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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명 참석 ‘자유를 향한 여정’ 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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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사, 김마리아, 황애덕, 신마실라, 유예도, 최매지, 권애라, 이애라 그리고 유관순.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신 이화학당에서 배출한 여성 독립운동가 중 일부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지원하고 여성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결성한 것도 이화학당 출신 독립운동가들이다.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던 독립운동가를 대거 배출한 이화학당이 있던 자리에서 2023년 8월 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개최됐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오성규·김영관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와 유족, 국가 주요인사, 정당·종단 대표와 주한외교단,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위대한 국민 자유를 향한 여정’이라는 구호를 내건 이번 경축식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두 애국지사와 함께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오성규 지사는 8월 13일 일본에서 영주귀국해 경축식에는 처음 참석했다. 해방 전에는 광복군으로, 후에는 국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김영관 지사는 2022년 8월 15일에 윤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경축식의 시작을 알린 것은 독립운동가 고 이희승 시인의 시 ‘영광뿐이다’였다. 배우 유동근이 낭독했다. ‘8월 보름날 저들의 벽력이 우리에게는 자유의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시는 ‘앞날은 반드시 영광뿐이다’라며 조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확신으로 마무리된다. 이 확신은 다음으로 상영된 주제영상에서도 이어졌다. 영상은 먼저 숨어서 쓰던 태극기가 환하게 펄럭이게 된 대한민국을 비췄다. 그리고 눈부신 발전을 이뤄 일류국가가 된 대한민국의 바탕에는 자유민주주의가 깔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자유에 대한 책임이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새로운 창조와 번영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자유에 대한 의지는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더욱 강조됐다. 윤 대통령은 3776자에 달하는 경축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27번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이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 민주화로 이어졌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유를 찾아 출발한 여정은 계속될 것
경축사는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한 취임사와 맞닿아 있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한 것처럼 경축사에서도 자유가 강조됐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축사가 윤 대통령의 ‘초심’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평소 윤 대통령은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해왔지만 이번 경축사는 3월 1일 삼일절 기념사보다 훨씬 길었다는 점에서 경축사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임식 때와 같은 하늘색 넥타이를 착용한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조국의 자유와 독립,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려던 독립운동의 정신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면서 이어져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이 한미동맹 체결 70주년이라는 점을 짚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지만 전체주의 체제를 이어온 북한은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을 경계하고 경고했다.
대신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조했다. 한미동맹은 물론이고 일본 역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는 것이다. 안보 협력 측면에서도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회의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말이었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책임 외교와 기여 외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을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의 것을 구축하는 길이라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이어나가고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 힘에 의한 평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지난 1년여 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세일즈 외교를 통해 수출과 투자가 늘어난 것은 물론 첨단 과학기술 협력이 확대됐다. 정상화된 시장경제와 약자복지로 튼튼해진 재정은 앞으로 카르텔 혁파와 같은 공정과 법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교육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최근 사회문제가 된 교권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자유를 찾아 출발한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한때는 외로웠지만 이제는 세계 속에서 책임 있는 중추 국가로서 응원 받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국민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은 “자유를 찾아 고난과 영광을 함께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모두 자랑스럽다”고 경축사를 마무리했다.

세계문화 이끌어갈 대한민국에 만세삼창
경축사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에 포상받는 독립유공자 100명을 대표해 5명의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친수했다. 1937년 중국 상하이에서 친일파를 처단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중투쟁을 이끌었던 고 김현수 선생의 후손에게는 건국훈장 애국장이, 1940년 부산에서 민족 차별적 행위를 일삼은 일본군 장교를 응징했던 고 김영조 선생의 후손에게는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됐다. 이밖에도 고 프랭크 얼 크랜스턴 윌리엄스는 건국포장을, 고 김근태와 천성욱은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경축식은 경축공연과 광복절 노래 제창, 만세삼창으로 마무리됐다. 경축공연에서는 비보이 세계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한 ‘퓨전엠씨(FusionMC)’가 춤을 선보였고 성악가 김동규, 소프라노 한아름 등이 참여한 대합창도 이어졌다. 만세삼창에서도 눈에 띄는 면면이 보였다. 수단에 고립된 우리 교민을 성공적으로 탈출시킨 프라미스 작전팀 공군 조종사 길한빛 대위, 누리호 발사 성공 유공자인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부장, 배우 유동근의 선창으로 만세삼창이 이뤄졌다. 특히 유동근은 만세삼창을 진행하기 전에 “지금 세계는 한국드라마, 한국영화, 한국음악 등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K-컬처가 세계문화를 이끌어나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이번 경축식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축소돼 치러졌던 2022년 광복절 경축식과 달리 예전의 모습을 찾아 성대하게 열렸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고국으로 돌아온 마지막 재일 독립유공자
100세 애국지사 옛 상관 묘역서 거수경례로 환국 신고



한국광복군 출신인 오성규 애국지사가 고국의 땅을 밟았다. 일본에 생존해 있던 마지막 독립유공자다.
