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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통학로… 동선 맞췄더니 아이들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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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청소년놀터 솜사탕
경기 화성시 서연이음터 4층에 위치한 화성시청소년놀터(이하 놀터) 서연점의 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학원 가느라 바쁠 평일 오후였음에도 놀터 안은 아이들로 가득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놀터를 운영하는 화성시청소년수련관 청소년활동팀 이진수 팀장은 “평소보다 많은 편이 아니다”라며 “중·고등학생들 하교 후나 주말, 방학에는 정원 30명이 다 차서 입장대기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입장대기라는 말에 놀터 공간을 다시 둘러봤다. 산뜻한 인테리어에 관리도 잘되고 있었지만 포켓볼 당구대와 PC 게임존 정도를 제외하면 흔히 볼 수 있는 북카페 수준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입장대기를 할 만큼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한 중학생에게 놀터에 자주 오느냐고 물으니 “거의 매일 온다. 잠깐 들렀다 가기 좋다”고 답했다.
놀터 서연점에서 만난 초등·중학생들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매일 온다”, “학원과 가까워 좋다”, “학교와 집 사이에 있어서 숙제하고 가기 좋다”, “친구들과 모이기 편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 전용 공간들과 비교해 놀터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의 답 속에 있었다. 몇 시간 머물며 지켜보니 아이들 대부분이 놀터에 머무르는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였다. 수시로 오간다는 얘기였다.







청소년 제안으로 만들어져
화성시여성가족청소년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놀터는 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한 공간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청소년 전용 이용시설이다. 정식 명칭은 ‘화성시청소년놀터 솜사탕’으로 ‘놀터’라고 통칭하며 9세부터 24세까지 이용 가능하다. 2019년 12월 봉담점, 향남점을 시작으로 진안점, 서연점까지 모두 4곳이 문을 열었다.
놀터는 2016년 청소년들의 건의로 시작됐다. 화성시청소년수련관 윤창주 관장은 “당시 청소년으로만 구성된 화성시청소년참여위원회가 청소년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고 병점에 ‘솜사탕’이란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후 화성시와 함께 청소년 전용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면서 소규모의 청소년 이용시설 놀터가 본격적으로 조성됐다.
물론 전국 지역마다 청소년 전용 공간이 있다. 운영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놀터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위치와 규모다. 화성시에 따르면 2023년 현재 화성시 청소년 인구는 16만 5000여 명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4.5%에 달한다. 이는 경기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동탄 등 신도시로 대변되는 동부지역과 농어촌이 혼재된 서부지역의 발전 불균형으로 청소년의 시설·문화 격차가 최대 현안으로 손꼽혀왔다. 화성시 관계자는 “인구 대비 청소년 수련시설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권역별로 청소년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과 장기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청소년수련시설과는 별개로 당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시설 규모를 과감히 줄이고 학교와 학원 등 현실적인 동선 안에서 놀터를 조성했다.







아이들 동선을 최우선으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놀터 향남점이다. 일반적인 청소년 공간이 학교나 주택가 인근의 도서관·수련관 등에 위치한 것과 달리 학원 밀집가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청소년들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면서 “청소년 문화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화성시의 경우 한 곳을 마련하더라도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의 말처럼 놀터 향남점은 크고 작은 학원이 빽빽하게 들어선 상가 건물 5층에 있다.
향남점뿐만이 아니다. 봉담점, 진안점, 서연점 모두 아이들의 통학로를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연점 앞에는 학원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아이들의 동선까지 고려한 것이다. 별다른 홍보가 없어도 아이들은 놀터에 매일같이 온다. 오가는 길목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놀터는 돌봄 역할도 하고 있다. 학원 시간이 빌 때 아이들이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때문에 학부모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이 윤창주 관장의 말이다. 놀터의 실내공간을 만들 때도 철저히 아이들 의견을 반영했다. 놀터 4곳의 공간 구성은 비슷하다. 만화책을 보거나 보드게임 등을 할 수 있는 휴식공간 놀이마루를 중심으로 숙제나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PC존, ‘닌텐도’ 등 콘솔게임이 가능한 멀티룸이 있다. 또 간단한 식음료 등을 만들어보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쿠킹존, 숙제 등 공부를 할 수 있는 스터디룸이 있다. 여기에 지점마다 지역 특성과 이용자 연령대에 맞는 특성화 공간들이 추가된다.
봉담점은 만화책, 필독도서 등을 비치해둔 북카페가 인기다. 보드게임도 지점 중에서 가장 종류가 많다. 때문에 봉담 지역의 작은 도서관 역할까지 하고 있다. 향남점은 학원가에 있어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만큼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놀이마루 공간이 넓다. 조별 과제나 수행평가 준비 등 단독룸이 필요한 중학생을 위한 스터디룸도 인기 만점이다. 카페 같은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진안점은 중학생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서연점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주를 이루다보니 PC존이나 멀티룸 이용 경쟁이 치열하다.





문화격차 해소에도 한몫
포켓볼 당구대·만화책·PC존이라는 말에 걱정되는 학부모가 있다면 마음을 놓아도 된다. 놀터 전 지점에는 두 명의 전문 청소년지도사가 파견돼 자리를 지킨다. 자율적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정해진 규칙을 지키도록 지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PC존의 경우 컴퓨터마다 타이머를 비치해두고 1인당 1시간으로 이용시간을 제한한다. 포켓볼 당구대는 초등학생은 쓸 수 없다. 1인당 이용시간도 30분으로 정해져 있다.
지점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진수 팀장은 “놀터는 어디까지나 지역 청소년들의 자율적 활동 공간”이라며 “또래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며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울 뿐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놀터는 화성시 청소년의 문화격차 해소에도 한몫하고 있다. 화성시 인구는 2023년 2월 말 기준 97만 4000명이다. 수원·용인·고양·창원 등 인구 100만 이상인 4개 특례시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이다. 초·중·고교생 전입 인구도 서울 강남구를 제치고 전국 1위다. 청소년 문화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바다를 낀 도·농복합도시로 권역별 행정 수요가 다르다보니 지역 간 청소년의 문화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놀터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화성시는 권역별로 청소년의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해 어느 곳에 살든 여가·놀이·문화·예술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놀터는 방명록 작성 후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화성시청소년놀터 솜사탕 블로그(blog.naver.com/hsnt_blog)에서 확인하면 된다.

강은진 객원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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