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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서 더 즐거운 육아 아이 돌보며 정보·애환까지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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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나눔터는 영유아,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부모가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이나 가족센터, 주민센터 등에 주로 있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1동 공동육아나눔터는 아파트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를 가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1동 공동육아나눔터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영유아 놀이공간이 보였다. 다양한 연령층의 보호자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고 있다.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며 신나게 노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도 있다.
두 살배기 소희와 함께 있던 이남옥(43) 씨는 2021년 5월 이곳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이용했다. “그때는 소희가 생후 8~9개월경이라 못 걷고 누워 있었죠. 놀이 기구와 책들이 잘 갖춰져 있고 시설이 거의 완벽한 것 같아요. 돌봄교사가 아주 친절하고 말씀도 잘 들어줘요. 아기 식탁의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니까 얼마 있다가 생기더라고요.”

▶5월 16일 오후 수유1동 공동육아나눔터의 꿈도담터에서 돌봄교사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초등학생의 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다양한 부모 참여형 프로그램 제공
공동육아나눔터는 2010년 정부가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에서 모두 391곳을 운영 중이다. 이웃과 함께 자녀를 돌볼 수 있는 공간에 다양한 부모 참여형 프로그램과 놀이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수유1동 공동육아나눔터를 운영하는 강북구가족센터 한은주 센터장은 “부모, 조부모 등 보호자가 아이와 함께 놀이공간을 이용하면서 또래 아이를 둔 이웃과 친교를 맺고 정보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옥 씨는 친구들보다 늦게 출산해 육아 문제를 공유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이미 중학생 자녀를 둔 친구보다는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만나는 소희 또래 보호자들과 육아에 관한 고민을 나눈다. “‘그 집 아이는 언제부터 기기 시작했어요?’ 같은 얘기를 하다 보면 우리 아이가 느린 게 아니구나 안심이 좀 되죠. 집에서 혼자 육아하면 답답한데 여기서 같이 보면 스트레스도 해소돼요.”
한은주 센터장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궁금한 게 정말 많은데 어디 가서 물어볼 데가 마땅치 않고 코로나19 때문에 이웃이랑 만나기도 어렵다”며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아이는 장난감과 책을 이용할 수 있고 보호자는 또래들을 만나 육아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처음 공동육아나눔터를 방문한 이명진(29) 씨는 “장난감이 많고 시설이 깔끔해 좀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오후 4시 어린이집에서 딸 아윤(2)이를 데려오면서 저녁 먹기 전까지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평소에는 키즈 카페(어린이 놀이방)를 많이 갔는데 집 근처에 없어 아윤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힘들었다”며 “집 근처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나눔터의 영유아 놀이공간에서 노는 아이를 보호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초등 특화형 꿈도담터도 운영
방과후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 키움센터 등 다양한 돌봄·보육 시설이 있지만 나이와 소득 등 조건이 있는 경우가 많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8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우리나라로 온 박다찌아나(37) 씨는 근처 다문화센터에서 알게 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온 엄마들과 함께 2022년 3월부터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날은 여섯 살 은우와 함께 여덟 살 은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호는 영유아 놀이공간 맞은편에 있는 초등학생 놀이공간인 ‘꿈도담터’에서 방과후돌봄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박다찌아나 씨는 “꿈도담터에 은호를 보낸 뒤 막내와 여기서 놀 수 있어 좋다. 은우도 항상 여기 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오이슬 수유1동 공동육아나눔터 팀원은 “기존 공동육아나눔터는 하나의 놀이공간으로 구성돼 영유아와 초등학생 구분 없이 운영되지만 수유1동은 영유아와 초등 공간(꿈도담터)이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여성가족부와 신한금융그룹이 민관협력으로 설치한 꿈도담터는 초등학생 돌봄 특화형 공동육아나눔터다. 친환경 기자재로 만든 돌봄공간에서 초등학생의 정서 발달과 성장에 맞는 교구·장난감을 제공하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금융교육 등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동육아나눔터 391곳 가운데 123곳에 꿈도담터가 있다. 여성가족부와 신한금융그룹은 2022년에 30곳을 추가 설치한다.
한 센터장은 “신한금융그룹이 공간 리모델링비를 지원하면서 맞벌이 가정이 많으니 초등학생 돌봄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수유1동 꿈도담터에서는 하교 시간이 빠른 초등 1, 2학년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오이슬 팀원은 “신한금융그룹에서 인테리어 공사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 교육, 금융 교육, 소프트웨어 코딩 등 관련 전문 강사를 파견해 교육콘텐츠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나눔터의 꿈도담터에서 아이들이 돌봄교사·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오감 놀이를 하고 있다.

