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은 이렇게! 학교 체육의 미래를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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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경기학생스포츠센터
완벽한 반전이었다. 어느 공간을 찾아갈 때는 예상되는 모습이 있다. 경기 용인시 경기학생스포츠센터(이하 경기스포츠센터)는 폐교를 재활용한 곳이다. 시골도 아니고 도심 지역의 폐교를 탈바꿈한 시설인 만큼 용도를 떠나 이전 학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국어, 영어 등 교과 수업이 진행됐던 교실과 스포츠센터는 공통점을 찾기 힘든 대척점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건물 외관에서는 용도 변경의 흔적을 도통 찾을 수 없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의 학교 건물로 교문조차 그대로였다. 그저 방학 중의 학교처럼 조용할 뿐이었다. 건물 정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경기스포츠센터의 내부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내부 역시 긴 복도를 따라 정사각형의 교실이 이어지는 학교의 모습을 기본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경쾌하게 채워진 내부는 흡사 테마파크를 연상시켰다. 위아래, 혹은 옆으로 확장해 다양한 크기의 시설로 개조한 교실들은 이전 공간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복도는 달리기 트랙으로 변신해 있었다.
‘내거인 듯 내거 아닌 내거 같은’이란 유행가 가사처럼 ‘학교인 듯 학교 아닌 학교 같은 곳’이 바로 경기스포츠센터였다. 학교를 재활용하되 학교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이곳은 저출산 시대에 직면한 오늘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초·중·고교 폐교 문제가 심각하다. 과거에는 도서벽지 학교의 폐교 소식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수도권은 물론 서울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의 ‘2023학년도 학급 편성 결과’ 발표에 따르면 올해만도 서울 지역에서 14개 학교가 사라졌다. 내년에도 3개 중·고교의 폐교가 예정돼 있다. 이런 배경 속에 폐교라는 자원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기스포츠센터가 있다. 공간의 재활용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 학교 체육의 비전까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기흥중학교였다. 학생 수 부족으로 문을 닫은 것은 2018년. 경기도교육청과 용인시는 활용 방안을 고심한 끝에 학교체육시설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에 투자한 것이다. 경기스포츠센터 권형 장학사는 “폐교를 학생들을 위한 체육시설로 재활용한 전국 최초의 사례다. 기존 전문체육시설은 엘리트 체육인 양성 목적이 대부분이었다면 이곳은 학생들 스스로 스포츠에 흥미를 느끼고 체력 단련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교육적 목표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3월에 개관한 경기스포츠센터는 디지털 스포츠 시스템을 구축한 최초의 복합스포츠센터이기도 하다. 모든 시설을 디지털화했고 딱딱한 체육시간이 아닌 테마파크처럼 즐겁게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꾸몄다. 구석구석이 혁신이라 표현할 만했다. 아이들을 풀어놓고 어른들은 여유 있게 커피 한 잔하는 키즈카페와는 태생부터 달랐다.
