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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건너 어제에서 오늘로 우리 시대의 실경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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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김홍도가 우리 시대에 온다면 어떤 풍경을 그릴까요? 갓 쓰고 도포 입은 선비나 한복 입은 여인은 아닐 겁니다. 2023년 한국의 풍속과 실경을 그릴 것입니다. 배지민(44)의 <광안대교>는 우리 시대의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입니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부산은 유독 큰 다리가 많습니다. 작가는 그 다리 위를 걷기도 하고 차를 타고 지나가기도 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면서 자랐습니다. 다리 위로는 차들이 굉음을 울리며 지나가지만 다리 밑은 의외로 고요했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작가는 세상의 소음과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듯한 안온함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심하게 비가 쏟아져도 육중한 다리 밑에 들어가면 비를 피할 수 있었고 비에 젖은 회색다리는 웅장하고 위대했습니다. 그 느낌을 전해주고 싶어서 비처럼 먹을 뿌리고 칠하고 선을 그었습니다. 40대가 된 작가가 20대 때 만든 거대한 화면에는 수묵으로 우리 시대의 풍경을 남기겠다는 패기와 열정이 녹아 있습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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