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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무대 지킨 K?뮤지컬 ‘마마님’ “큰 배역보다 오래 남는 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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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신영숙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뮤지컬은 대중에게 생소한 장르였다. 우리나라 뮤지컬은 1961년 뮤지컬 전문 악단 예그린악단의 <살짜기 옵서예>, <대춘향전> 등을 통해 시작됐다. 그러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배우들을 초빙한 공연이 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뮤지컬을 수입해 국내 배우들이 부르는 ‘라이선스 뮤지컬’과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2년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425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상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2260억 2880만 원으로 2022년 상반기 1828억 5738만 원보다 23% 상승했다. K-뮤지컬의 인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 중국 등 인근 국가 뮤지컬 팬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만든 뮤지컬이 해외로 수출되기도 한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K-컬처에서 뮤지컬도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기의 비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신영숙 역시 K-뮤지컬 열풍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조연 손탁 역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 24년간 무려 39개 작품에 출연했다. <맘마미아>, <모차르트!>, <시카고>, <레베카>,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캣츠>, <팬텀> 등 다양한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력과 소름 돋는 가창력으로 뮤지컬계의 ‘마마님’으로 불리고 있다.
신영숙은 올해 데뷔 24주년을 맞았다. 데뷔 후 지금까지 쉴 새 없이 공연을 하며 팬들을 만나고 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할 시점에는 <맘마미아>의 지방투어 공연, 단독콘서트 <친절한 영숙씨>, 10주년을 맞은 <레베카> 공연준비가 맞물린 시점이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지칠 법도 한데 신영숙은 여전히 밝았다. 그는 우울하고 무서운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보다 밝고 쾌활한 <맘마미아>의 도나와 더 가까웠다. 신영숙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쾌활한 말투는 더운 날씨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줄 만큼 힘이 넘쳤다.



굉장히 바쁜데도 에너지가 넘친다.
올해는 쉬엄쉬엄했으면 했다. 배우도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좋은 작품들이 들어와서 할 수밖에 없었다. <맘마미아>도 애정이 있고 <레베카>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0주년 동안 댄버스 부인으로 7번 공연했다. 10주년 기념공연인데 꼭 해야 했다. 쉬지 못하는 대신 체력을 기르려고 운동을 하고 있다.

기복이 없기로 유명하다.
성격이 즉흥적이라 규칙적으로 관리하는 편은 아니다. 발성 자체가 목이 상하지 않는 발성을 하고 있어서 아무리 노래를 해도 목이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20대 때보다 지금 훨씬 노래를 잘한다. <레베카>도 초연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 경험이 쌓이니까 테크닉이 늘고 연기도 좋아지는 것 같다. 계속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서 진가가 드러난 배우다.
나는 늦게 성장한 배우다. 서울예술극단에서 뮤지컬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7년 8개월간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서울예술단 작품은 창작극이 많아서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국악원에서 경기민요, 판소리 같은 국악도 배웠으니까. 그 시간 동안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훈련을 받았다. 그게 나에게 엄청난 밑거름이 됐다. 그래서 그때는 스스로 무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무대를 즐기고 잘하는 것만 생각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
오디션을 보면 늘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 내가 붙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우쭐했는데 알고 보니 떨어진 적도 많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오디션 관계자들이 저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당신이 1등인데 인지도가 부족해서 떨어졌다는 말을 들으면서 희망을 얻었다. 실력이 없다는 건 아니니까. <맘마미아> 오디션을 봤을 때는 나중에 무조건 도나 역을 맡기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이 실제로 이뤄졌다. 물론 잘 안 되면 나도 좌절한다. 하지만 하루 정도만 힘들어 하면 다음 날 괜찮아진다.

1999년 <명성황후>로 시작해 10주년 <레베카> 공연을 앞둔 지금까지 우리나라 뮤지컬은 계속 발전해왔다. 배우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우리나라 뮤지컬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장기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뮤지컬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원래 흥이 많아서 뮤지컬이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시작했던 때와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뮤지컬이 정말 달라졌다는 것을 코로나19 때 많이 느꼈다. 당시 해외에서는 아예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한국은 잘되지 않았나. 심지어 해외 팀들이 내한공연을 올 정도로 공연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해외에서도 K-뮤지컬에 관심이 많다.



K-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체감하나?
가장 단적인 예로 해외 관객이 늘었다. 특히 공연장에 일본 팬이 많아졌다. 2019년 일본 도쿄에 있는 토판홀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이곳은 마이크 없이 공연하는 곳이라 자연스러운 울림으로 공연장을 채울 수 있는 사람만 설 수 있다. 그곳에서 뮤지컬 곡, 클래식한 성악곡 등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제가 일본어를 잘 못해서 따라 불러달라고 했더니 다 같이 떼창을 해줬다. 그때가 기억에 남는다. 공연이 끝나고 악수회(팬미팅)를 했는데 공연을 보러 온 팬들도 있었고 공연을 보러 오겠다고 약속한 팬들도 있었다. 공연을 보러 오겠다고 한 팬들은 정말 약속을 지켰다.
지난 3월 <나폴레옹> 공연 차 내한했던 프랑스 배우 로랑 방이 한국 뮤지컬이 세계 최고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다음이 한국이라고 했는데 함께 작업하는 해외 스태프는 K-뮤지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
전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아졌다. 그들도 한국이 문화 강대국이 됐다는 걸 다 안다. ‘한국 진짜 많이 변했어’, ‘너희 정말 강국이 됐어’ 이런 말들을 한다. 한국이 이렇게 빠르게 변화한 것에 엄청 놀란다. 특히 배우들의 역량에 놀란다. 한국 배우들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노래도 너무 잘하고 감정표현도 좋다는 평이 대다수다.

