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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1등’ 넘어 진정한 세계 1등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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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월 25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세계최초 GAA 기반 3나노 반도체 양산 출하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위기와 기회
“국민은 우리나라를 반도체 강국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메모리산업의 성공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입니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이 발간하는 2016년 3월호에 실린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쓴 글의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를 조망한 이 글은 6년이 지난 현재 읽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사이 인공지능(AI)·대량자료(빅데이터)를 앞세운 플랫폼 신산업이 등장하고 전기에너지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등장할 정도로 산업 혁신이 가팔랐던 걸 상기하면 반도체산업의 시계는 멈춰 서 있었던 걸까?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극심한 성장통을 오래 앓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위치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이어진 성장통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반도체산업의 구조에 대해 얼마간 이해가 필요하다. 반도체산업은 여러 잣대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제품을 기준으로 한 분류다. ‘메모리’산업과 ‘비메모리’산업이 그것이다. 메모리는 말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반도체고 비메모리는 메모리가 아닌 반도체를 통칭한다. 비메모리가 메모리의 잔여적 개념인 것은 그만큼 종류가 다양해서다. 여기에 해당하는 품목으로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이미지센서(CIS) 등을 꼽을 수 있다.
역할에 따라서도 반도체산업은 구분된다. 개발과 설계를 한 후 생산까지 직접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과 생산시설은 없이 반도체를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 또 팹리스 등이 설계한 제품을 위탁 제조만 하는 파운드리(Foundry)로 나뉜다. 또 반도체 생태계로 시각을 넓혀보면 노광기와 같은 장비 전문업체부터 제조에 들어가는 포토레지스트리·불화수소 등 화학물질 생산업체, 생산시설을 수리하고 안전을 점검하는 업체 등도 반도체산업의 주요 축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에 강점을 가진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강점이라기보다는 메모리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이 70%를 웃돌 정도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1992년 메모리 영역에서 가장 큰 시장인 디램(DRAM) 분야 세계 1위에 올랐고 10년 뒤인 2002년 메모리 전체에서 1위에 오른 이후 그 지위를 한 번도 다른 기업에 내주지 않았다.
메모리의 경쟁력은 흔히 ‘미세공정 수준’으로 가늠된다. 한 장 웨이퍼에 보다 작은 회로선폭을 적용할수록 칩 제조원가는 낮아지고 처리 속도는 빨라지며 전력 소모와 발열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은 최근 10년 새 60㎚(나노미터)에서 3㎚까지 발전한 상황이다. 1㎚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2000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 2000년대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던 엘피다 등 일본 메모리업체가 나가떨어진 건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 탓도 있지만 바로 미세공정 기술 경쟁(흔히 나노 경쟁이라 부름)에서 밀려서였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의 또 다른 축인 비메모리 분야에선 우리나라는 사실 존재감이 거의 없다. 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비메모리 분야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을 100으로 두었을 때 비메모리반도체 비중은 70에 이른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영토에서만 1등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 일반인이나 주식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가 아닌 비메모리 분야의 강자들이다. 인텔, 퀄컴, 브로드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AMD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인텔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생산시설은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
10여 년 전부터 산업 전문가들은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자체적으로 비메모리 분야로 확장을 주문하고 시도한 건 단순히 산업 포트폴리오의 확장이 필요해서만은 아니었다. 물론 비메모리 분야가 메모리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시장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나온 목소리인 측면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메모리산업이 갖는 내적 위험성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요구로 분출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우선 우리나라의 반도체 업체가 고속 성장하게 된 배경은 메모리칩이 장착되는 PC(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맞물려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확산한 PC 보급 확대는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확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장으로 PC 시대는 저물고 제어와 연산이 중요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있다. 메모리 시장이 성장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생태계란 관점에서 보면 종합 반도체 기업 중심의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가치사슬 충격에 노출돼 있다. 생산 라인에 들어가는 고가의 장비나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은 독일이나 일본 등 외국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때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심화돼 일본이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HF),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을 제한하자 순식간에 ‘반도체 위기’가 한반도를 휘몰아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몇몇 소재 공급 제한만으로도 휘청일 수 있다는 취약성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다른 한편으로 기회일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과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반도체 인력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를 보여주는 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산업이 우리나라 미래산업의 핵심으로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기업투자·인력·기술·소부장 등 4대 분야 집중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반쪽 1등’이 아닌 진정한 세계 1등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락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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