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범정부 총력대응 가석방 허용않는 무기형 도입

영국의 공영방송 는 8월 12일(현지시간) 한국이 잇단 ‘묻지마 칼부림’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묻지마’를 영어로 옮겨 쓴 ‘Mudjima’로 표기하면서 “폭력 범죄율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 한국에서도 최근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매우 안전한 나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서도 언급했듯이 7월과 8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과 수인분당선 서현역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이를 모방한 흉기 위협 사건이나 살인예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정부도 범정부 차원의 총력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8월 1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8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묻지마 범죄 관리·감독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법무부는 우선 흉악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형법에 따르면 무기형을 선고받아도 20년이 지나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가석방될 수 있었다.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은 사형제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도 장기간 논의돼온 방안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8월 14일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에는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구분하고, 무기형을 선고할 때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법무부는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효적인 제도가 운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서현역에서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최원종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제 도입 여론이 강하게 형성됐다. 2017년부터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본인 의사에 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어려워졌다.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거부하다가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이 잦아지자 법원이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법무부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법무부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적 범죄 예고처럼 공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중협박 행위’와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를 소지하는 ‘공공장소 흉기소지 행위’에 대해 처벌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8월 16일까지 인터넷에 올라온 살인예고 글이 38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8월 17일 오전 9시까지 검거된 인원만 171명인데 현행법상 이들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신속히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경찰물리력 강화하고 국민 정신건강도 증진
경찰도 ‘특별치안활동’ 등을 통해 묻지마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8월 4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흉기난동과 모방범죄 등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별 다중밀집장소에 지역경찰, 기동대, 경찰특공대 등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눈에 띄게 해 범죄 분위기를 선제적으로 제압하고 있다. 흉기 소지가 의심되는 사람은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고 만약 흉기난동 범죄가 일어나면 총기나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등 정당한 경찰물리력을 사용해 제압할 방침이다. 살인예고 글이 게시되면 신속히 확인해 검거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중히 처벌할 예정이다.
나아가 현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찰관의 교육과 훈련을 한층 강화한다. 경찰관 집무집행법에 경찰관에 대한 면책규정이 있지만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정당한 경찰물리력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찰도 경찰관 면책규정을 확대하고 불심검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도 묻지마 범죄 대응에 나선다. 정신건강 정책 전반을 혁신하고 인프라를 확대해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줄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검진이나 검사 등 예방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환자 본인도 입원해야 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치료를 거부하는 일도 있다. 이에 복지부는 2025년부터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단축하고 조현병 등도 검진 질환군에 포함해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정신질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사법입원제와는 별도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입원을 명령할 수 있는 행정입원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정신질환자의 입원·격리 과정에서 공공의 책임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원제도를 개선하도록 하고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확충할 전망이다. 퇴원 후에도 다른 만성질환처럼 정신질환도 지속적으로 치료받도록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사례관리와 지역 정신건강 복지서비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효정 기자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