배우 신영숙을 알린 넘버(노래)는?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을 했을 때 불렀던 ‘황금별’이다. 남이 잘되면 기뻐하고 좋아하는 편이라 내 성향과 노래가 잘 맞다. 노래를 불러보니까 착 붙는 느낌이었다. 원래 오디션 볼 때 첫 공연 준비하듯이 한다. 엄청 연습을 많이 하고 가서 떨지 않는다. ‘황금별’은 몇 번 안 불렀는데 연출부 감독이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셨네요’라고 하더라. ‘황금별’을 부르면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팬들에게 편지도 많이 받았다. 병실, 군대 등에서 내 노래를 듣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 곡을 부르는 사람들이 나처럼 날아오르길 바란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이다. 이 작품이 10년 동안 7번 공연했는데 다 참여했다. <레베카>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서스펜스 뮤지컬인 데다 드라마도 탄탄하고 재미있지 않나.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알 정도니까 정말 잘된 공연이다. 뮤지컬이 이렇게 되기 쉽지 않은데 이런 공연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나 큰 행운이고 영광이다. 이번에 <레베카>가 10주년 기념공연을 한다. 전과 다르게 표현하기보다 댄버스라는 인물을 나와 밀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걸 중점적으로 연습하면 가만히 있어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뮤지컬 배우로서 보낸 시간 동안 쌓은 깊이와 내공을 다 넣어서 10주년 댄버스를 보여주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최근 작품들이 주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창작 뮤지컬에 참여할 계획은?
2018년 <웃는 남자>와 2019년 <엑스칼리버>는 EMK가 제작한 창작 뮤지컬이다. 거기에 초연 멤버로 참여했다. 초연 멤버는 배우들이 막내작가처럼 참여한다. 워크숍을 하면 아이디어도 정말 많이 내고 노래를 만들 때도 많이 참여한다. 창작 뮤지컬은 배우에게 쉽지 않은 작품이긴 하다. 두 작품 다 해외로 수출해서 굉장히 뿌듯하다. 이번에 샘컴퍼니로 소속사를 새로 옮겼다. 이곳에서도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데 최선을 다해서 보탬이 되려고 한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8월 18일부터 이틀간 데뷔 24주년을 기념한 단독콘서트 <친절한 영숙씨>를 준비하고 있다. 평행우주 속 신영숙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런 콘셉트를 잡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넘버들뿐 아니라 팬들이 듣고 싶어 했던 넘버도 많이 준비했다.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어서 정말 많이 찾아봤다. 남자 배우들이 불렀던 곡들도 있다. 기대해도 좋다. 8월 19일부터는 <레베카> 10주년 기념공연이 시작된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내 인생에서 뮤지컬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허술한 부분이 많은 사람인데 뮤지컬만은 늘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한다. 지금도 꾸준히 연기연습을 하고 있다. 뮤지컬은 운명 같다. 주어진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역할의 크기보다 좋은 배우로서 성장하는 길을 잘 닦아가고 싶다. 멀리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장가현 기자

박스기사
문화체육관광부의 ‘K-뮤지컬 비전’
민관 힘 합쳐 킬러콘텐츠 육성
해외시장 유통도 지원


뮤지컬은 우리 공연시장의 76%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마리퀴리>, <웃는 남자> 등 국내에서 만든 창작 뮤지컬이 해외로 수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뮤지컬이 K-컬처를 선도하는 이때, K-뮤지컬에 힘을 실어줄 정책이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 30일 K-뮤지컬 비전 발표회 ‘K-뮤지컬 어디까지 가봤니?’를 열고 ‘K-뮤지컬 비전’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앞으로 ‘K-뮤지컬 국제마켓’을 통해 우리 작품이 해외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하고 아시아·영미권에서 로드쇼를 열어 해외 쇼케이스를 늘려갈 예정이다. 작품의 현지화, 현지와의 공동작업 등을 지원해 우리 작품이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후속 지원한다. 또한 뮤지컬 예비인력과 전문 글로벌 프로듀서 인력을 양성하고 창작 산실 지원 및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창작 뮤지컬을 활성화하는 토대를 다질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예술단, 국립정동극장 등 문체부 유관단체가 국내 민간 뮤지컬 제작사와 함께 K-뮤지컬의 킬러콘텐츠를 육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우리의 뮤지컬 제작 능력과 배우들의 역량이 상당하다”며 “뮤지컬에서도 영화 <기생충>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는 작품이 나오고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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