부모 교육·운영위 등 적극 참여
오후 5시가 넘어 임수경(38) 씨가 아들 이후(6)와 함께 공동육아나눔터에 들어섰다. 오후 4시에 퇴근한 뒤 유치원에서 막내를 데리고 바로 이곳으로 왔다. 딸인 이수(8)와 이루(7)는 수유초등학교에서 꿈도담터로 와서 이미 돌봄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직장과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각각 지내던 가족이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만나 함께 귀가하는 것이다.
임 씨는 “꿈도담터가 시설이 깨끗하고 돌봄교사와 대학생 언니·오빠(자원봉사자)들이 일대일로 지도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용하게 됐다”며 “학교에서는 잘 안 하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숙제도 같이 봐주고 잘 놀아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딸들이 정말 좋아하죠. 저보고 좀 늦게 찾으러 오라고 할 정도로요. 막내는 누나들을 기다리면서 여기(영유아 놀이공간)서 엄마랑 같이 노는 걸 좋아해요.”
꿈도담터가 없다면 다른 부모들처럼 학원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임 씨가 퇴근할 때까지 여러 학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거나 집에 자기들끼리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꿈도담터가 아이만 맡겼다 찾는 곳은 아니다. 부모의 적극적 참여를 전제 조건으로 한다.
한 센터장은 “공동육아나눔터는 부모가 자녀 돌봄에서 주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라며 “여기 참여하는 부모들은 부모 교육, 운영위원회 등 관련 활동에 함께하는 조건에 동의한 사람”이라고 했다.
임 씨도 얼마 전 남편과 함께 부모 교육에 참가했다. 같이 참가한 부모들이 다 맞벌이라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했다.
“교육 주제가 ‘아이들이 화나고 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였는데 아이와 대화를 좀 더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제가 일하고 집에 오면 좀 힘들어서 아이들과 대화를 잘 안 하거든요. 그 이후로는 아이들 얘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부모 교육이 주말에 열려 집에서 쉬고 싶어 했던 남편도 교육을 받고 나선 아이들과 대화에 나서려 하는 등 노력하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막내가 아들인데 딸들과 달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너무 힘들었거든요. 교육 시간에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가 같은 고민을 이야기하는 걸 듣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한 센터장은 “맞벌이하는 보호자는 아이 학교의 다른 보호자를 만나볼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런 기회를 통해 이웃에 있는 보호자들과 의견도 나눌 수 있어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인터뷰하던 도중 꿈도담터에서 활동을 끝낸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엄마와 동생을 만난 이수와 이루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임 씨에게 “집에 가면 저녁 준비하셔야겠네요”라고 묻자 “네. 이제부터 육아해야죠. 지금부터 시작입니다”라고 답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품앗이·아빠 프로그램 참가하세요
공동육아나눔터에서는 돌봄 품앗이 모임을 구성해 활동할 수 있다. 품앗이는 등하교 동행, 체험 활동, 놀이, 학습, 예체능 취미 활동 등 보호자 각자의 재능과 장점을 살려 자녀 양육 부담을 덜고 자녀의 사회성 발달을 돕는 그룹 활동이다.
한은주 강북구가족센터 센터장은 “또래를 키우는 서너 가정이 모여 ‘나는 미술을 잘하니까 미술을 가르칠게’ 식으로 품을 나누는 품앗이가 공동육아나눔터의 가장 중심 사업”이라며 “각각의 가정에서 하기도 하고 박물관에 가기도 하며 집에 모이는 게 어려우면 공동육아나눔터에 와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강북구가족센터는 품앗이 활동에 필요한 재료 구입 등을 위해 한 달에 3만 원씩 최대 2년 동안 활동비를 지원한다. 세 가정 이상 모임을 형성한 뒤 공동육아나눔터에 신청하면 되고 모임 구성이 어려운 가정이 개별 신청하면 다른 가정과 품앗이 모임을 꾸리도록 담당자가 지원한다. 이지희 팀장은 “나이가 비슷하고 공감대가 있는 보호자들이 함께 품앗이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동육아나눔터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한 센터장은 “공동육아나눔터의 목표는 아이들이 이 시간을 안전하게 잘 보내고 가족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라며 “되도록이면 아빠가 육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아빠와 자녀가 함께하는 목공 활동과 케이크 만들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 이용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일부 지역은 평일 야간과 주말에도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점심시간에는 이용을 제한하거나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꿈도담터는 맞벌이 가정을 위해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집 근처 공동육아나눔터를 찾으려면 여성가족부 누리집(www.mogef.go.kr)에서 ‘시설 찾기’로 검색하거나 전화(1577-9337)로 문의하면 된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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