테마파크 같은 디지털 놀이터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체육시간은 여전히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진행된다. 형편이 좀 나은 곳은 마룻바닥의 강당일 뿐 어느 학교이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경기스포츠센터는 시설도, 콘텐츠도, 접근법도 완전히 달랐다. 우선 경기스포츠센터의 모든 활동은 스마트기기를 통해 이뤄진다. 이곳을 이용하는 모든 아이에게는 손목에 차는 스마트밴드가 제공된다. 권 장학사는 “공간마다 설치된 키오스크에 스마트밴드를 터치하면 모든 운동 활동이 자동으로 기록된다”며 “심박수가 체크되기 때문에 과거처럼 ‘선생님 힘들어요, 더는 못하겠어요’와 같은 주관적인 느낌으로 적정 운동량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 역시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별다른 저항 없이 자신에게 맞는 강도를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일단 4개 층 22개 시설로 구성된 경기스포츠센터는 대부분 정보기술(IT)과 스포츠를 접목한 디지털 스포츠 체험실로 꾸며져 있다. 1층에는 용인 시민들을 위한 기흥평생학습관과 함께 실내자전거 동력으로 슬롯카 레이싱을 하는 ‘바이크 레이싱 존(zone)’, 농구골대 11개가 설치된 ‘융복합스포츠콤플렉스’가 있다. 융복합스포츠콤플렉스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이곳에는 디지털 농구대 10개와 아날로그 정식농구대 1대가 설치돼 있다. 디지털 농구대의 경우 아이들의 신체발달 상황, 운동능력치에 맞춰 골대의 높낮이와 크기가 제각각이라 모두가 즐겁게 슈팅을 날릴 수 있다. 형형색색의 농구골대에 골이 들어갈 때마다 디지털 전광판 점수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나눠지지 않고 각자의 몫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간 한쪽에는 3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스탠드가 설치돼 있다. 빔·스피커·롤스크린 등 영상시설까지 완비돼 있어 영화 상영부터 행사까지 다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층은 IT 기반 아날로그 스포츠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미래로 세계로 융합체험실’, 농구골대가 있는 융복합스포츠 콤플렉스를 모니터링하고 방송을 만들 수 있는 ‘다락방 미디어실’, 그리고 스포츠 아나운서·해설·기자·PD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 미디어실’ 등이 있다. 구간 반복뛰기, 점프, 멀리뛰기, 민첩성 운동, 달리기 등 기초체력 향상 종목과 놀이를 접목한 디지털 아날로그 콘텐츠 체험을 하는 ‘GX2실’, 크로스핏과 근력을 테스트하는 ‘GX3실’ 등이 있는 3층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컴퓨터게임을 즐기듯 정해진 코스를 질주하며 마음껏 스포츠 관련 상상력과 창의력을 표현한다. 물론 이름과 심박수, 기록 등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뜬다.
순식간에 입소문, 1년 치 예약 끝!
풋살과 드론축구, 하키 등 미니 게임이 가능한 4층 다목적실기연수실은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는 곳이다. 풋살 시합 시 골이 들어갈 때마다 눈부신 디지털 조명, 짜릿한 음향 효과와 함께 코트 위에 ‘GOAL!(골!)’이라는 글씨가 새겨진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권 장학사는 “IT와 스포츠를 접목하지 않으면 체육교육도 도태된다”며 “신체만 강조하던 과거의 체육교육에서 벗어나 IT를 통해 학생들에게 맞춤형 동작 분석, 개인별 누적 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체육교육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스마트 기술은 도울 뿐 땀을 흘리는 체육의 본질을 잊지 않도록 공간을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운동을 전혀 안 하던 아이들, 운동을 싫어하던 아이들도 경기스포츠센터에 오면 달라진다. 집에서 스마트폰만 붙잡고 살던 아이가 신나게 뛰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 학부모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 역시 이곳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권 장학사는 “운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라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학교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입소문이 나면서 갈수록 예약이 힘들어지고 있다. 경기도 관내 유·초·중학생, 교사, 지역사회 주민(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데 올해만 해도 1월에 신청공문을 뿌리자마자 2주도 안 돼 12월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지난 5월 평소 바쁜 직장일 때문에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었던 아빠들에게 그동안의 미안함을 벌충하는 시간으로 경기도교육청이 마련한 ‘아빠와의 만남, 아빠와 함께하는 봄’ 행사는 도내 72가족 모집에 8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부산·인천·충남·충북교육청 등 전국의 교육기관은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의 참관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현재 스포츠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 건물 외 운동장 부지에서는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수영장, 지하주차장을 포함한 다목적체육관과 야외운동장 건립이 한창이다. 선택과 집중, 알뜰한 공간 활용이 무엇인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시민들의 문화·체육활동 공간 확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은 덤이다. 이렇듯 경기스포츠센터는 저출산시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훌륭한 모범답안을 만들어가고 있다. 경기스포츠센터의 시설 안내 및 이용방법, 예약 등의 절차는 경기체육사랑 누리집(more.go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은진 객원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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