타이’ 차림이었다. 캠프 데이비드라는 장소에도 맞지만 그만큼 3국 정상이 서로를 만날 때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차림이다.
낮 12시 30분 3국 정상은 약 65분간의 정상회의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며 3국의 단단한 결속은 “미래세대를 위한 약속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그에 맞게 3국 정상은 정상회의 자리에서 새로운 차원의 한·미·일 협력관계를 만들어낼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의 공식 문서를 채택했다.
이 역사적 문서들에는 한·미·일 3국 공조가 기존보다 더 진화해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3국 정상의 의지가 담겨 있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는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3국 협력의 원칙을 담았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한·미·일 협력의 비전과 이행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이다. 이 중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신속히 대응하기로 약속한 것이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이다.
이어진 오찬이 끝나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부친상에 애도를 표하고 한국의 호우 피해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양 정상은 이 자리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힘입어 다양한 분양에서 양국 간 협력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경제·금융 분야의 협력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후로도 고위경제협의회를 재개하고 한일 외교차관전략대화를 개최하는 등의 협의 채널을 활발히 가동할 것에 합의했다.
세 정상이 각국 취재진 앞에 나란히 선 것은 오후 3시가 넘어서였다. 약 60분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복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굉장히 좋은 회의였다”며 “한·미·일 3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역사적 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역사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 미증유의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내 가장 발전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대국으로서 또 첨단기술과 과학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의 강력한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제 캠프 데이비드는 한·미·일 3국이 자유·인권·법치의 공동 가치를 바탕으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증진하고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천명한 역사적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 후 8월 21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한·미·일 정상회의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한·미·일 대화는 지속 기반이 취약했고 협력 의제도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미·일 3국의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했다”는 것이다. “협력 분야도 안보뿐만 아니라 사이버, 경제, 첨단기술, 개발협력, 보건, 여성, 인적교류를 망라한 포괄적 협력체를 지향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일은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의 안보를 구축하고 평화를 증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정례화되는 한·미·일 3국 정상의 다음 만남 장소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무리 지으며 “다음에는 한국에서 우리 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3국 협력의 장을 한국이 이끌어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우리가 세상의 맨 앞에 서서 미국, 일본 같은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시대에 들어왔다”고 풀어냈다.
그 말처럼 7시간에 걸친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미·일 3국 정상이 나란히 서서 숲길을 따라 퇴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어느 때보다 친근해진 3국 정상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사이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캠프 데이비드는
50만㎡ 부지 12개 시설… 로렐 로지서 3국 정상회의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에 있다. 처음 지어졌을 때는 연방정부 직원과 가족을 위한 휴양시설로 이용되던 곳이다. 그러다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건물을 개조했고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손자 데이비드의 이름을 따서 ‘캠프 데이비드’로 명명했다.
캠프 데이비드에는 약 50만㎡(15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총 12개 시설이 구불구불한 길로 연결돼 있다. 건물 이름은 캠프 데이비드 지역의 토착나무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미국 대통령 숙소 ‘애스펜 로지(Aspen Lodge)’, 공식 회의가 이뤄지는 ‘로렐 로지(Laurel Lodge)’, 볼링장과 영화관·도서관 같은 시설을 갖춘 휴식 공간 ‘히커리 로지(Hickory Lodge)’ 등이 있다. 방문객은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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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정상의 오찬
역대 가장 오랜 시간 함께 보낸 정상 ‘노타이 오찬’
한·미·일 정상은 8월 18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캠프 데이비드 로렐 로지에서 약 65분에 걸쳐 정상회의를 끝낸 뒤 오찬을 함께했다. 정상들의 ‘노타이’ 차림처럼 오찬 자리도 편안한 분위기를 이뤘다. 대통령실은 오찬이 최소한의 수행원만 동반해 진행됐다고 전했다.
오찬 메뉴는 복숭아를 얹은 샐러드와 스쿼시 라비올리, 초콜릿 크런치 바 디저트였다. 복숭아는 캠프 데이비드 지역에 있는 캐톡틴산에서 난 것을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라비올리는 네모와 반달 모양으로 빚어 만드는 이탈리아식 만두 요리다. 대통령실은 “이번 캠프 데이비드 방문을 통해 한·미·일 정상은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을 한 장소에서 함께했다”며 “세 정상은 국정철학뿐 아니라 환경, 문화, 스포츠와 같은 상호 관심에 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각별한 유대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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