오 지사는 8월 13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정부 대표단과 함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23년 100세가 되는 오 지사는 휠체어를 타고 한국 땅을 밟았다. 박 장관이 휠체어를 밀었다.
오 지사는 환영 인파가 몰린 것을 보고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국방부 의장대가 도열해 애국가를 연주하자 오 지사는 태극기에 경례했다. 한국어린이역사합창단이 광복군이 불렀던 ‘광복군 제3지대가’를 노래했고 아이돌 그룹 블락비 소속 표지훈 병장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꽃다발을 전달하며 오 지사를 환영했다. 오 지사는 “너무나 감개무량해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환영행사를 마친 오 지사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옛 상관이었던 김학규 광복군 제3지대장에게 거수경례로 환국 신고를 했다. 오 지사는 8월 11일 일본 도쿄에서 박 장관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김 장군 묘역에 환국 신고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오 지사의 귀국은 부인이 2018년 별세한 후 혼자 살던 오 지사가 여생을 한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뜻을 보훈부에 밝히며 이뤄졌다. 박 장관이 직접 도쿄를 찾아 오 지사를 만나 귀국의사를 확인하고 귀국길에 함께했다.
오 지사는 일제강점기 중국 만주를 중심으로 항일운동을 했다. 일제에 조직망이 노출돼 만주를 탈출한 후에는 중국 충칭에 있는 광복군에 합류했다. 1945년 5월 한미합작특수훈련을 받고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하던 중 해방을 맞았다. 이후 일본에 머무르며 교민 보호에 헌신했으며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한편 보훈부는 오 지사의 귀국을 맞아 전국 지방보훈관서와 국립묘지 등에 태극기와 함께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를 최초로 계양했다.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에는 광복군들이 직접 작성한 조국독립의 결의를 다지는 글귀와 서명이 빽빽하게 차 있다. 광복군 제3지대에서 활동했던 문웅명 지사가 보관했던 것으로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박스기사2
최재형 선생 부부 합장식
103년 만의 해후…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합장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부부가 103년 만에 고국에서 만났다. 8월 14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린 최 선생과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의 합장식이 열렸다. 합장식은 ‘백 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빈터로 남아 있던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 자리에서 열린 합장식은 최 선생의 순국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과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혀 있던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함께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원래 108번 묘역은 1970년 최 선생의 가묘가 조성됐던 곳이다. 그러나 후손이라고 나섰던 사람이 유족연금을 노리고 선생의 유족을 사칭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른바 ‘가짜 유족 사건’으로 선생의 묘는 멸실됐다. 진짜 유족들이 오랫동안 묘를 복원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유골이나 시신 없이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국립묘지법 때문에 번번이 거부됐다. 이에 국가보훈부는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은 배우자의 유골과 합장해 안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최 선생의 묘가 복원돼 합장식을 치른 것이다.
최 선생은 연해주에서 평생을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항일의병투쟁을 전개했다. 사업자로 자수성가해 축적한 부를 독립운동에 기탁하기도 했다. 이런 업적으로 연해주 일대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선생은 시베리아 동포들의 ‘대은인’으로 추앙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1920년 4월 연해주 우스리스크를 급습한 일본군에 의해 즉결 처형되면서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하게 됐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최재형 선생님과 같이 일신을 독립운동에 바치시고 그 곁에서 내조하며 독립운동을 함께하신 분들이 있어 광복을 쟁취할 수 있었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이룩할 수 있었다”며 “이제 대한민국이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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